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대구 최대의 재래시장인 서문시장. 낮 최고 기온이 33.4℃까지 올라간 찜통더위 탓인 지 시장 안은 활기가 없어 보였다. 상인들은 더위와 휴가철 탓만은 아니라고 했다. 평소에도 이렇게 한산하다는 것이었다. 시장통을 지나가다 보면 너무 한산해 어깨를 부대낄 일이 없었다. 군데군데 빈 점포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오후 5시에 만난 60대 상인은 아침 10시에 나와 아직 가방 한 개도 못 팔았다며 진열된 상품을 철거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 노점상 노인은 기자의 인터뷰 시도에 신경질부터 냈다.
“정치 같은 거 물어볼라 카면 아예 치우소. 살기도 힘든 판에 정치는 무슨…. 그놈이 그놈이고 맨 날 똑같지. 지들이 우리 서민들 심정을 알기나 하나.”
이 노인은 인터뷰 도중 찾은 손님에게 5000원짜리 가방을 하나 팔자 다소 나아진 기분으로“국회를 해산하면 우리나라가 잘 될까, 그 전에는 희망이 없소. 열심히 일하는 서민들이 최소한 밥은 먹게 해줘야 할 게 아니요”라며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장식용 가구와 소품을 파는 60대 후반의 정 모씨는 “젊은 사람들이 대통령 잘 뽑아놨으니 그대로 잘 하겠지. 그런데 젊은 사람들이 너무 모르는 것 같아. 나(나이)많은 사람들은 다 반대요”라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통령후보로 나올 때 일자리 많이 만든다고 캐놓고 맨날 말 실수나 하고 싸움질만 하는 것으로 보이니 뭐가 되겠냐”고 말했다. 그는 “하기야 어떤 놈이 했더라도 별것 있었겠냐. 나라 밑천이 이것 밖에 안되는데”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나이든 사람들은 노 대통령 반대요”
꽃집 종업원으로 일하는 김 모(25)씨는 “말만 많은 배부른 정치인들이 맨날 몸으로 부딪치며 살아가는 배고픈 서민들 사정을 알기나 한데요?”라고 되물었다. 김씨는 “아직도 정치인에게 경제 살려주길 기대하는 사람이 있읍니꺼”라고 비꼬았다.
이불집을 운영하는 30대 후반의 김 모씨는 노 대통령의 정국운영에 대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 “모든 것을 순리대로 하면 국민들이 덜 불안할텐데 감정대립으로 몰고 가는 인상을 주고 있어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문제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불안한 정국운영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굳이 대구 경제가 어려운 원인을 찾고 원망할 대상을 꼽는다면 한나라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면서 밀어준 만큼 한나라당이 의정활동을 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분식점을 하는 50대중반의 조모씨는 “노무현 대통령 때문만은 아니지만 살기가 너무 힘든 것은 사실”이라며 “지난 총선 때 죽은 대구경제 살리겠다고 목이 터져라 외쳐대던 정치인들은 다 어디 가서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새벽 6시부터 나와 밤 10시에 퇴근한다는 조씨는 “이렇게 해서 밥 못먹으면 죽어야지. 그런데 경제는 호전될 조짐이 안보이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근 지하상가에서 구멍가게를 하는 최모씨는 “손님들 중에 대통령 잘한다는 사람은 별로 못봤다”면서 “주로 대통령이 싫어서라기보다 살기가 힘든데 민생은 뒷전인 채 대통령이 정쟁의 전면에 나서 혼란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며 불만이다”고 전했다.
잡화점을 경영하는 정 모 사장은 노대통령의 국정운영과 관련 “최근 말실수도 적고 취임초기보다 잘하는 것 같지만 기대에는 못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탄핵정국 당시 고 건 전 총리가 대행할 때 노 대통령보다 낫다거나 정치권이 조용해서 좋았다는 말이 나돌 정도의 민심이었다는 점을 명심하고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한나라당 지지도 높아
한편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한나라당에 대해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문화방송 등 지역방송 3사와 대구지역 여론조사전문기관인 에이스리서치가 지난달 30일 지역민 828명을 대상으로 정당별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41%), 지역민들은 한나라당에 41.5%의 지지율을 보인 반면 열린우리당에 17.3%, 민주노동당에 10.3%의 지지율을 보였다.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율은 지난 총선 직전인 4월 11일 48.2%보다 다소 떨어졌고 열린우리당도 같은 기간의 21.7%보다 다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대 홍덕률 교수는 지난 총선이후 정치권에 대한 지역민들의 반응에 대해 “여론주도층에서는 지역개발 소외론을 거론하며 걱정하는 반면 일반시민들은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국민들의 정치 무관심이 정치권의 전횡과 민심불감증을 심화시키지는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노대통령의 국정수행과 관련 “노대통령의 핵심 지지세력이 최근 주요 현안에 대한 정책결정에 실망해 일부 이탈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탄핵기각 결정이후 새로 나타난 현상으로 주목된다”며 노무현 정부 전통 지지기반에 일부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구 = 최세호기자 seho@naeil.com
이날 오후 5시에 만난 60대 상인은 아침 10시에 나와 아직 가방 한 개도 못 팔았다며 진열된 상품을 철거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 노점상 노인은 기자의 인터뷰 시도에 신경질부터 냈다.
“정치 같은 거 물어볼라 카면 아예 치우소. 살기도 힘든 판에 정치는 무슨…. 그놈이 그놈이고 맨 날 똑같지. 지들이 우리 서민들 심정을 알기나 하나.”
이 노인은 인터뷰 도중 찾은 손님에게 5000원짜리 가방을 하나 팔자 다소 나아진 기분으로“국회를 해산하면 우리나라가 잘 될까, 그 전에는 희망이 없소. 열심히 일하는 서민들이 최소한 밥은 먹게 해줘야 할 게 아니요”라며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장식용 가구와 소품을 파는 60대 후반의 정 모씨는 “젊은 사람들이 대통령 잘 뽑아놨으니 그대로 잘 하겠지. 그런데 젊은 사람들이 너무 모르는 것 같아. 나(나이)많은 사람들은 다 반대요”라며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통령후보로 나올 때 일자리 많이 만든다고 캐놓고 맨날 말 실수나 하고 싸움질만 하는 것으로 보이니 뭐가 되겠냐”고 말했다. 그는 “하기야 어떤 놈이 했더라도 별것 있었겠냐. 나라 밑천이 이것 밖에 안되는데”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나이든 사람들은 노 대통령 반대요”
꽃집 종업원으로 일하는 김 모(25)씨는 “말만 많은 배부른 정치인들이 맨날 몸으로 부딪치며 살아가는 배고픈 서민들 사정을 알기나 한데요?”라고 되물었다. 김씨는 “아직도 정치인에게 경제 살려주길 기대하는 사람이 있읍니꺼”라고 비꼬았다.
이불집을 운영하는 30대 후반의 김 모씨는 노 대통령의 정국운영에 대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 “모든 것을 순리대로 하면 국민들이 덜 불안할텐데 감정대립으로 몰고 가는 인상을 주고 있어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문제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불안한 정국운영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굳이 대구 경제가 어려운 원인을 찾고 원망할 대상을 꼽는다면 한나라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면서 밀어준 만큼 한나라당이 의정활동을 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분식점을 하는 50대중반의 조모씨는 “노무현 대통령 때문만은 아니지만 살기가 너무 힘든 것은 사실”이라며 “지난 총선 때 죽은 대구경제 살리겠다고 목이 터져라 외쳐대던 정치인들은 다 어디 가서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새벽 6시부터 나와 밤 10시에 퇴근한다는 조씨는 “이렇게 해서 밥 못먹으면 죽어야지. 그런데 경제는 호전될 조짐이 안보이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근 지하상가에서 구멍가게를 하는 최모씨는 “손님들 중에 대통령 잘한다는 사람은 별로 못봤다”면서 “주로 대통령이 싫어서라기보다 살기가 힘든데 민생은 뒷전인 채 대통령이 정쟁의 전면에 나서 혼란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며 불만이다”고 전했다.
잡화점을 경영하는 정 모 사장은 노대통령의 국정운영과 관련 “최근 말실수도 적고 취임초기보다 잘하는 것 같지만 기대에는 못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탄핵정국 당시 고 건 전 총리가 대행할 때 노 대통령보다 낫다거나 정치권이 조용해서 좋았다는 말이 나돌 정도의 민심이었다는 점을 명심하고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한나라당 지지도 높아
한편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한나라당에 대해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문화방송 등 지역방송 3사와 대구지역 여론조사전문기관인 에이스리서치가 지난달 30일 지역민 828명을 대상으로 정당별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41%), 지역민들은 한나라당에 41.5%의 지지율을 보인 반면 열린우리당에 17.3%, 민주노동당에 10.3%의 지지율을 보였다.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율은 지난 총선 직전인 4월 11일 48.2%보다 다소 떨어졌고 열린우리당도 같은 기간의 21.7%보다 다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대 홍덕률 교수는 지난 총선이후 정치권에 대한 지역민들의 반응에 대해 “여론주도층에서는 지역개발 소외론을 거론하며 걱정하는 반면 일반시민들은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국민들의 정치 무관심이 정치권의 전횡과 민심불감증을 심화시키지는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노대통령의 국정수행과 관련 “노대통령의 핵심 지지세력이 최근 주요 현안에 대한 정책결정에 실망해 일부 이탈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탄핵기각 결정이후 새로 나타난 현상으로 주목된다”며 노무현 정부 전통 지지기반에 일부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구 = 최세호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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