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교 평준화 ‘유지·보완’으로 가닥
전교조·교육단체, 현 제도 유지·확대 주장 … 인문계 고교 중 54.5%, 학생 중 70.5% 적용 받아
지역내일
2004-07-20
(수정 2004-07-21 오후 12:31:04)
그동안 정·재계와 경제부처 일각에서 고교평준화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교 평준화가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범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반해 교육계는 평준화 폐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평준화 폐지는 대입을 둘러싸고 나타나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초·중학생으로까지 확산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같은 논란은 청와대와 교육부가 유지·보완으로 교통정리에 나서면서 수면아래 잠복해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대규모 설문조사에 나서면서 최근 잠잠했던 고교 평준화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는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연말까지 종합적인 평준화제도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교조·교육단체 등이 대입제도 변화없는 평준화제도의 변화는 폐지와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어 평준화 논란 2라운드가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올 하반기 고교 평준화 문제가 교육계 최대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불안한 학부모들 =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홍모 씨는 중 3짜리 딸아이를 어느 고등학교에 진학시킬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홍씨의 딸은 일명 상위 5%에 속하는 수재다. 추첨을 통해 일반 고등학교에 보내자니 왠지 불안해 외고에 진학시키거나 대안교육 성격을 가진 지방 명문고 진학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여름방학에 접어들면서 상위권 중 3 자녀를 둔 학부모 중 상당수가 홍씨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평준화가 해제되면 집에서 가까운 명문고를 선택할 수 있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성적이 낮은 아이들과 함께 다니는 학교에서 하향 평준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학부모들도 상당수다.
◆ 끊이지 않는 논란 = 이같은 고교평준화 논란은 평준화가 도입된 1974년 이후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문제다.
그러나 이 문제가 사회문제로 본격 부각된 것은 지난해 정·재계와 경제부처 등에서 평준화 폐지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면서부터다.
이들은 평준화가 국가성장과 경쟁력강화를 막고 있는 장애물이라고 지목했다. 또 교실붕괴와 사교육비 그리고 부동산 거품의 주범이 평준화라면서 공공연히 폐지를 주장했다.
이에 반해 교육계는 교육의 형평성과 기회균등을 보장해야 한다며 평준화를 유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들은 평준화 폐지는 망국병으로 불리고 있는 대학입시 과열과 사교육 팽배현상이 고입으로까지 확산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평준화제도가 도입된 1974년 이전 우리 사회에는 지금의 ‘고 3병’과 같이 건강장애, 정서불안, 신경증 등을 유발시키는 일명 ‘중 3병’이 만연해 있었다.
또 당시 중학교 학생의 약 30%가 과외수업을 받았으며 지방에서 서울·부산 등 대도시 중학교로 전입한 학생이 1만5000여명에 달했고, 고입을 위한 재수생까지 양산했다.
양측의 팽팽한 대결구도는 청와대와 교육부가 교통정리에 나서면서 급격히 ‘평준화 유지’로 정리돼 수면 아래로 잠복했다.
물론 평준화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최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교육개혁을 위해서는 ‘경쟁과 선택’이라는 원칙하에 ‘자립형 공립학교 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며 사실상 평준화제도를 부인했다.
또 전경련을 중심으로 한 재계도 평준화제도에 대한 의문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어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보완이냐 확대냐 = 평준화 유지에 힘이 실리자 그동안 한목소리를 내던 교육계는 제도를 보완하자는 쪽과 현제도를 확대하자는 입장으로 나뉘어 2라운드 논란을 벌이고 있다.
교육부는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 지난 7일부터 학부모, 학생, 교사, 교수, 연구기관 연구원, 교육부·교육청 담당자 등 2만800명을 대상으로 평준화 정책의 실태와 요구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23일 까지 실시되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정책에 반영되고, 하반기 실시하는 고교체계 변경 정책연구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교육부, ‘보완 불가피’ = 이번 설문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평준화제도는 어떤 형태로든 손질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의 정책방향은 선지원-후추첨 확대, 특성화고·대안학교·자율학교 활성화, 자립형사립고 도입, 영재교육 강화, 수준별 이동수업 정착, 집중이수 과정 설치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평준화 제도의 기본 틀을 유지하되 교육의 ‘형평성’ 및 ‘수월성’의 적절한 조화를 위해 제도의 역동성을 높임으로써 다양하고 높은 교육욕구에 부응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가 이같은 정책방향을 밀고 나갈 수 있는데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평준화제도 보완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이유가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보완에 대한 안병영 교육부총리의 의지가 강한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보완을 반대하고 있는 전교조와 함께 교육계의 또 다른 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 한국교총이 ‘보완’ 입장을 가진 것도 교육부로서는 큰 원군이다.
◆학부모 여론조사 = 올 초 교육개발원은 학생, 학부모, 교사, 교수 등 1018명을 대상으로 평준화정책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전체 응답자 10명 중 아홉명이 현행 평준화 제도의 변화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8.6% 만이 ‘유지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반해 60.5%는 ‘기본틀은 유지하되 일부 보완·수정돼야 한다’고 답했으며 30.9%는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중 수정·보완을 요구했던 응답자들 중 25.6%는 방안으로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 대안학교, 영재학교 등 특성화된 학교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 뒤를 이어 공립학교는 평준화를 유지하되 사립학교는 학생선발, 교육과정 등을 특성화해야 한다(19.7%)거나 학교 안에서 능력에 따른 수준별 교육을 해야 한다(17.7%)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서울 강남권 학교인 서울 S고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등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보완’ 아니라 ‘폐지’ = 그러나 평준화제도를 보완한다는 교육부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반대 입장의 가장 전면에 나선 것은 전교조. 전교조는 평준화 폐지는 물론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정·보완대책이 결국 평준화를 무력하게 만들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전교조 송원재 대변인은 “교육부가 유지를 기본으로 보완하겠다고 하는데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교육부는 입시 경쟁이 부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명문고 부활, 고교서열화는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평준화를 실시하고 있는 지역은 서울 등 7개 특별·광역시와 5개도 23개시다. 전남 목포, 여수, 순천이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고 강원, 충남, 경북에서는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인문계 고교의 54.5%, 학생의 70.5%가 평준화 제도의 적용을 받고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이에 반해 교육계는 평준화 폐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평준화 폐지는 대입을 둘러싸고 나타나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초·중학생으로까지 확산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같은 논란은 청와대와 교육부가 유지·보완으로 교통정리에 나서면서 수면아래 잠복해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대규모 설문조사에 나서면서 최근 잠잠했던 고교 평준화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는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연말까지 종합적인 평준화제도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교조·교육단체 등이 대입제도 변화없는 평준화제도의 변화는 폐지와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어 평준화 논란 2라운드가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올 하반기 고교 평준화 문제가 교육계 최대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불안한 학부모들 =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홍모 씨는 중 3짜리 딸아이를 어느 고등학교에 진학시킬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홍씨의 딸은 일명 상위 5%에 속하는 수재다. 추첨을 통해 일반 고등학교에 보내자니 왠지 불안해 외고에 진학시키거나 대안교육 성격을 가진 지방 명문고 진학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여름방학에 접어들면서 상위권 중 3 자녀를 둔 학부모 중 상당수가 홍씨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평준화가 해제되면 집에서 가까운 명문고를 선택할 수 있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성적이 낮은 아이들과 함께 다니는 학교에서 하향 평준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학부모들도 상당수다.
◆ 끊이지 않는 논란 = 이같은 고교평준화 논란은 평준화가 도입된 1974년 이후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문제다.
그러나 이 문제가 사회문제로 본격 부각된 것은 지난해 정·재계와 경제부처 등에서 평준화 폐지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면서부터다.
이들은 평준화가 국가성장과 경쟁력강화를 막고 있는 장애물이라고 지목했다. 또 교실붕괴와 사교육비 그리고 부동산 거품의 주범이 평준화라면서 공공연히 폐지를 주장했다.
이에 반해 교육계는 교육의 형평성과 기회균등을 보장해야 한다며 평준화를 유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들은 평준화 폐지는 망국병으로 불리고 있는 대학입시 과열과 사교육 팽배현상이 고입으로까지 확산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평준화제도가 도입된 1974년 이전 우리 사회에는 지금의 ‘고 3병’과 같이 건강장애, 정서불안, 신경증 등을 유발시키는 일명 ‘중 3병’이 만연해 있었다.
또 당시 중학교 학생의 약 30%가 과외수업을 받았으며 지방에서 서울·부산 등 대도시 중학교로 전입한 학생이 1만5000여명에 달했고, 고입을 위한 재수생까지 양산했다.
양측의 팽팽한 대결구도는 청와대와 교육부가 교통정리에 나서면서 급격히 ‘평준화 유지’로 정리돼 수면 아래로 잠복했다.
물론 평준화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최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교육개혁을 위해서는 ‘경쟁과 선택’이라는 원칙하에 ‘자립형 공립학교 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며 사실상 평준화제도를 부인했다.
또 전경련을 중심으로 한 재계도 평준화제도에 대한 의문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어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보완이냐 확대냐 = 평준화 유지에 힘이 실리자 그동안 한목소리를 내던 교육계는 제도를 보완하자는 쪽과 현제도를 확대하자는 입장으로 나뉘어 2라운드 논란을 벌이고 있다.
교육부는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 지난 7일부터 학부모, 학생, 교사, 교수, 연구기관 연구원, 교육부·교육청 담당자 등 2만800명을 대상으로 평준화 정책의 실태와 요구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23일 까지 실시되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정책에 반영되고, 하반기 실시하는 고교체계 변경 정책연구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교육부, ‘보완 불가피’ = 이번 설문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평준화제도는 어떤 형태로든 손질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의 정책방향은 선지원-후추첨 확대, 특성화고·대안학교·자율학교 활성화, 자립형사립고 도입, 영재교육 강화, 수준별 이동수업 정착, 집중이수 과정 설치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평준화 제도의 기본 틀을 유지하되 교육의 ‘형평성’ 및 ‘수월성’의 적절한 조화를 위해 제도의 역동성을 높임으로써 다양하고 높은 교육욕구에 부응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가 이같은 정책방향을 밀고 나갈 수 있는데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평준화제도 보완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이유가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보완에 대한 안병영 교육부총리의 의지가 강한 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보완을 반대하고 있는 전교조와 함께 교육계의 또 다른 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 한국교총이 ‘보완’ 입장을 가진 것도 교육부로서는 큰 원군이다.
◆학부모 여론조사 = 올 초 교육개발원은 학생, 학부모, 교사, 교수 등 1018명을 대상으로 평준화정책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전체 응답자 10명 중 아홉명이 현행 평준화 제도의 변화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8.6% 만이 ‘유지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반해 60.5%는 ‘기본틀은 유지하되 일부 보완·수정돼야 한다’고 답했으며 30.9%는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중 수정·보완을 요구했던 응답자들 중 25.6%는 방안으로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 대안학교, 영재학교 등 특성화된 학교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 뒤를 이어 공립학교는 평준화를 유지하되 사립학교는 학생선발, 교육과정 등을 특성화해야 한다(19.7%)거나 학교 안에서 능력에 따른 수준별 교육을 해야 한다(17.7%)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서울 강남권 학교인 서울 S고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등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보완’ 아니라 ‘폐지’ = 그러나 평준화제도를 보완한다는 교육부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반대 입장의 가장 전면에 나선 것은 전교조. 전교조는 평준화 폐지는 물론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정·보완대책이 결국 평준화를 무력하게 만들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전교조 송원재 대변인은 “교육부가 유지를 기본으로 보완하겠다고 하는데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교육부는 입시 경쟁이 부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명문고 부활, 고교서열화는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평준화를 실시하고 있는 지역은 서울 등 7개 특별·광역시와 5개도 23개시다. 전남 목포, 여수, 순천이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고 강원, 충남, 경북에서는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인문계 고교의 54.5%, 학생의 70.5%가 평준화 제도의 적용을 받고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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