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여론수렴 기능 ‘구멍’

“‘박근혜 패러디’는 같은 편끼리 박수치다 생긴 사고”

지역내일 2004-07-15 (수정 2004-07-15 오전 10:41:39)
청와대의 여론수렴기능에 구멍이 났다. 민심을 읽는 관계자들의 인식의 틀이나 여론을 수렴하는 틀 모두 부분 마비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패러디’ 사건이 단적인 사례다. 네티즌들이 올린 수많은 정보 중 선택하여 청와대 홈페이지 앞부분에 게시한 판단력, 언론의 지적이 있기까지 14시간 이상 그대로 방치된 점, 문제를 제기하는 여론에 대해 초기에 보인 둔감한 반응은 ‘상식의 눈’과 현격한 거리를 노정한 ‘청와대의 눈’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폐쇄적 코드 문화 =여권의 한 인사는 “이번 사태는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같은 여론을 듣고 좋아하고 박수치다가 생긴 일”이라며 “‘끼리끼리’ 문화가 시각을 좁게 만들었다”고 자성했다.
청와대의 ‘폐쇄적 코드 문화’에 대한 문제제기는 일찍부터 있어왔다. 선거 때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참여정부를 지지했던 부산의 한 인사는 “청와대의 상황 판단이 다수 국민들의 상식과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오래됐다”며 “갈수록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적어진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방향을 정하면 일제히 맞추는 청와대 내부의 경향도 문제로 제기된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방향 따르기만을 중시하다보면 여론동향을 계속 살피며 수정을 요구하는 내부의 목소리에 대해서도 편가르기를 하면서, 번역해서 듣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선 여론수렴 기능을 담당하는 청와대 인사들도 “우리끼리 동아리 의식 속에 갇히는 경향이 있다”고 시인했다. ‘사건과 사물을 보는 우리 인식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경계하지만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
하지만 이 인사는 “방어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청와대 사람들은 동류의식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보호논리를 폈다.
그러나 그런 ‘좁은 인식틀’ 때문에 ‘박근혜 패러디’같은 일은 앞으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도 여당과 네티즌들의 의견에는 “한나라당의 홈페이지에도 국가원수인 노무현 대통령을 패러디한 사진들이 숱하게 올라와 있다”며 “왜 청와대만 나무라느냐”는 의견들도 많이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괜히 우리만 가지고 그런다’는 식의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 국민의 정부시절 청와대 홈페이지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이런 인식은 국가를 대표하는 청와대 홈페이지와 정견을 달리는 정당의 홈페이지를 동일하게 생각한 데서 나온 문제”라고 비판했다.
◆과거에는 수시로 모니터 했는데 = 청와대의 여론읽기 문제는 ‘관계자들의 인식의 문제’ 만이 아니다. 여론을 읽는 틀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예전에는 지지도가 떨어지거나 중대한 국면이 되면 청와대에서 여론방향이 왜 그런지, 앞으로 어떻게 갈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물어왔다”며 “참여정부 들어와선 그런 경우가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후보시절부터 노 대통령에게 수시로 여론동향을 보고했던 한 여론조사 전문가도 “수시로 여론조사 전문가들에게 모니터하던 국민의 정부와 비교해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나름대로 여론을 충분히 청취하고 있다는 것. 밖에서 볼 때 여론수렴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파병이나 행정수도 이전 등 주요 정책에 대한 다수 의견을 청와대가 선택하지 않는 것도 한 이유라는 것. 지금 당장 어려워도 중장기적 방향을 가지고 결론을 내린 가치판단의 문제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의 이런 인식에 대해서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인사들도 비판적이다. 참여정부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대통령을 모든 정책 돌파의 최전선에 세우고 나머지는 일제히 뒤에 숨어있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인터넷 여론에 지나치게 기대는 것도 문제
청와대 인사들 가운데는 인터넷 등 미디어 환경이 바뀐 것을 이유로 드는 사람들도 있다. 여론수렴 기능을 담당하는 청와대의 한 인사는 “인터넷의 발달로 미디어 환경이 바뀌었다”며 “인터넷은 지면의 한계나 시간의 제약이 없는 무한대의 시공간을 가지고 있다. 국민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인식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
국민의 정부 청와대 관계자는 “인터넷이 중요한 매체이기는 하지만, 너무 편향되어 있다”며 “작전부대가 만드는 논리를 여론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여론은 자유롭고 민감하기는 하지만 ‘극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공보수석실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국민들이 무엇을 통해서 대통령의 소식을 접하는지 조사를 한 결과 텔레비전 70~80%, 신문은 약 20%, 인터넷은 초창기엔 3~4%였고 임기말에는 7~8% 정도였다”고 말하고 “지금은 조사를 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인터넷이 방송 신문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 사람을 만나서 여론을 청취하는 기능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청와대는 재계나 노동계 등 나름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체감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조선·중앙·동아’ 등 비판적인 언론의 여론도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인사도 “일상적으로 사람을 만나서 반대여론을 청취하고 풀어가는 기능이 약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례 없이 여권에 강한 힘이 실린 상황’에서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갈수록 악화되는 데 대해 다수 국민들과 여론조사 전문가들 그리고 참여정부에 애정을 가진 인사들조차 여론수렴 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인사들은 여전히 다르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청와대와 국민들의 상식이 더 멀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남봉우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