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 국회’ 누구 책임인가
17대 국회가 지난달 30일 시작됐으니 오늘로 꼭 한달을 채운다. 하지만 그동안 국회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을 넘어 ‘절망’에 가깝다. 김선일씨 피랍·피살사건, 갈수록 악화되어 가는 민생·경제, 이라크 추가 파병 재검토 논란, 행정수도 이전 논란 등 굵직한 현안들이 쌓여 있지만 국회는 그동안 국회의장단 구성만 마쳤을 뿐이다. 당장의 현안을 논의해야 할 상임위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동안 이해찬 총리 후보 인사청문회를 열고, 김선일씨 피랍·피살 사건 관련 국정조사특위를 가동하기로 했지만 국회의 자발적인 활동이라기보다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을 처리했을 뿐이다. 김선일씨가 피랍되고, 아직 피살이 확인되기 전 그 숨막히던 이틀 동안 송영길 윤호중 의원 등 개별 의원이나, 각 정당의 호소만 있었을 뿐 국회 차원 한 일이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은 걸음마 단계의 17대 국회가 얼마나 ‘중증의 질환’에 걸려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야 밥그릇 싸움에 원구성도 못해
17대 국회가 가동되지 못한 1차적 책임은 누가 뭐라고 해도 과반수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있다. 지난 한달 동안 야당도, 국민도 설득하지 못했다. ‘한나라당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볼멘소리지만, 그런 야당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여당으로서의 역할을 책임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열린우리당은 개혁 입법을 위해 법사위는 절대 넘겨줄 수 없고, 언론개혁을 위해 문광위도 챙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결위 특위도 정보위도 ‘책임있는 국정운영을 위해’ 자신들이 맡아야 한다고 말한다. 민감한 상임위는 ‘개혁을 위해’ 다 여당 몫이 되어야 하고, 중요 상임위도 ‘여당 몫이니까’ 다 챙겨야 한다는 논리는 솔직히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승자의 오만’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물론 여당의 주장 이면에는 ‘한나라당은 반개혁 세력의 집단’이라는 근본적인 불신이 깔려 있다는 점을 안다. 하지만 출발은 ‘나만 옳다’ ‘나는 개혁세력이고 저쪽은 반개혁세력이다’라는 오만과 편견부터 털어내는 일이라고 본다. ‘개혁이냐, 반개혁이냐’의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열린우리당의 모 원로급 초선의원은 최근 “우리가 과반수인 만큼 상임위원장이고 뭐고 한나라당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잘못하면 뒤집으면 되지 않느냐”는 지극히 단순한, 그러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해법을 제시한 바 있다. 한나라당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 억지소리를 못하게 하고, 국민의 힘으로 그것을 견제하자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태도도 잘못됐기는 마찬가지다. “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출구’에 해당하는 법사위원장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억지라는 것은 대부분의 소속 의원들조차 알고 있는 얘기다. ‘상생의 정치’를 약속했던 박근혜 대표나 한나라당 지도부에게 과연 지금의 모습이 상생인지 묻고 싶다. 혹시 ‘버티기가 야당의 전유물’이라거나, ‘어차피 책임은 여당 몫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식의 낡은 셈법으로 정국을 재단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러나 그런 낡은 행동들 때문에 결정적인 승부에서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벌써 잊을 수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열린우리당 오만과 편견 버려야
옛말에 ‘국민의 마음을 얻으면 나라를 얻지만, 민심을 잃으면 나라를 잃게 된다’고 했다. 나라를 얻고 잃고 하는 문제까지는 아니라도 ‘국민의 마음을 사는 일이 정치의 핵심’이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진리다.
지금 국민은 이미 정치권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민생·경제의 어려움에 대해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정부, 국민 생명조차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해서도 허탈해하고 분노하지만, 이런 중차대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밥그릇 싸움’에 날 새는 줄 모르는 국회를 보며 국민들은 몇 달 되지 않은 지난 총선에서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
“16대 국회나 17대 국회나 달라진 게 뭐 있냐”는 얘기조차 하지 않는다. 이미 기대할 게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차라리 해산하라’는 시중의 쓴소리를 있다는17대 국회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남 봉 우 정치팀당
17대 국회가 지난달 30일 시작됐으니 오늘로 꼭 한달을 채운다. 하지만 그동안 국회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을 넘어 ‘절망’에 가깝다. 김선일씨 피랍·피살사건, 갈수록 악화되어 가는 민생·경제, 이라크 추가 파병 재검토 논란, 행정수도 이전 논란 등 굵직한 현안들이 쌓여 있지만 국회는 그동안 국회의장단 구성만 마쳤을 뿐이다. 당장의 현안을 논의해야 할 상임위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동안 이해찬 총리 후보 인사청문회를 열고, 김선일씨 피랍·피살 사건 관련 국정조사특위를 가동하기로 했지만 국회의 자발적인 활동이라기보다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을 처리했을 뿐이다. 김선일씨가 피랍되고, 아직 피살이 확인되기 전 그 숨막히던 이틀 동안 송영길 윤호중 의원 등 개별 의원이나, 각 정당의 호소만 있었을 뿐 국회 차원 한 일이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은 걸음마 단계의 17대 국회가 얼마나 ‘중증의 질환’에 걸려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야 밥그릇 싸움에 원구성도 못해
17대 국회가 가동되지 못한 1차적 책임은 누가 뭐라고 해도 과반수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있다. 지난 한달 동안 야당도, 국민도 설득하지 못했다. ‘한나라당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볼멘소리지만, 그런 야당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여당으로서의 역할을 책임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열린우리당은 개혁 입법을 위해 법사위는 절대 넘겨줄 수 없고, 언론개혁을 위해 문광위도 챙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결위 특위도 정보위도 ‘책임있는 국정운영을 위해’ 자신들이 맡아야 한다고 말한다. 민감한 상임위는 ‘개혁을 위해’ 다 여당 몫이 되어야 하고, 중요 상임위도 ‘여당 몫이니까’ 다 챙겨야 한다는 논리는 솔직히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승자의 오만’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물론 여당의 주장 이면에는 ‘한나라당은 반개혁 세력의 집단’이라는 근본적인 불신이 깔려 있다는 점을 안다. 하지만 출발은 ‘나만 옳다’ ‘나는 개혁세력이고 저쪽은 반개혁세력이다’라는 오만과 편견부터 털어내는 일이라고 본다. ‘개혁이냐, 반개혁이냐’의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열린우리당의 모 원로급 초선의원은 최근 “우리가 과반수인 만큼 상임위원장이고 뭐고 한나라당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잘못하면 뒤집으면 되지 않느냐”는 지극히 단순한, 그러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해법을 제시한 바 있다. 한나라당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 억지소리를 못하게 하고, 국민의 힘으로 그것을 견제하자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태도도 잘못됐기는 마찬가지다. “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출구’에 해당하는 법사위원장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억지라는 것은 대부분의 소속 의원들조차 알고 있는 얘기다. ‘상생의 정치’를 약속했던 박근혜 대표나 한나라당 지도부에게 과연 지금의 모습이 상생인지 묻고 싶다. 혹시 ‘버티기가 야당의 전유물’이라거나, ‘어차피 책임은 여당 몫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식의 낡은 셈법으로 정국을 재단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러나 그런 낡은 행동들 때문에 결정적인 승부에서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벌써 잊을 수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열린우리당 오만과 편견 버려야
옛말에 ‘국민의 마음을 얻으면 나라를 얻지만, 민심을 잃으면 나라를 잃게 된다’고 했다. 나라를 얻고 잃고 하는 문제까지는 아니라도 ‘국민의 마음을 사는 일이 정치의 핵심’이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진리다.
지금 국민은 이미 정치권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민생·경제의 어려움에 대해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정부, 국민 생명조차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해서도 허탈해하고 분노하지만, 이런 중차대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밥그릇 싸움’에 날 새는 줄 모르는 국회를 보며 국민들은 몇 달 되지 않은 지난 총선에서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
“16대 국회나 17대 국회나 달라진 게 뭐 있냐”는 얘기조차 하지 않는다. 이미 기대할 게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차라리 해산하라’는 시중의 쓴소리를 있다는17대 국회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남 봉 우 정치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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