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등록법인의 정정공시가 넘쳐나고 있다. 정정 횟수도 문제지만 정정 내용은 더 큰 문제다. 단순 오기 정정이라는 게 감독당국과 해당업체 설명지만 정정공시 급증은 회계 공시제도 허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어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분기보고서에 ‘감사의견’ 정정= 특히 눈에 띄는 정정공시는 감사의견이 ‘적정’하다고 밝힌 지 한달여만에 ‘해당사항없음’으로 바로잡는 분기보고서.
적정하게 감사받았다는 분기보고서가 순식간에 회사 자체 보고서로 전락한다. 애당초 자산 1조원 미만 회사의 분기보고서는 외부감사는 물론 검토 대상도 아니다. 당연히 회계법인이 그 서류를 들여다볼 일도 없다. 그런데도 회사들은 마치 감사를 받은 양 표기했다. 사업보고서 양식을 그대로 복사해다 쓰기 때문에 생겨나는 일이다. 한 공인회계사는 “기업들이 재무 자료를 얼마나 무감각하게 작성하는 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고 말했다.
올 들어 지난 23일까지 분기·반기 보고서를 내놓은 후 정정한 코스닥 등록법인은 모두 741곳. 등록기업 880개 가운데 80%가 한번씩은 정정공시를 내놓은 셈이다. 이 가운데는 하루동안 분기와 반기 보고서를 6번이나 정정공시한 회사(케이피티)가 있는가 하면 다우데이타, 동아화성, 동양시스템즈 등 3번 이상 공시를 정정한 곳도 31곳에 달했다. 공시는 아무리 많이 정정하더라도 감독기관으로부터 제재를 받지 않는다.
◆ 금감원 “기재오류 적발 중” =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올해부터 ‘신속스크린’ 제도를 도입, 기재잘못을 바로잡고 있기 때문에 정정공시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순 수치 정정보다 감사 밀도를 높일 수 있는 근본대책이 필요하는 지적이다.
덩치 큰 회사라고 예외는 아니다. 올 1분기 매출 1441억원, 당기순이익 109억원인 LG마이크론은 23일 정정공시를 통해 재무제표상 무형자산을 4236억원에서 148억원으로 바로잡았다. 이유는 ‘오기’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잘못 썼다는 한 마디에 무형자산은 40분의 1로 감소했다.
최근 정정보고 유형를 보면 외부감사인이 영세한 회계법인이어서 생기는 문제도 아니다. 보고서 작성 시점부터 외부감사인 손길이 닿지 않으면서 생겨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외부감사인이 쳐다보지조차 않은 보고서에 ‘본 감사인이 실시한 감사가 감사의견 표명을 위한 합리적인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고 본 감사인은 믿습니다’라는 문구를 쓰는 것이 현실이다.
◆ 공시·회계제도 개선 시급= 최근 금감원과 증권거래소, 코스닥증권시장, 증권업협회 등 유관기관은 공시제도 선진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다음달이면 그 결과물이 나온다. 하지만 외부감사인의 감사 간격 단축, 감사 범위 확대 등 회계 투명성 강화 방안 논의는 대상에서 빠져 있다.
모 증권사 투자분석부장은 “구제금융(IMF) 이전에 비해서는 다소 높아졌지만 아직도 국내 기업 재무제표의 신뢰도는 50점이 되지 못한다”며 “불특정 다수 투자자가 대상인 재무 공시 투명성 확보를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 분기보고서에 ‘감사의견’ 정정= 특히 눈에 띄는 정정공시는 감사의견이 ‘적정’하다고 밝힌 지 한달여만에 ‘해당사항없음’으로 바로잡는 분기보고서.
적정하게 감사받았다는 분기보고서가 순식간에 회사 자체 보고서로 전락한다. 애당초 자산 1조원 미만 회사의 분기보고서는 외부감사는 물론 검토 대상도 아니다. 당연히 회계법인이 그 서류를 들여다볼 일도 없다. 그런데도 회사들은 마치 감사를 받은 양 표기했다. 사업보고서 양식을 그대로 복사해다 쓰기 때문에 생겨나는 일이다. 한 공인회계사는 “기업들이 재무 자료를 얼마나 무감각하게 작성하는 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고 말했다.
올 들어 지난 23일까지 분기·반기 보고서를 내놓은 후 정정한 코스닥 등록법인은 모두 741곳. 등록기업 880개 가운데 80%가 한번씩은 정정공시를 내놓은 셈이다. 이 가운데는 하루동안 분기와 반기 보고서를 6번이나 정정공시한 회사(케이피티)가 있는가 하면 다우데이타, 동아화성, 동양시스템즈 등 3번 이상 공시를 정정한 곳도 31곳에 달했다. 공시는 아무리 많이 정정하더라도 감독기관으로부터 제재를 받지 않는다.
◆ 금감원 “기재오류 적발 중” =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올해부터 ‘신속스크린’ 제도를 도입, 기재잘못을 바로잡고 있기 때문에 정정공시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순 수치 정정보다 감사 밀도를 높일 수 있는 근본대책이 필요하는 지적이다.
덩치 큰 회사라고 예외는 아니다. 올 1분기 매출 1441억원, 당기순이익 109억원인 LG마이크론은 23일 정정공시를 통해 재무제표상 무형자산을 4236억원에서 148억원으로 바로잡았다. 이유는 ‘오기’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잘못 썼다는 한 마디에 무형자산은 40분의 1로 감소했다.
최근 정정보고 유형를 보면 외부감사인이 영세한 회계법인이어서 생기는 문제도 아니다. 보고서 작성 시점부터 외부감사인 손길이 닿지 않으면서 생겨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외부감사인이 쳐다보지조차 않은 보고서에 ‘본 감사인이 실시한 감사가 감사의견 표명을 위한 합리적인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고 본 감사인은 믿습니다’라는 문구를 쓰는 것이 현실이다.
◆ 공시·회계제도 개선 시급= 최근 금감원과 증권거래소, 코스닥증권시장, 증권업협회 등 유관기관은 공시제도 선진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다음달이면 그 결과물이 나온다. 하지만 외부감사인의 감사 간격 단축, 감사 범위 확대 등 회계 투명성 강화 방안 논의는 대상에서 빠져 있다.
모 증권사 투자분석부장은 “구제금융(IMF) 이전에 비해서는 다소 높아졌지만 아직도 국내 기업 재무제표의 신뢰도는 50점이 되지 못한다”며 “불특정 다수 투자자가 대상인 재무 공시 투명성 확보를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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