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 논란] 열린우리당은 속공, 한나라당은 지공

당·청, “늦출수록 불리” 타깃 정해 집중포화 ... 한나라당, “끌수록 유리” 미적지근한 반대

지역내일 2004-07-12 (수정 2004-07-12 오전 11:14:17)
11일 일요일 오전.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세력에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반대 배경에) 지역주의 색채가 깔려 있다” “수도권 부유층의 기득권 보호적 측면” “정권 흔들기” 등의 원색적 언어도 동원됐다. 비슷한 시간 청와대에서도 김병준 정책실장이 나서서 왜 신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하려고 하는지 상세한 브리핑을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에서는 이 시간에 남경필 원내 수석부대표가 기자들에게 예결특위 상임위화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행정수도에 대해서는 여당을 비난하고 국회에서의 재논의를 촉구하는 짤막한 대변인 논평이 나왔을 뿐 쟁점화를 위한 별다른 시도는 보이지 않았다.
이는 신행정수도를 둘러싼 정치권의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열린우리당은 ‘조바심’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속공을 하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느긋하다 싶을 정도로 미적지근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
열린우리당이 이렇게 ‘속공에 강공’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는 시간을 끌수록 불리한 사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수도이전 반대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전선이 정부·여당 대 수도권 유권자로 불리하게 짜여지고 있어서이다.
청와대가 ‘조선·동아·한나라당’이라고 표적을 분명히 정하고 나선 것도 같은 궤에서 나온 전략으로 해석된다. ‘주요한 타깃’을 명확히 함으로써 중간지대의 동요를 빨리 차단하자는 것.
12일 행정수도 이전 관련 헌법소원을 낸 사람들도 사실 성향을 따지자면 ‘노무현 지지’에 가까웠던 사람들이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정부·여당의 위기감이 어느 정도일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주적’을 빨리 지목하고, 속공으로 밀어붙이지 않으면 이 때문에 여권이 포위·고립될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정권 흔들기’ ‘대선불복’ ‘저주의 굿판’이라는 용어를 동원한 것도 바로 이런 위기의식에서 나온 고강도 속공전략이다.
열린우리당 입장에서는 탈출구는 이 문제를 국회로 다시 끌고 오는 것이다. 천 대표도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려면 한나라당이든, 누가 됐든 폐기법안을 내든가 수정안을 내면 된다”며 야당에 법안을 폐기시킬 것을 요구했다. 논의를 국회 내로 끌어들여오면 수도권 유권자 대 정권이라는 위험한 대치전선에서 탈출하게 되고, 명분으로도 숫자로도 자신들이 논의를 주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속전속결 전략’에 끌려들어서는 탄핵 꼴 난다는 것이 한나라당 인식이다. 폐기 법안을 낼 경우에는 자신들이 다수당일 때 통과시켰던 법안을 스스로 폐기해야 하는 부담도 있을 뿐만 아니라 명시적으로 충청권을 적으로 만들어버릴 위기감도 있다.
그런 만큼 한나라당에서 들이대고 있는 것은 ‘국민합의’다. 여당처럼 절차 문제를 들 것이 아니라 국회 수도이전 특위를 만들어 국민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정치적 계산이 있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끌면 끌수록 우리에게 유리한 이슈인데 우리가 전면에 나설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전선이 수도권 유권자·조선 동아 등 메이저 언론 대 정권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굳이 명분도 없는 한나라당이 전면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 더구나 이 문제에 대해서는 민주노동당도 확고한 ‘우군’이다.
김덕룡 당 대표 대행도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폐기법안을 내고 국회에서 표결하면 그걸로 끝나지 않느냐”면서 “그것은 국가적으로 맞지 않다. 시간이 많으니 천천히 대책을 강구하면 될 것”이라고 말해 ‘지공’ 전략에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런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따른 논쟁은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더욱 비생산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비생산적 논쟁이 오히려 국민의 분열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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