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 박근혜 새 대표 리더십 ①실체는 있나

헌신성 대중성이 최대무기

지역내일 2004-07-20 (수정 2004-07-20 오전 11:09:06)
19일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의원은 한나라당의 새 대표로 당선됐다. 예상대로 2위와 압도적인 표차다. 한시 대표의 딱지를 떼고 명실상부하게 ‘박근혜식 정치’를 펼 기반을 갖춘 것이다.
박 대표는 대표 수락연설에서 ‘2년이라는 임기 내에 한나라당을 수권정당의 반석 위에 올려놓겠다’고 약속했다. “목숨까지도 아낌없이 바치겠다”고도 했다. 자유민주주의와 국가안보를 전제하기는 했지만, 과거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박 대표에 대한 안팎의 도전 또한 만만찮을 전망이다. 독자적인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대권주자로서 리더십을 검증받을 기회가 온 것이다.
탄핵정국과 총선이라는 ‘위기의 시대’에 박 대표는 무난히 당을 이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리더십의 실체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지 않다. 그의 리더십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에 대한 향수일 뿐’이라고 폄하하는 이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과연 그런가.

◆“홀로 가계 이끌어 가는 헌신적 어머니 모습”
지난 3월부터 100여일 박근혜 대표를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대단히 헌신적이다’고 입을 모은다. 자신을 버릴 줄 아는 ‘헌신성’이야말로 박 대표의 가장 중요한 리더십이라는 것.
이정현 상근부대변인은 “아버지가 없는 어려운 집안에서 열명의 자식을 키우며, 가계를 이끌어가는 홀어머니”로 박 대표를 비유했다. “물려받은 유산도 없이 빚더미에 쌓인 집안을 꾸려가기 위해, 1평짜리 가게도 없이 행상을 하는 어머니와 같다”는 것. 그는 “그렇다고 자신의 고생을 털어놓거나, 자식들이 성공했다고 자랑하지도 않는 헌신적인 어머니의 모습을 박 대표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4·15 총선과 6·5 재·보선에서 건강한 남자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빡빡한 일정을 싫은 표정 하나없이 소화해 냈다고 한다.
4·15 총선을 기획했던 윤여준 전 의원은 일전 “총선 전 3개월짜리 대표를 누가 하겠느냐고 모두 눈치를 볼 때, 박 대표가 ‘당이 이렇게 어려울 때 제가 희생해야 한다면 당연히 하겠다’고 해 깜짝 놀랐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당시 한나라당이 쓸 수 있는 유일한 선거전략은 박근혜 대표를 돌리는 것”이라며 “총선 기간 동안 살인적인 일정을 세웠지만, 한곳도 빠뜨리지 않고 불평한마디 없이 모두 소화해 냈다”고 혀를 내둘렀다. ‘대단한 의지력을 가진, 그러면서도 자기를 희생할 줄 아는 지도자의 자질을 유감없이 보였다’는 게 윤 의원의 평가다.
◆자발적 대중 동원력 가진 정치인
박 대표 또 다른 특장은 ‘전국적 대중성’이다.
5월 18일 광주 망월동 국립묘지에서는 상징적인 장면들이 연출됐다. 유족들이 몰려들어 박 대표의 손을 잡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젊은이들은 연신 박 대표를 찍기 위해 카메라폰을 들이댔다. 한나라당의 불모지 광주에서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환대’를 받았던 것이다.
전국 어디를 가나 박 대표가 가는 곳에는 자발적인 군중이 몰려든다. 박 대표는 3김 이후 일반대중을 자연스럽게 끌고 다니는 몇 안되는 지도자 중 한명이다.
박 대표 대중성의 일차적 근원은 물론 부모의 후광(後光)이다. IMF 이후 박 전 대통령의 향수가 확산되면서 박 대표는 자연스럽게 정치지도자로 부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짠한’ 박 대표의 개인사도 지지자들의 마음을 흔드는 요인이다. 총탄에 부모를 잃은 것과 그 후 ‘불행한’ 가족사가 나이 많은 유권자들의 ‘연민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쏙 빼 닮았다.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은 “박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냉철한 머리 90%와 육영수 여사의 따뜻한 가슴 10%를 가진 것 같다. 주어 동사밖에 사용하지 않는 연설방식도 똑같다”고 말했다. 박근혜 하면 자연스럽게 박정희 전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박 대표 스스로가 만든 ‘대중성’도 있다. 이른바 ‘감성정치’라는 시대적 조류와 흐름을 같이 하는 박 대표의 행보가 그것이다. 박 대표의 일반적 이미지는 ‘부드럽다’는 것이다. 여성이라는 것도 득표요인이다. 대중적이지만 천박하지도 않다.
윤여준 전 의원은 “군중 속에서 자연스럽게 악수하고 포옹하지만, 절대 기품을 잃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면서도 남다른 듯한 박 대표에게 한번 더 눈을 돌린다.
20~30대에게도 박 대표는 스타다. 베일에 싸인 신비한 존재인 ‘로얄페밀리’ 출신이라는 것, 제1당의 여성대표라는 것이 젊은층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원칙’과 ‘기다림’이라는 상품성
한번 약속한 것은 끝까지 지키는 원칙과 때를 기다릴 줄 아는 냉철함도 박 대표 리더십의 한 부분이다.
박 대표는 4·15 총선 당시 네거티브전략(negative campaign)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날 때까지 이 약속을 지켰다. 당내 비주류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상생정치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모습도 보였다. 야당 지도자로서는 쉽지 않은 ‘덕목’을 갖춘 셈이다.
박 대표는 자신이 나설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때는 말없이 조용히 기다린다. 감정의 기복도 잘 보이지 않는다. 많은 정치인들이 ‘조급증’ 때문에 실수를 하는 것과 확실한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박 대표를 취재한 모 언론인은 ‘기다림의 정치를 몸으로 체득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지역의 모 전직 국회의원은 “박 대표의 ‘원칙’과 ‘기다림’은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준다”고 평가했다. 국가 지도자들의 ‘불안한 언행’과 대비되는 박 대표의 상품성이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표가 짧은 시간 내에 당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는 계파를 만들지 않는 용인술(用人術)에서 찾을 수 있다. 박근혜 대표는 ‘계파정치는 새 정치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박 대표 주위에는 그 흔한 특보와 측근이 없다.
당 안팎에서는 이회창 총재와 최병렬 대표가 몰락한 것은 계파의 장벽에 싸여 합리적인 노선을 받아들이지 못한데 있다며 비교 평가하곤 한다.

박 대표의 리더십은 분명 실체가 있다. 그 실체가 오늘의 박근혜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박 대표의 리더십이 긍정적인 측면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멀리 여당을 보지 않더라도, 당내의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이명박 서울시장이나 손학규 경기지사측에서는 ‘박근혜는 절대 대선 후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만큼 약점이 있다는 얘기다.
박 대표의 장점인 ‘아버지’ ‘여성’ ‘대구·경북’ 출신은 거꾸로 ‘장애’이기도 하다.

/백왕순 기자 wspaik@naeil.com

※ 박근혜 리더십의 한계와 과제는 내일자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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