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사건으로 외교통상부·NSC 등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안이한 대처와 함께 시스템상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난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정부 비판의 목소리를 가장 높이고 있는 것은 국회다. 국회는 김선일씨 사건 관련 진상조사를 위한 국정조사특위를 구성, 정부 비판의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외교 시스템을 점검해봐야 할 곳은 사실 정부에 한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특히 외교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의원외교도 점검 대상에서 빠질 수는 없다. 국회는 직접적 책임 주체가 아니라는 점에서 지금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부 비판 전에 국회도 자신들이 해야할 일을 찾아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국회서도 천대받는 아랍권 외교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김선일씨 피살 전, 각 정당들은 아랍권에 구명호소를 할 방법을 궁리하고 있을 때였다. 한 정당이 알 자지라 방송에 팩스를 보내 김씨의 구명을 호소하자 다른 정당들도 너도나도 팩스를 보내려고 했지만 정작 팩스 번호를 몰라 기자들에게 묻는 해프닝이 있었던 것. 알 자지라 방송이 아닌 미국 CNN 방송이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보면 아랍권 외교에 대해 국회가 얼마나 무관심했는가를 보여준다.
이번 국정조사특위의 면면도 국회의 아랍권 외교 인력이 얼마나 부실한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전 위원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확정된 위원들의 면면을 눈으로 쓱 훑어보아도 아랍전문가는 없고 한미관계 전문가가 대부분이다. 이번 사건에 한미관계 관련 의혹도 상당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아랍에서 일어난 일을 한미관계 전문가들이 따지게 되는 셈이다.
사실 아직 ‘국회의 외교안보 전문가=한미관계 전문가’인 것이 국회 외교의 현실이다. 국회 내에서 그나마 아랍권 전문가로 꼽히는 의원은 알 자지라 방송에 출연해 김선일씨의 석방을 호소했던 열린우리 당 송영길, 윤호중 의원과 유엔평화유지군 사령관 출신인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 정도 다 .
열린우리당 윤호중 의원은 “한국은 세계에서 미국 일본에 이어 3번째 에너지 수입국이고, 그 수입량의 70%를 중동지역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그 지역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은 많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물론 국회 내에 아랍지역 외교 라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형식적이나마 외교협의회 등이 만들어져 있다. 문제는 실제 관심있는 의원들이 가는 것이 아니라 원내대표가 배정하거나, 협의회장도 한 자리 주는 식으로 했던 것이 잘 굴러갈 수 없었던 근본적 한계로 작용했다.
국회의원들의 편견도 장애물이다. 윤 의원은 “우리 나라 국회의원들은 이슬람권에 대한 묘한 편견이 있어 그쪽과 관계가 있다고 하면 서방쪽 외교가 힘들어지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자발적 역할분담 절실
여기서 들 수 있는 것이 일본의 사례다. 일본 국회에서 일한 바 있는 한나라당 이성권 의원은 “일본에서 아랍권은 나라는 석유 때문에 외교상 전략지역으로 설정돼 있다”면서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관심을 갖고 사비를 털어서 만나는가 하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열심”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기존 강대국과의 관계는 과거지향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도 특수하게 국익이 되는 나라들에 대해 관심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한국 정치인들은 단기적으로 정치적으로 크게 도움이 안 되니까 미일 이외의 나라에 관심을 갖지 않지만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의원외교를 본다면 적절한 역할 분담이 필수적이라는 것.
지금 국회는 김선일씨 사건과 관련한 한달 동안의 국정조사를 앞두고 있다. 기존의 국회 국정조사를 볼 때 국정조사가 또 정부를 호통치는 데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그 전에 국회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정부 비판의 목소리를 가장 높이고 있는 것은 국회다. 국회는 김선일씨 사건 관련 진상조사를 위한 국정조사특위를 구성, 정부 비판의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외교 시스템을 점검해봐야 할 곳은 사실 정부에 한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특히 외교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의원외교도 점검 대상에서 빠질 수는 없다. 국회는 직접적 책임 주체가 아니라는 점에서 지금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부 비판 전에 국회도 자신들이 해야할 일을 찾아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국회서도 천대받는 아랍권 외교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김선일씨 피살 전, 각 정당들은 아랍권에 구명호소를 할 방법을 궁리하고 있을 때였다. 한 정당이 알 자지라 방송에 팩스를 보내 김씨의 구명을 호소하자 다른 정당들도 너도나도 팩스를 보내려고 했지만 정작 팩스 번호를 몰라 기자들에게 묻는 해프닝이 있었던 것. 알 자지라 방송이 아닌 미국 CNN 방송이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보면 아랍권 외교에 대해 국회가 얼마나 무관심했는가를 보여준다.
이번 국정조사특위의 면면도 국회의 아랍권 외교 인력이 얼마나 부실한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전 위원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확정된 위원들의 면면을 눈으로 쓱 훑어보아도 아랍전문가는 없고 한미관계 전문가가 대부분이다. 이번 사건에 한미관계 관련 의혹도 상당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아랍에서 일어난 일을 한미관계 전문가들이 따지게 되는 셈이다.
사실 아직 ‘국회의 외교안보 전문가=한미관계 전문가’인 것이 국회 외교의 현실이다. 국회 내에서 그나마 아랍권 전문가로 꼽히는 의원은 알 자지라 방송에 출연해 김선일씨의 석방을 호소했던 열린우리 당 송영길, 윤호중 의원과 유엔평화유지군 사령관 출신인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 정도 다 .
열린우리당 윤호중 의원은 “한국은 세계에서 미국 일본에 이어 3번째 에너지 수입국이고, 그 수입량의 70%를 중동지역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그 지역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은 많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물론 국회 내에 아랍지역 외교 라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형식적이나마 외교협의회 등이 만들어져 있다. 문제는 실제 관심있는 의원들이 가는 것이 아니라 원내대표가 배정하거나, 협의회장도 한 자리 주는 식으로 했던 것이 잘 굴러갈 수 없었던 근본적 한계로 작용했다.
국회의원들의 편견도 장애물이다. 윤 의원은 “우리 나라 국회의원들은 이슬람권에 대한 묘한 편견이 있어 그쪽과 관계가 있다고 하면 서방쪽 외교가 힘들어지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자발적 역할분담 절실
여기서 들 수 있는 것이 일본의 사례다. 일본 국회에서 일한 바 있는 한나라당 이성권 의원은 “일본에서 아랍권은 나라는 석유 때문에 외교상 전략지역으로 설정돼 있다”면서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관심을 갖고 사비를 털어서 만나는가 하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열심”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기존 강대국과의 관계는 과거지향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도 특수하게 국익이 되는 나라들에 대해 관심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한국 정치인들은 단기적으로 정치적으로 크게 도움이 안 되니까 미일 이외의 나라에 관심을 갖지 않지만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의원외교를 본다면 적절한 역할 분담이 필수적이라는 것.
지금 국회는 김선일씨 사건과 관련한 한달 동안의 국정조사를 앞두고 있다. 기존의 국회 국정조사를 볼 때 국정조사가 또 정부를 호통치는 데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그 전에 국회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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