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경제부총리의 화법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최근 들어 목소리 톤이나 사용하는 단어들이 미세하지만 과거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대로 이 부총리 화법은 간단 명료하다.
자신감에 차있을 땐 화려함까지 더해진다. 짧지만 많은 뜻을 담을 수밖에 없다. 독해법이 필요할 때가 많다.
지금은 전성기 때 같은 화려한 수사는 덜 하다. 그러나 정곡을 찌르는 예리함은 녹슬지 않았다. 말 한마디에 세월의 중량감까지 느껴진다는 이도 있다. 꾸미는 말 대신 진중한 언어로 시장에 다가선다는 얘기다. 지난 14일 ''한국여성 경영자총협회 특강''이 바로 그랬다.
“위기는 아니다. 다만 병중에 제일 고치기 어려운 우울증과 무력증에 빠진 환자와 비슷한 상황이다.”
이 부총리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경제 위기론에는 쐐기를 박는 말로 입을 뗐다. 동시에 ''봄기운이 움트고 있다''는 식의 자신에 찬 경기전망을 거뒀다. ''톤''을 바꿔 보다 현실적인 경기진단을 내린 셈이다.
말 바꾸기라는 비난이 나올법했지만 ''우울증에 걸린 환자''는 현재 상황을 가장 적절하게 빗댔다는 평가다.
또 우울증을 고치기 어려운 병이라며 답답한 심경도 함께 얹었다. 경기상황이야 누구보다 잘 알지만 마음먹은 대로 안 되는 현실에 아쉬움을 내비친 대목이었다.
이 부총리는 그러나 ''운동만 잘하면 낫는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우울증을 고칠수 있는 복안이 분명 있음을 은유적으로 암시했다.
이 부총리는 강연에서 또 “정부보고 뭘 해달라고 하지만 가져갈 것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강한 톤으로 “문제는 2세 체제인데 대부분 기술(엔지니어 공부는 안하고) 보다 금융(파이낸스를 공부해) 부문에 강해 기술의 격차를 뚫고 나가는 일은 잘 못한다” 고 지적했다.
경기회복을 위해선 기업들이 분발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특히 2세 기업인들에게 부족한 기업가정신의 부활을 강력 촉구했다. 정부가 해줄 수 있는 한계를 짚어주는 대신 과거 ''재벌 1세대'' 들이 보여줬던 기업가정신을 승계 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현재 우리사회 주력세대로 자리잡은 ''386'' ''485'' 세대들에 대한 이 부총리의 평소 시각도 이날 강연통해 드러났다.
“우리의 주력세대가 경제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정치적 저항을 해야 했던 시대적 한계 때문에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사회에 들어와서 주력이 됐다.”
386세대를 겨냥한 충언이자 고언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 국가의 생산성은 낙타 등과 같다는 후속 표현을 곰곰히 되씹어 보면 담긴 뜻이 단순하진 않다. 풀어보자면, 20살부터 생산성이 올라가 30∼40세에 피크에 이르고 60세가 되면 급격히 내려가게 된다는 게 낙타등 이론.
낙타등 같은 생산성 커브를 고려할 때 주력세대인 35∼40세 사이의 생산성은 적어도 2만5000불 수준이 돼야 국민소득 1만달러가 된다는 논리다. 그럼에도 주역을 담당해야 할 사람들이 정치적 암흑기를 겪으면 자의든 타의든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진단한 셈이다. 주력세대의 역할론을 강조하는 한편으로 주력세대의 경제마인드 부족을 염려하는 부총리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자신감에 차있을 땐 화려함까지 더해진다. 짧지만 많은 뜻을 담을 수밖에 없다. 독해법이 필요할 때가 많다.
지금은 전성기 때 같은 화려한 수사는 덜 하다. 그러나 정곡을 찌르는 예리함은 녹슬지 않았다. 말 한마디에 세월의 중량감까지 느껴진다는 이도 있다. 꾸미는 말 대신 진중한 언어로 시장에 다가선다는 얘기다. 지난 14일 ''한국여성 경영자총협회 특강''이 바로 그랬다.
“위기는 아니다. 다만 병중에 제일 고치기 어려운 우울증과 무력증에 빠진 환자와 비슷한 상황이다.”
이 부총리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경제 위기론에는 쐐기를 박는 말로 입을 뗐다. 동시에 ''봄기운이 움트고 있다''는 식의 자신에 찬 경기전망을 거뒀다. ''톤''을 바꿔 보다 현실적인 경기진단을 내린 셈이다.
말 바꾸기라는 비난이 나올법했지만 ''우울증에 걸린 환자''는 현재 상황을 가장 적절하게 빗댔다는 평가다.
또 우울증을 고치기 어려운 병이라며 답답한 심경도 함께 얹었다. 경기상황이야 누구보다 잘 알지만 마음먹은 대로 안 되는 현실에 아쉬움을 내비친 대목이었다.
이 부총리는 그러나 ''운동만 잘하면 낫는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우울증을 고칠수 있는 복안이 분명 있음을 은유적으로 암시했다.
이 부총리는 강연에서 또 “정부보고 뭘 해달라고 하지만 가져갈 것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강한 톤으로 “문제는 2세 체제인데 대부분 기술(엔지니어 공부는 안하고) 보다 금융(파이낸스를 공부해) 부문에 강해 기술의 격차를 뚫고 나가는 일은 잘 못한다” 고 지적했다.
경기회복을 위해선 기업들이 분발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특히 2세 기업인들에게 부족한 기업가정신의 부활을 강력 촉구했다. 정부가 해줄 수 있는 한계를 짚어주는 대신 과거 ''재벌 1세대'' 들이 보여줬던 기업가정신을 승계 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현재 우리사회 주력세대로 자리잡은 ''386'' ''485'' 세대들에 대한 이 부총리의 평소 시각도 이날 강연통해 드러났다.
“우리의 주력세대가 경제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정치적 저항을 해야 했던 시대적 한계 때문에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사회에 들어와서 주력이 됐다.”
386세대를 겨냥한 충언이자 고언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 국가의 생산성은 낙타 등과 같다는 후속 표현을 곰곰히 되씹어 보면 담긴 뜻이 단순하진 않다. 풀어보자면, 20살부터 생산성이 올라가 30∼40세에 피크에 이르고 60세가 되면 급격히 내려가게 된다는 게 낙타등 이론.
낙타등 같은 생산성 커브를 고려할 때 주력세대인 35∼40세 사이의 생산성은 적어도 2만5000불 수준이 돼야 국민소득 1만달러가 된다는 논리다. 그럼에도 주역을 담당해야 할 사람들이 정치적 암흑기를 겪으면 자의든 타의든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진단한 셈이다. 주력세대의 역할론을 강조하는 한편으로 주력세대의 경제마인드 부족을 염려하는 부총리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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