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 기업지배구조개선, 요원한가

지역내일 2004-07-27
긴급점검 - 기업지배구조개선, 요원한가

최근 대표적인 이동통신 사업자 SK텔레콤이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다. 최태원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와이더덴닷컴 주식 매수를 통해 최 회장으로 하여금 (주)SK지분 확보용 현금을 마련해 주려한 까닭이다. 비난이 일자 SK텔레콤은 서둘러 계획을 보류했지만 이미 투명경영 기조는 크게 훼손된 뒤였다. 이 회사는 최근 시가총액 1위 자리를 포스코에게 내준데다 연일 주가는 바닥을 향해 내려꽂히고 있다. SK그룹이라면 불과 1년전 SK글로벌을 통한 분식회계로 한국 경제에 큰 주름살을 가져온 장본인이고 소버린이라는 외국계 펀드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은 첫 재벌이다. 왜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걸까. 우리나라 지배구조개편 논의는 어디까지 와 있는가.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는 무엇 : 우리나라에서 기업지배구조라는 것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아직 세워지지 않았다. 다만 회계 투명성 강화, 주주 중시 경영 등 주식회사로서의 역할에 얼마나 충실한가 여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현격하게 낮은 우리나라 기관투자자 비중은 기업지배구조개선을 더디게 만드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2002년 미국에서는 이미 기관투자자 비중이 50%를 넘어섰지만 우리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불과 몇 %의 지분을 가진 총수가 상호출자라는 거미줄을 통해 그룹 전체를 호령하는 상황에서 기관투자자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미 증시 절반은 외국인이 가져갔고 그 절반은 개인 투자자들이 점령했다. 지금처럼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을 때야말로 기관투자자 지분을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지만 아직 정치권에서는 논의 방향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집단소송제는 갖은 장벽을 뚫고 겨우 도입은 됐지만 2005년이 돼야 시행됨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재계 일부는 집단소송제 도입 대신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없애자고 주장하고 있다.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을 6년마다 교체토록 의무화한 외감법 개정에 대해서도 업계 반발이 만만찮다. 기업은 비용증가와 기밀 누설을 우려하고 회계법인은 󰡐얼마나 잘되나 두고 보자󰡑며 팔짱을 끼고 있다. 한 대형 회계법인 부대표는 󰡒보험도 안 들어주는 외부감사 업무는 갈수록 줄이고 컨설팅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억지제도󰡑탓에 유능한 회계사들이 외부감사 업무를 맡지 않는다는 으름장이다.

종원원들이 주주로서의 책임과 권리를 적극 행사할 수 있는 사원주주제는 지난주에야 겨우 첫 국제 심포지엄을 열고 적극 도입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전경련 등 경영자 단체에서는 우리사주 조합의 참여 폭을 늘리는 문제조차 심각한 경영권 위협으로 느낄 만큼 시각차가 크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 부장은 󰡒단 몇 %의 지분을 들고도 전횡을 일삼는 재벌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기업지배구조개선 논의는 요원하다󰡓고 말했다.

- 엔론 사태 이후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중점을 뒀던 미국도 움직임이 심상찮다.

캘퍼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공적 연기금으로 각종 기업지배구조개선 작업을 위한 선도적 투자자(주주) 역할을 해왔다. 때로는 캘퍼스 이사들이 모조리 (다소 개혁적인) 민주당원이거나 노조 가입자라는 이유로 이념 논쟁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캘퍼스는 1997년 이후 미국 기업들의 지배구조개선 작업에 혁혁한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깝게는 지난 6월 27일 미국의 대표적인 재벌인 인저솔-랜드를 대상으로 해마다 이사들이 재신임 받도록 규정을 개선하는데 직접 영향을 미친 것이 바로 캘퍼스다. 캘퍼스가 이 제안을 내놓고 통과되도록 압력을 넣었기 때문이다. 그런 캘퍼스의 입장에 변화가 일고 있다.

강력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활동적인 미국 투자자인 캘퍼스가 기업 지배구조 관련 강경 입장을 갖고 있던 기존 정책에서 다소 목소리를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강경한 지배구조 관련 입장이 기업 생산성에 저해된다고 인정한 까닭이다.

1700억 달러 규모의 캘리포니아주 퇴직연금기금인 캘퍼스의 고위 관계자들은 전략적 수정에 대해 다음주 사호 호수 휴양소에서 이틀간의 토론을 가질 예정이다.
미국내 최대규모이자 가장 활동적인 이 공공연금기금 캘퍼스의 입장 변화는 비즈니스계에 큰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전망된다.

캘퍼스는 월요일 오후 아서 레비(전 CEO의장)를 포함한 업계 권위자들을 초청, 이사회 세미나에서 연설을 들을 계획이다. 이들은 캘퍼스를 치하하면서도 좀더 합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요구할 것으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주동안 캘퍼스 이사회 멤버들은 이 펀드의 전술에 대해 의문을 표시해왔다. 스티브 웨슬리, 캘퍼스 의장(director)은 ‘캘퍼스가 너무 많이 나갔다’고 지난달 FT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우리는 옳은 일을 하려 애쓰지만 그 방법이 잘못됐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스티븐 데이비스(글로벌 프록시 와치 편집장, 미국 기업지배구조 컨설턴트)는 “캘퍼스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이 펀드는 가던 길을 계속 갈 수도 있고 전통적인 방식의 리더십 역할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캘퍼스는 그 동안 미국 회사들에서 각종 스캔들이 넘쳐난 후로 규정 개선 작업 역할을 해온 투자자의 리더격이었다.

직전까지 캘퍼스는 시장 수익률을 하회하는 특정 회사들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올해 션 해리건이 회장으로 취임한 후에는 회계사들에게 회계 이외의 업무인 절세, 경영 컨설팅 등을 맡긴 각 회사들의 이사회 이사 연임 반대표 던지기에 주력해왔다. 이런 행위가 사베인스-옥슬리법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캘퍼스는 이런 관행이 회계사들의 이해상충을 야기한다고 믿고 있다.

이처럼 기업지배구조에 대해 강경입장을 취한 결과, 최근 연례 주주모임에서 캘퍼스는 3000여 회사의 90% 이사들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3월에는 회계 업무 이외의 역할을 맡기기 위해 회계사를 고용할 당시 이사회에 앉아 있었다는 이유로 코카콜라 이사인 워렌버핏의 재선임에 반대했다가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버핏은 주주 권리 옹호의 대변자라고 광범위하게 인정되고 있다.

팻 마흐 캘퍼스 대변인은 이번 입장 변경이 회계사에 대한 정책으로부터 배운 바도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캘퍼스가 앞으로도 기업회계구조 개혁을 반대하려는 로비스트 그룹 비판역할을 게을리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지배구조개선센터 정광선 원장 :

󰡒40점짜리 지배구조, 그래도 희망은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 정광선 원장이 매긴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 성적표다. 싱가포르, 홍콩은 물론 인도보다도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 정 원장 평가다. 그룹 총수가 지분보다 더 많은 의결권 행사로 대표되는 지배구조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그렇지만 정 원장은 󰡒그래도 앞으로는 낙관적󰡓이라며 희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집단소송제 도입, 사외이사 과반수 확보 의무화, 회계법인 주기적 교체 등 제도 도입과 배임·횡령 등 경제사범 처벌에 검찰이 적극적 입장으로 바뀌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외부감사법 개정 때문에 유능한 회계법인이 외부감사를 맡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우수한 기업일수록 우수한 회계법인을 선임하고 회계법인 또한 건전한 기업을 찾으려는, 외부감사의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실제로 회계개혁 내용을 담고 있는 사베인스-옥슬리법을 시행중인 미국의 경우 올 들어 외감업체 선별 양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79개사와 계약을 종료한 대신 17개사를 신규 계약한 󰡐어니스트&영󰡑의 경우처럼 회계법인이 외부감사 업무를 법적 분쟁이 휘말릴 위험이 적은 업체로 골라내는 것이다.
󰡒그 동안 제도적 결함도 문제였지만 있는 규정조차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 것이 더 큰 문제였다󰡓고 정 원장은 덧붙였다.
올해 처음으로 국민연금이 1300억원대 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를 조성, 운용하고 있지만 손발이 묶인 상태라고 정 원장은 말했다. ‘적대적 인수 의사’를 밝히면 안된다는 것이다. 기존 경영진에게 위협이 되지 못하는 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가 과연 이름값을 하겠냐고 정 원장은 되물었다. 또 지금 정계에서 연기금의 증시투자 확대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지만 현행 제도가 허용하고 있는 투자상한선마저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이 같은 논의는 공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원장이 이끌고 있는 지원센터는 이 같은 문제 해결 첫 단계로 올해 처음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 책자를 만들어 배포에 나섰다. 다른 나라와 달리 연기금이 자체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기업지배구조 관련에서부터 자본구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내용들을 여럿 담고 있으며 현재 기관을 상대로 배포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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