한국 정당은 지금 딜레마에 빠져있다. 입으로는 원내정당화를 부르짖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원외 조직 유지에 골몰하고 있다. 기존의 정치가 고비용이라는 비난 때문에 원내정당화의 흐름으로 밀려갔지만 거기에 제대로 안착할 수 있는 사회적 전제가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기에는 명분이 약하다.
또 원내정당화 논의를 촉진시키는 요인인 인터넷의 발달이 정치권을 세게 견인하고 있는가 하면, 촛불시위 등 직접 참여민주주의의 간헐적 폭발은 원외 조직의 민의수렴 기능의 필요성을 절감케 하기도 한다. 한 쪽에 버티고 서 있는 아직 깨지지 않은 지역주의는 원내정당만으로는 깰 수 없는 장벽으로 존재하고 있다.
◆ 딜레마에 빠진 기존 정당들
이런 환경 속에서 기존 정당들은 새로운 정당모델을 찾지 못한 채 헤매고 있다. 한나라당 고진화 당선자는 “지금 우리 정당들은 어느 한 쪽을 선택하지 못하고 중간에서 우물쭈물하고 있다”면서 “원내정당화로 가자니 심리적 저지선이라고 볼 수 있는 최소한의 선거운동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고, 그렇다고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조직을 불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열린우리당에서 주장하는 ‘100만 당원론’은 사실 원내정당에 반하는 이야기이고, 정치권에서 매일 벌어지는 지도체제 논란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논란을 빨리 매듭짓고 어차피 원내정당화로 방향을 잡았으니 아예 화끈하게 원내정당으로 가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열린우리당 신계륜 의원은 “가차없이 원내정당화로 가야 한다”면서 “그렇게 가지 않으면 고비용 정치의 악순환을 끊을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구당 원외위원장 출신인 박종운 전위원장도 “선거법 개정으로 지구당이 없어져 신인 정치인들이 명함을 내걸고 정치를 할 기회가 없어진 부작용도 있지만 차라리 홀가분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면서 원내정당화를 촉구했다.
◆ 자발적 원외 조직 양성화 급선무
그러나 대부분은 한국의 정치현실을 인정해 기존의 정당틀과 원내정당으로 가는 중간다리 역할을 해줄 과도기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듯 하다.
한나라당 박세일 당선자는 “과거보다 의정활동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의무에서 원내정당으로 가야 하지만 정당이라는 것이 본래 이념과 비전을 설득해 나가고, 시민사회·전문가사회 등과 소통 역할을 하는 원외조직이 있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국민들의 정치적 의식이 성숙돼 있어 지지자 중심의 정당이 당장 구현될 수 있다면 이런 과도기는 필요없지만 아직은 정당이 자신들의 비전을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고진화 당선자도 “완벽한 원내정당화로 가기 위한 사회적 전제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차라리 유럽식 모델처럼 진성당원을 많이 확보하고, 그러다가 자발적인 지지자들이 많이 생겨나면 미국식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역주의라는 한국의 특수한 환경도 과도기의 필요성의 근거가 된다. 원내정당만으로는 열린우리당은 대구경북 지역, 한나라당은 호남 지역의 민의수렴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이후 지역 리더십을 키우는데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
따라서 대안으로는 일단 지지자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유권자들의 자발적 모임을 독려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즉 열린우리당 지지자 모임, 한나라당 지지자 모임 등 자발적 지지자 모임을 활성화하는 방안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모임들을 지구당 조직의 편법운영 또는 사조직이라는 시각에서만 보는 경향이 강하지만 평소에는 인터넷 조직으로만 활동하되 선거 때는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식의 대안을 마련한다면 그런 편견은 덜해질 수 있다.
그 외에도 기존의 ‘노사모’ ‘창사랑’같은 개별 정치인을 위한 팬클럽보다는 정책을 중심으로 한 팬클럽을 활성화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이미 민주노동당은 정책 서포터즈라는 이름으로 특정 정책 팬클럽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또 원내정당화 논의를 촉진시키는 요인인 인터넷의 발달이 정치권을 세게 견인하고 있는가 하면, 촛불시위 등 직접 참여민주주의의 간헐적 폭발은 원외 조직의 민의수렴 기능의 필요성을 절감케 하기도 한다. 한 쪽에 버티고 서 있는 아직 깨지지 않은 지역주의는 원내정당만으로는 깰 수 없는 장벽으로 존재하고 있다.
◆ 딜레마에 빠진 기존 정당들
이런 환경 속에서 기존 정당들은 새로운 정당모델을 찾지 못한 채 헤매고 있다. 한나라당 고진화 당선자는 “지금 우리 정당들은 어느 한 쪽을 선택하지 못하고 중간에서 우물쭈물하고 있다”면서 “원내정당화로 가자니 심리적 저지선이라고 볼 수 있는 최소한의 선거운동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고, 그렇다고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조직을 불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열린우리당에서 주장하는 ‘100만 당원론’은 사실 원내정당에 반하는 이야기이고, 정치권에서 매일 벌어지는 지도체제 논란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논란을 빨리 매듭짓고 어차피 원내정당화로 방향을 잡았으니 아예 화끈하게 원내정당으로 가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열린우리당 신계륜 의원은 “가차없이 원내정당화로 가야 한다”면서 “그렇게 가지 않으면 고비용 정치의 악순환을 끊을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구당 원외위원장 출신인 박종운 전위원장도 “선거법 개정으로 지구당이 없어져 신인 정치인들이 명함을 내걸고 정치를 할 기회가 없어진 부작용도 있지만 차라리 홀가분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면서 원내정당화를 촉구했다.
◆ 자발적 원외 조직 양성화 급선무
그러나 대부분은 한국의 정치현실을 인정해 기존의 정당틀과 원내정당으로 가는 중간다리 역할을 해줄 과도기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듯 하다.
한나라당 박세일 당선자는 “과거보다 의정활동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의무에서 원내정당으로 가야 하지만 정당이라는 것이 본래 이념과 비전을 설득해 나가고, 시민사회·전문가사회 등과 소통 역할을 하는 원외조직이 있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국민들의 정치적 의식이 성숙돼 있어 지지자 중심의 정당이 당장 구현될 수 있다면 이런 과도기는 필요없지만 아직은 정당이 자신들의 비전을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고진화 당선자도 “완벽한 원내정당화로 가기 위한 사회적 전제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차라리 유럽식 모델처럼 진성당원을 많이 확보하고, 그러다가 자발적인 지지자들이 많이 생겨나면 미국식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역주의라는 한국의 특수한 환경도 과도기의 필요성의 근거가 된다. 원내정당만으로는 열린우리당은 대구경북 지역, 한나라당은 호남 지역의 민의수렴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이후 지역 리더십을 키우는데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
따라서 대안으로는 일단 지지자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유권자들의 자발적 모임을 독려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즉 열린우리당 지지자 모임, 한나라당 지지자 모임 등 자발적 지지자 모임을 활성화하는 방안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모임들을 지구당 조직의 편법운영 또는 사조직이라는 시각에서만 보는 경향이 강하지만 평소에는 인터넷 조직으로만 활동하되 선거 때는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식의 대안을 마련한다면 그런 편견은 덜해질 수 있다.
그 외에도 기존의 ‘노사모’ ‘창사랑’같은 개별 정치인을 위한 팬클럽보다는 정책을 중심으로 한 팬클럽을 활성화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이미 민주노동당은 정책 서포터즈라는 이름으로 특정 정책 팬클럽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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