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살인, 경찰 뭐했나

지역내일 2004-07-20
“부모 잘 만나 떵떵거리며 사는 사람들도, 전과자라고 날 버린 여자들도 모두 죽여 버리고 싶었다.” 무고한 노인과 여성 20명을 참혹하게 살해한 인면수심의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진술이다. 이혼 지병 그리고 가난으로 점철된 34년. 그는 “나를 이렇게 만든 자들에 대한 극렬한 증오 때문에 범행을 했다”며 “여자는 몸가짐 잘하고 부자들도 각성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사회에 대한 증오는 엄청났다. 그는 시신을 모두 토막내 암매장했으며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 방화도 했다. 범죄의 잔혹성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수도 서울 한복판에 사는 그의 이웃은 밤낮없는 모터소리를 전동칫솔 소리인줄 알았다니, 희대의 증오살인 충격에 몸서리치지 않을 수 없다.

경찰 부실수사로 시민 희생 늘었다
희대의 증오살인을 보면서 우리가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기 위해 근무하는 경찰은 무엇을 했느냐는 것이다. 범인이 피살자 손가락 지문을 없애고 DNA검사를 못하도록 방화하는 등 범죄가 치밀했다지만 수도 한복판에서 지난 10개월동안 벌어진 연쇄살인 행각에 이토록 속수무책이었는지 한심스러울 뿐이다. 경찰의 초동 공조수사 부실로 지난해 9월 명예교수 부부 살해사건 이후 이달 초까지 동일범에 의한 살인사건이 계속되는 데도 경찰은 변변한 단서하나 발견하지 못하고 허송세월을 보냈다. 특히 한때 절도혐의로 잡혔던 범인은 증거부족으로 석방됐고 최근에는 경찰의 감시소홀을 틈타 도주한 사실이 있다니 모골이 송연할 뿐이다. 도주 반나절 만에 시민의 도움으로 붙잡은 것이 천만다행이라 하겠다. 부실수사가 무고한 시민의 희생을 늘렸다는 점에서 경찰은 국민에게 백배사죄하고 반성해야한다.
결국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은 살인과 강도 등 강력범죄에 대한 수사체계를 전면적으로 분석하고 허점에 대한 보완을 서둘러야한다. 최근 불특정다수에 대한 범죄가 늘어난다니 수사기법에 대한 수술도 시급하다. 피해자 주변에 대한 탐문수사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현장감식능력 등 과학수사기법 강화와 프로파일러(심리분석관) 등 전문수사인력 양성 등이 시급하다.
경찰의 부실수사와 함께 우리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번 연쇄살인이 반사회적인 증오성 범죄의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살인의 동기가 주로 원한이나 치정 등으로 명확하고 범죄대상도 특정지을 수 있었지만 빈부격차 심화 등으로 사회갈등이 심해지면서 이제는 불특정다수에 대한 범죄가 우려되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밝히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빈곤층의 사회적 박탈감이 공격적으로 표출된 사례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 견해이다.
이번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 어린이 노인 여성 등 이른바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강력범죄가 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마련도 시급하다. 어린이와 여성 그리고 노인 등은 성인 남성에 비해 저항능력이나 판단력이 떨어져 강력사건에 손쉽게 당할 가능성이 크기에 경찰의 강력한 범죄예방노력과 함께 부모나 보호자의 적극적인 예방활동과 협조가 절실하다. 경쟁에서 낙오한 강력범의 경우 범죄에 대한 항거능력이 떨어지는 사회적 약자를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므로 이들 약자들을 보호하려는 국민적 연대감 형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여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시급
한 인간의 비뚤어진 인생이 엽기적 살인이라는 사회적 재앙으로 확산된 배후에는 그의 불우한 청소년기가 있었다는데서 불우청소년에 대한 국가 사회의 배려와 지원이 절실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사회를 뒤흔들었던 연쇄살인사건의 살인범들은 유영철처럼 한결같이 순탄치 못한 청소년기를 보내면서 성격이 비뚤어져갔다. 물론 동정론으로 흘러서는 안되겠으나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국가사회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범죄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독일의 경우 부모가 없거나 가출한 청소년도 가정이 있는 청소년과 똑같은 사회적 배려 속에서 생활한다. 우리도 이제 선진사회로 진입하려면 독일 등 선진국과 똑같이는 할 수 없더라도 모든 청소년이 국가사회의 배려 속에 건강하게 자랄 수 있어야한다. 사회가 건강할 때 강력범죄는 줄어든다.
정 세 용 논설주간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