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 75%, 특수교육 사각지대에 있다”

공교육 공급 부족현상 심각 … 장애인교육권연대, 교육예산 중 6% 확보 요구

지역내일 2004-07-07 (수정 2004-07-08 오후 12:59:42)
“학교에 장애인 화장실이 없어 집에 돌아올 때까지 소변을 참아야 해요. 화장실에 갈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목이 말라도 절대 물을 먹지 않아요.”
지난 5일부터 장애인교육권연대 도경만 집행위원장과 학부모 윤종수(40)씨 그리고 학생 2명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장애인 학생에 대한 교육여건 개선과 차별 철폐를 호소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특수교육 예산을 교육예산 대비 6%선까지 확보하고 유치원과 고등학교에 특수학급을 증설하는 한편, 심리 및 학습장애 치료교사를 특수학급에 배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왜 단식하나 = 장애인교육권연대가 단식농성이라는 극한 방법을 선택한 것은 여러 차례 교육여건 개선을 요구해 왔지만 정부가 겉만 번지르르한 수사만 남발할 뿐 예산확보에는 적극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기획예산처 등에서 ‘경제성’과 ‘효율성’의 논리를 앞세워 특수교육예산을 삭감하는 등 대통령 공약사항도 이행하지 않는데 대해 분노하고 있다.
도경만 집행위원장은 “장애인은 법적으로 무상 특수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며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법적 권리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의견을 전달했지만 귀를 기울이지 않아 단식농성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갈 곳이 없다 = 지난해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학령기(3~17세) 특수교육 대상자 24만6061명 중 15만712명은 일반교육이 가능하다.
그러나 특수교육을 꼭 받아야 할 9만5349명 중 5만1060명만이 특수학교(급)에 다니고 있다. 나머지 4만여명 중 3만516명은 일반학급에 다니고 있으며 1만3632명은 가정형편 등으로 아예 교육을 포기하고 있다.
이중 가장 큰 문제가 영·유아교육이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장애유아 수는 3만4351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중 2만1040명은 일반유치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으나 1만3311명은 특수학교 유치원 과정 또는 유치원 특수학급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1789명(13.4%)만이 특수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공립 특수교육과정에 다니고 있는 유아는 2%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있는 특수교육기관마저도 장애아와 학부모들에게 고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이미경 의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입학을 할 때 학교로부터 거절당한 경험이 있는 학생이 30%에 달했다. 약 16%는 특수학교에서조차 이런 경험을 했다. 특히 사립학교의 경우, 내부규정을 거론하며 입학을 거절하거나 경제적인 기준에 따라 선발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거절당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 중 57.8%는 1~2회 정도였으나, 23.3%는 3~4회 심지어 18.9%는 5회 이상이나 전·입학을 거절당한 경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르칠 교사가 없다는 이유로 전입학을 거절당한 경우도 50%에 달했다. 극단적으로 거절하지는 않더라도 각종 부당한 대우로 자녀와 부모를 불쾌하게 하거나 고통스럽게 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내 장애학생 편의시설 확보율도 매우 낮아 정상적인 교육을 받기 쉽지 않다.
특수학급이 설치된 초·중·고등학교 3145개교(2003년 7월 현재) 중 장애인 회장실이 설치된 학교는 61.6%에 불과하다. 나머지 시설들은 50% 이하에 머물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 때문에 학교에서 화장실에 가지 못하고 참아야 하며 화장실에 가고 싶을까봐 물을 마시지 못하는 웃지 못 할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이런 문제는 결국 장애아들을 사교육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이끌고 있다.
최근 장애인교육연대가 장애자녀를 둔 부모 211명을 대상으로 사교육비 지출실태를 조사했다.
이 결과 54.8%가 매월 30만∼90만원, 37.9%가 30만원 미만, 7.3%가 90만원 이상의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어 장애아동의 사교육비가 비장애아의 사교육비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이용하는 사교육 기관으로는 복지관이 56.5%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어 사설기관 55.4%, 병원 10.2% 순으로 나타났다.
또 장애학생을 둔 학부모들의 79.7%는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에 대해 ‘공교육기관이 부족해서’, 7.2%는 ‘사교육의 질이 높아서’, 3.9%는 ‘공교육의 질이 떨어져서’라고 각각 답해 특수교육기관이 얼마나 부족하지를 한 눈에 보여주고 있다.
이에 대해 장애인교육연대는 “장애인은 국민으로서 당당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으며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 최소한의 권리”라며 “장애인교육을 부정하고 거부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무능력과 후진성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밋빛 희망 = 이런 현실 속에서도 참여정부가 출범할 당시 특수교육계는 희망에 부풀었다. 노 대통령이 교육공약 중 하나로 특수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3월 교육부가 ‘특수교육 발전 종합계획(03~07년)’을 발표하면서 특수교육계는 이번만은 ‘공수표’가 아닐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었다.
당시 교육부가 발표한 종합계획에 따르면 만 6세 이상 15세 이하의 의무취학대상 장애인 중 중증장애로 인해 재택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에 대한 교육지원이 확대된다.
또 특수교육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2007년까지 특수학급 795개, 특수학교 11개교를 신설하기로 했다. 총 1804억원이 투입되는 이번 계획이 마무리되는 2007년이면 특수교육 대상자 전원 수용이 가능해지며 학급당 학생수도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교육부는 또 일반 유치원과 초·중·고교에도 특수교육 교사를 1명 이상 배치하고, 특수교육 보조원도 1만250명 배치하는 등 통합교육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진단과 선정, 지원 등을 위해 특수교육지원센터를 전국 180개 모든 지역교육청 당 1개소씩 운영할 방침이다. 또 교육부 내에 특수교육 지원 전담부서가 설치되고 시·도 및 지역 교육청에는 특수교육 전담인력을 배치하기로 했다.
◆무너지는 희망 = 이번에 단식농성에 들어간 장애인교육연대의 요구사항도 ‘특수교육 발전 종합계획’의 정상적인 추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특수교육 대상자는 물론 교사, 학부모, 관련단체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던 종합계획은 ‘예산확보의 벽’을 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는 장애아동 교육지원비로 책정한 예산 273억원을 기획예산처로부터 전액 삭감 당했다. 이후 국회, 교육부, 학부모단체 등의 노력으로 특수교육보조원 인건비 지원, 사립유치원 장애원생 지원비 명목 등으로 일부만 재배정 받기도 했다.
예산당국이 특수교육 예산의 순위를 낮게 보고 있는 현실에서 나머지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 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칫 ‘혹시나’ 했던 희망이 ‘역시나’로 무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도경만 집행위원장은 “참여정부가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특수교육의 중요성을 외쳤으면서도 예산확보 등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가 이제라도 특수교육 대상자들이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라도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안은 있나 = 교육부는 오는 2007년까지 전체 교육예산 중 3%를 특수교육예산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장애인교육권연대는 정상적인 특수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최소 6%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정도 예산은 확보해야 특수교육기관을 늘려 의무교육을 실시할 수 있고, 치료교육교사의 확대배치 등으로 장애아동의 사교육비를 경감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외에도 교육계 일각에서는 자치단체들이 ‘장애인 학습권 보장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특수교육진흥법으로 장애아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권리를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가 나서자는 것. 조례를 통해 지자체가 교사, 시설, 재정 등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면 지금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세풍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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