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승부수
성한표 언론인
일부 보수신문과 청와대의 관계가 최근 극도로 악화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8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겨냥, “서울 한복판인 정부 청사 앞에 거대한 빌딩을 가진 신문사들이 행정수도 반대 여론을 주도한다.” 면서 행정수도 이전 반대론을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운동, 퇴진 운동’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지난 10일 조선일보의 ‘김대중 칼럼’은 노 대통령이 “나 노무현을 믿고 따를래? 아니면 저 기득권 신문의 말을 믿을래?”하는 식으로 선택을 강요한다고 비난하면서 “노 대통령의 말을 두고 시비를 하는 일은 이제 식상해 졌다”고까지 말했다. 말다툼으로서는 이제 갈 데까지 갔다는 느낌을 준다.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것은 사실은 엄청나게 큰일이다. 2002년 대선당시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제시되었을 때만 해도 그 필요성에 대한 합의를 거쳐, 이전 대상지를 결정하는 일이 어느 한 대통령의 임기 내에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충청도 표를 의식한 ‘선거용’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었다. 행정수도 이전이 실제상황으로 추진되면서 논란은 뒤늦게 불이 붙었는데, 이 문제에 대한 대 토론은 어차피 한 번은 거치고 지나가야 할 과정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노 대통령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기득권에 집착하는 두 신문이 광화문에 가진 고층빌딩의 부동산 가치하락을 막기 위해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한다는 식의 말은 사회 원로들까지 나선 추진 반대 움직임뿐만 아니라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큰일 자체를 대통령이 너무 가볍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비치게 한다. 더욱이 대통령 탄핵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행정수도 이전 추진이 탄핵사유가 되지도 않는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는 보수신문들을 가리켜 대통령 퇴진운동을 하고 있다는 그의 주장은 과잉방어라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대통령의 조선 동아 공격 숨은 뜻은…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통합해 내고, 대립하고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할 대통령 자리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대립을 조성하고, 사회를 분열시킨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것이 결코 그의 말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인 발언이라는 사실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다.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노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의도적으로 했다면, 그것은 무엇 때문인가?
노 대통령은 여러 면에서 전임 대통령들과는 다르다. 그는 역대 대통령들이 통치 수단으로 활용해왔던 수사 및 정보기관들을 더 이상 통치에 이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노 대통령은 검찰 총수를 불러 지시를 내리기 보다는 일선 검사들과 논쟁하는 길을 선택했다. 정보기관 책임자와의 독대를 통한 정보 청취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향력이 큰 일부 신문들과는 협력보다는 싸움 쪽을 택했다.
노 대통령의 이와 같은 통치 방식은 그를 대통령 자리로까지 밀어 올린 열성 지지 세력과 관계가 있다. 각종 인터넷 매체를 통해 의제 설정과 토론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은 해방 이후 60년 동안 한국 사회를 이끌어 온 주도세력과 주도적 문화를 거부한다. 이들은 행정, 입법, 사법 등 국정을 맡은 사람들이 당연시했던 각종 특권과 특혜, 그리고 통치 관행의 철폐를 요구한다. 이들은 이전까지 의제 설정과 토론을 주도해 온 보수적 신문들에 대한 강력한 안티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노 대통령은 이들을 가장 강력한 통치기반으로 인정함으로써 대통령으로서 전혀 다른, 신선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대통령으로서 낡은 통치 시스템과 낡은 정치 문화, 그리고 낡은 의식을 흔들고 허무는 일에 몰두함으로써 그는 탄탄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기득권층과의 타협이 아니라 이들과의 싸움을 통해 강화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전임자들의 낡은 통치 수단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한 노 대통령이 이에 대체할만한 강력한 통치수단을 구축하지 못했다는데 있다.
행정수도 이전은 주도세력 교체 지름길
더욱이 그의 관료사회 장악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노 대통령을 탄생시킨 세력이 정치 사회 경제의 큰 변화를 요구하고 있어 안정을 추구하는 관료사회와 자연스럽게 접목되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전통적 통치수단을 거부하고, 첨예한 논쟁에 직접 뛰어드는 노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에 관료사회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이 관료사회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일반적인 인식은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 자체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뜨리게 된다.
전통적인 통치수단도, 관료사회에 대한 장악력도 갖추지 못한 노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국가적 대사를, 그것도 영향력 있는 보수신문들을 적으로 돌리면서 추진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이야말로 지금까지 나라 경영을 주도해 온 기득권층을 제압하고 주도세력을 교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행정수도 이전과 같은 일은 보수신문이 대표하는 기득권층과의 격렬한 전선을 형성하는 방식이 아니면,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는 그의 판단이 이번과 같은 정치적 승부수로 나타났다고 하겠다.
성한표 언론인
일부 보수신문과 청와대의 관계가 최근 극도로 악화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8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겨냥, “서울 한복판인 정부 청사 앞에 거대한 빌딩을 가진 신문사들이 행정수도 반대 여론을 주도한다.” 면서 행정수도 이전 반대론을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운동, 퇴진 운동’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지난 10일 조선일보의 ‘김대중 칼럼’은 노 대통령이 “나 노무현을 믿고 따를래? 아니면 저 기득권 신문의 말을 믿을래?”하는 식으로 선택을 강요한다고 비난하면서 “노 대통령의 말을 두고 시비를 하는 일은 이제 식상해 졌다”고까지 말했다. 말다툼으로서는 이제 갈 데까지 갔다는 느낌을 준다.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것은 사실은 엄청나게 큰일이다. 2002년 대선당시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제시되었을 때만 해도 그 필요성에 대한 합의를 거쳐, 이전 대상지를 결정하는 일이 어느 한 대통령의 임기 내에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충청도 표를 의식한 ‘선거용’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었다. 행정수도 이전이 실제상황으로 추진되면서 논란은 뒤늦게 불이 붙었는데, 이 문제에 대한 대 토론은 어차피 한 번은 거치고 지나가야 할 과정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노 대통령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기득권에 집착하는 두 신문이 광화문에 가진 고층빌딩의 부동산 가치하락을 막기 위해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한다는 식의 말은 사회 원로들까지 나선 추진 반대 움직임뿐만 아니라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큰일 자체를 대통령이 너무 가볍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비치게 한다. 더욱이 대통령 탄핵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행정수도 이전 추진이 탄핵사유가 되지도 않는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는 보수신문들을 가리켜 대통령 퇴진운동을 하고 있다는 그의 주장은 과잉방어라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대통령의 조선 동아 공격 숨은 뜻은…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통합해 내고, 대립하고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할 대통령 자리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대립을 조성하고, 사회를 분열시킨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것이 결코 그의 말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인 발언이라는 사실은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다.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노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의도적으로 했다면, 그것은 무엇 때문인가?
노 대통령은 여러 면에서 전임 대통령들과는 다르다. 그는 역대 대통령들이 통치 수단으로 활용해왔던 수사 및 정보기관들을 더 이상 통치에 이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노 대통령은 검찰 총수를 불러 지시를 내리기 보다는 일선 검사들과 논쟁하는 길을 선택했다. 정보기관 책임자와의 독대를 통한 정보 청취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향력이 큰 일부 신문들과는 협력보다는 싸움 쪽을 택했다.
노 대통령의 이와 같은 통치 방식은 그를 대통령 자리로까지 밀어 올린 열성 지지 세력과 관계가 있다. 각종 인터넷 매체를 통해 의제 설정과 토론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은 해방 이후 60년 동안 한국 사회를 이끌어 온 주도세력과 주도적 문화를 거부한다. 이들은 행정, 입법, 사법 등 국정을 맡은 사람들이 당연시했던 각종 특권과 특혜, 그리고 통치 관행의 철폐를 요구한다. 이들은 이전까지 의제 설정과 토론을 주도해 온 보수적 신문들에 대한 강력한 안티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
노 대통령은 이들을 가장 강력한 통치기반으로 인정함으로써 대통령으로서 전혀 다른, 신선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대통령으로서 낡은 통치 시스템과 낡은 정치 문화, 그리고 낡은 의식을 흔들고 허무는 일에 몰두함으로써 그는 탄탄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기득권층과의 타협이 아니라 이들과의 싸움을 통해 강화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전임자들의 낡은 통치 수단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한 노 대통령이 이에 대체할만한 강력한 통치수단을 구축하지 못했다는데 있다.
행정수도 이전은 주도세력 교체 지름길
더욱이 그의 관료사회 장악력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노 대통령을 탄생시킨 세력이 정치 사회 경제의 큰 변화를 요구하고 있어 안정을 추구하는 관료사회와 자연스럽게 접목되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전통적 통치수단을 거부하고, 첨예한 논쟁에 직접 뛰어드는 노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에 관료사회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이 관료사회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일반적인 인식은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 자체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뜨리게 된다.
전통적인 통치수단도, 관료사회에 대한 장악력도 갖추지 못한 노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국가적 대사를, 그것도 영향력 있는 보수신문들을 적으로 돌리면서 추진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이야말로 지금까지 나라 경영을 주도해 온 기득권층을 제압하고 주도세력을 교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행정수도 이전과 같은 일은 보수신문이 대표하는 기득권층과의 격렬한 전선을 형성하는 방식이 아니면,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는 그의 판단이 이번과 같은 정치적 승부수로 나타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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