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공세’ 노 대통령에게 부메랑 되나
지지층 내부에도 반대여론 늘어 … 남은 선거에서는 ‘악재’ 가능성
지역내일
2004-07-13
(수정 2004-07-13 오전 11:11:36)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여권의 공세가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최전선에 서 있다.
노 대통령은 1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행정수도 문제와 관련, “수도권과 지방을 대립시켜 신지역주의를 조장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 같다”며 ‘정치적 의도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주문했다. 이날 노 대통령은 ‘정책을 국민에게 설득하기 위해 범정부적으로 노력하라’고 강조했지만, ‘국민들이 공론화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것도 야당과 언론 탓’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이른바 ‘정권의 명운’발언, ‘불신임 운동’ 발언에 이은 제3탄인 셈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벼랑끝 전술’이라고 비판하긴 하지만, 절박감이 느껴진다.
◆낮은 국정수행 지지도가 상호 작용
그러나 노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올인 전략’은 오히려 참여정부 개혁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전선은 여권이 의도하는 것처럼 친노 대 반노, 구태세력 대 개혁세력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열린우리당이 조선·동아 등 언론과 한나라당을 ‘주적’으로 몰아붙이며 중간층을 갈라내려고 애를 쓰지만 이 문제의 배후에는 ‘수도권 주민 대 참여정부’라는 ‘본질적 전선’이 자리잡고 있다.
노 대통령 낮은 지지도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정책수행과 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며 “노 대통령 지지도가 거의 바닥에 와 있는 상황에서 여권이 ‘오로지’ 이 문제에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결국 덫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지도가 낮을 때는 ‘정권의 명운’ ‘불신임’ ‘저주의 굿판’ 같은 언급이 노 대통령의 절박성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오히려 국민을 대상으로 한 ‘떼쓰기’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행정수도 이전 반대 여론 추이를 보면 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층의 의견은 젖혀놓더라도 노 대통령 지지층이나 중간층에서의 반대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내일신문·한길리서치의 6월 12~13일 조사와 7월 3~4일 조사를 비교해보면 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도 23.5%에서 18.7%로 떨어졌지만, 노 대통령 지지층의 행정수도 찬성여론도 75.8%에서 66.2%로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절대 지지층 내부에서도 행정수도 이전 반대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표 참조)
◆다음 대선엔 좋은 영향 미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 문제가 정책실행 뿐 아니라 다가올 각종 선거에도 여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여론조사 전문가 안부근씨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지난 대선과 총선, 6·5 재보선 등 몇 번의 선거에서는 여권에 도움이 되었지만, 지금부터는 거꾸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당장 올 10월이나 내년 4월 치러질 재보선에 그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행정수도 이전 논쟁이 다음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가늠하기 쉽지 않다. 여권 일각에서는 ‘지금 여권이 행정수도 이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다음 대선에 가장 유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행정수도 이전이 실행이 되면 되는대로 안되면 안 되는대로 충청표를 결집시켜 정권 재창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남은 3년반 국정을 발목 잡혀도, 다음 선거에 도움이 되면 된다’는 식의 논리는 별로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수뇌부는 연일 ‘총력전’을 독려하고 있지만, 청와대 등 여권 내부는 오히려 흔쾌하지 않은 기류들이 감지된다.
◆선악의 문제 아닌 선택의 문제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12일 “솔직히 무겁다”며 답답함을 털어놓았다. 대선 당시 이인제씨나 정몽준씨와의 싸움에서는 소수로 몰려도 명분과 신명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 국회에서 법률안이 통과됐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청와대의 한 인사는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3대 특별법에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에 대한 구상들이 다 나와 있는데 이것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행정수도만 부각되고 있다”며 “여기에 청와대가 앞장서서 전선을 날카롭게 하는 것은 오히려 행정수도 이전 추진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통령 자문위원회의 한 인사도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통일 등을 고려하면 균형발전이나 지방분권보다 좀 더 복잡한 문제”라며 “행정수도 이전은 한 템포 늦추고 연관이 있는 균형발전이나 지방분권을 앞세워 진행하는 게 오히려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봉우 기자 bawoo@naeil.com
노 대통령은 1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행정수도 문제와 관련, “수도권과 지방을 대립시켜 신지역주의를 조장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 같다”며 ‘정치적 의도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주문했다. 이날 노 대통령은 ‘정책을 국민에게 설득하기 위해 범정부적으로 노력하라’고 강조했지만, ‘국민들이 공론화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것도 야당과 언론 탓’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이른바 ‘정권의 명운’발언, ‘불신임 운동’ 발언에 이은 제3탄인 셈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벼랑끝 전술’이라고 비판하긴 하지만, 절박감이 느껴진다.
◆낮은 국정수행 지지도가 상호 작용
그러나 노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올인 전략’은 오히려 참여정부 개혁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전선은 여권이 의도하는 것처럼 친노 대 반노, 구태세력 대 개혁세력으로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열린우리당이 조선·동아 등 언론과 한나라당을 ‘주적’으로 몰아붙이며 중간층을 갈라내려고 애를 쓰지만 이 문제의 배후에는 ‘수도권 주민 대 참여정부’라는 ‘본질적 전선’이 자리잡고 있다.
노 대통령 낮은 지지도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정책수행과 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며 “노 대통령 지지도가 거의 바닥에 와 있는 상황에서 여권이 ‘오로지’ 이 문제에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결국 덫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지도가 낮을 때는 ‘정권의 명운’ ‘불신임’ ‘저주의 굿판’ 같은 언급이 노 대통령의 절박성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오히려 국민을 대상으로 한 ‘떼쓰기’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행정수도 이전 반대 여론 추이를 보면 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층의 의견은 젖혀놓더라도 노 대통령 지지층이나 중간층에서의 반대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내일신문·한길리서치의 6월 12~13일 조사와 7월 3~4일 조사를 비교해보면 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도 23.5%에서 18.7%로 떨어졌지만, 노 대통령 지지층의 행정수도 찬성여론도 75.8%에서 66.2%로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절대 지지층 내부에서도 행정수도 이전 반대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표 참조)
◆다음 대선엔 좋은 영향 미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 문제가 정책실행 뿐 아니라 다가올 각종 선거에도 여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여론조사 전문가 안부근씨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지난 대선과 총선, 6·5 재보선 등 몇 번의 선거에서는 여권에 도움이 되었지만, 지금부터는 거꾸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당장 올 10월이나 내년 4월 치러질 재보선에 그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행정수도 이전 논쟁이 다음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가늠하기 쉽지 않다. 여권 일각에서는 ‘지금 여권이 행정수도 이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다음 대선에 가장 유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행정수도 이전이 실행이 되면 되는대로 안되면 안 되는대로 충청표를 결집시켜 정권 재창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남은 3년반 국정을 발목 잡혀도, 다음 선거에 도움이 되면 된다’는 식의 논리는 별로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수뇌부는 연일 ‘총력전’을 독려하고 있지만, 청와대 등 여권 내부는 오히려 흔쾌하지 않은 기류들이 감지된다.
◆선악의 문제 아닌 선택의 문제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12일 “솔직히 무겁다”며 답답함을 털어놓았다. 대선 당시 이인제씨나 정몽준씨와의 싸움에서는 소수로 몰려도 명분과 신명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 국회에서 법률안이 통과됐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청와대의 한 인사는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3대 특별법에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에 대한 구상들이 다 나와 있는데 이것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행정수도만 부각되고 있다”며 “여기에 청와대가 앞장서서 전선을 날카롭게 하는 것은 오히려 행정수도 이전 추진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통령 자문위원회의 한 인사도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통일 등을 고려하면 균형발전이나 지방분권보다 좀 더 복잡한 문제”라며 “행정수도 이전은 한 템포 늦추고 연관이 있는 균형발전이나 지방분권을 앞세워 진행하는 게 오히려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봉우 기자 baw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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