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흐름 읽어낼 경제통계 드물다

민관 합쳐 연 460여개 쏟아내지만 쓸만한 건 통계청 52종 집중

지역내일 2004-07-27

주 1∼2건 발표 지표갈증에 가끔 착시현상까지
''전년대비''서‘전기대비’로 전환·계절조정 확대 등 체계개선
"보조지표만 제대로 활용해도 현실과 괴리 좁아져"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박승 한국은행총재, 두 경제수장이 ''낙관과 비관''을 오가는 줏대 없는 경기전망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 나라의 경제수장이 경기전망을 놓고 가벼이 ''말 바꾸기''를 한다며 자질을 의심하는 이들마저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경제전망의 토대가 되는 경제통계체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지 경제수장들의 능력부재 탓만은 아니다.
이 부총리가 정례브리핑 등을 통해 “지금 통계 갖고는 제대로 경제현상을 나타내지도 못할뿐더러 시의적절 하지도 못하다”고 거듭 강조한 것만 봐도 그렇다.
지금의 통계체계로는 경제현상과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전체적인 경기판단과 정책수립에 혼란만 야기하고 있다며 경제통계의 불합리적인 측면이 많이 있음을 아쉬워했다.
시장 일각에서 거론되는 ‘더블딥(Double dip)설’도 이런 통계적 착시가 빚어낸 부산물이라는 게 이 부총리의 인식이다. 같은 맥락에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경우 전년동기와 전분기 등 비교잣대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처럼 경제통계체계에 의해 경기전망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경기흐름을 제대로 읽을 만한 통계가 부족하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와 민간통계기관 합쳐 1년에 460여가지의 통계지표를 발표한다. 하지만 이 중 경기전망을 하거나 소비자체감경기를 짚어내는 데 절대적 역할을 하는 건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52종 정도에 불과하다. 민간연구소의 경우 빨라야 분기별 통계치 정도다. 쓸만한 경기지표는 일주일에 잘해야 1∼2건 정도 나온다는 얘기다. 하루 평균 1∼2건 이상의 통계가 쏟아지는 미국과 비교할 때 질적 차이를 떠나 양적으로도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의 통계는 한달 내내 끊이지 않고 발표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월말 등 일정 시점에 통계가 몰려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경제수장들은 물론 애널리스트 이코노미스트 등 거시경제 담당자들도 늘 통계지표에 목말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통계전문가들은 그러나 통계의 양을 늘리고 질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통계를 제대로만 읽어낼 줄 알아도 착시현상을 줄이고 현실과의 괴리를 크게 좁힐 수 있다고 강변한다. 예컨대 산업활동동향의 경우 8가지 보조지표를 같이 발표하고 있는데 이를 자세히 분석하고 활용한다면 좀더 현실을 반영한 경제전망을 할 수 있다는 게 통계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착시현상도 결국 경기 나쁜 탓”=자동차 내수판매 증감률의 경우 대표적으로 착시현상을 빚는 통계로 꼽히고 있다. 지난 2월 -24%(전년동기 대비), 3월 -28%, 4월 -22%, 5월 -22.8%로 감소하던 자동차 내수판매가 6월 -12%(잠정)로 감소세가 크게 둔화됐다는 게 통계청의 발표였다. 그러나 실제로 뜯어보면 지난해 6월의 판매부진에 따른 기술적 반등효과일 뿐이고 실제로 월 판매대수는 거의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교 대상에 따른 일시적 개선효과일뿐이라는 얘기다.
또 5대 기업의 실적에 따라 제조업 전체의 각종 경제지표들이 크게 바뀌면서 이들 통계수치가 경제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극화에 따른 착시현상인 셈이다. 한국은행이 1069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1분기 경영실적을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조사대상 전체의 매출총액 107조4000억원 가운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전자, 포스코, SK㈜ 등 매출액 상위 5대 기업의 매출합계가 32.7%를 차지했다. 특히 상위 5대 기업의 경상이익 합계액은 7조1000억원으로 조사대상 제조업체들의 경상이익 합계액 14조4000억원의 49.4%에 달했다. 특히 1분기 중 14조4000억원의 매출과 4조1000억원의 경상이익을 올린 삼성전자 1개사를 포함시킬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각종 지표는 크게 달라지고 있다.
1분기 제조업 전체의 매출액 증가율이 17.3%였으나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13.4%로 3.9%포인트나 떨어졌고 제조업 경상이익률 역시 삼성전자를 제외할 때 11.1%로 2.3%포인트나 낮아졌다. 부채비율도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100%를 넘어 108.3%로 상승했다.
특히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지표인 이자보상비율의 경우 제조업 전체로는 877.8%지만 삼성전자 1개사를 뺄 경우 606.8%로 271.0%포인트나 급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5대 기업들과 내수중심 중소기업들 간의 실적 양극화 현상이 계속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각종 성장성·수익성 통계의 평균 수치들은 실물경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있는 셈이다.
통계착시현상은 이뿐이 아니다. 해마다 반복됐던 ''이혼률 왜곡''현상이라든가 체감실업률과 큰 괴리를 보이는 실업률 통계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착시 왜곡통계라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착시현상을 빚는 경제통계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실물경기''를 조속히 되살리는 것만이 근본적인 착시현상을 치유하는 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통계체계 어떻게 개선하나=통계체계를 일거에 뜯어고치기는 힘들다. 더욱이 없던 통계를 새로 만드는 것은 시간과 비용이 엄청나게 필요하다. 때문에 통계당국은 착시현상을 최소하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와과련 한국은행은 지난 99년 3분기부터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공표하면서 원통계의 전년동기 대비 증감률과 함께 계절변동조정통계의 전분기 대비 증감률도 함께 발표하고 있다. 성장률 지표는 이미 연율 통계만 제외한 채 전분기 대비 통계가 작성되고 있다. 때문에 별도의 개편작업을 벌일 필요는 없다.
통화통계도 99년 10월 통화지표 확정치부터 원통계의 전년동월 대비 증감률과 함께 계절변동조정 통계의 전월대비 증감률을 공표하고 있다.
문제는 ''전년동기 대비'' 증감률 대신 ''전기대비'' 증감률에 무게중심을 둬 발표할 경우 통계수치가 갑자기 들쭉날쭉하며 진폭이 커질 수 있는 점이다.
특히 경제주체들이 혼란스러워 할 수있다. 따라서 성장률 지표의 무게중심을 전분기 대비 증감률로 옮기는 과정에서 일반인들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경기전환 추세를 읽는데는 전기대비 지표가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전년동기 대비 지표보다 전기대비 지표쪽에 주안점을 둬나가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통계청은 이와는 별도로 중장기적으로 ''기업경기전망지수'' 처럼 현재 민간차원에서 분기별로 다뤄지고 있는 지표를 월단위로 개발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특히 경제전반의 현상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산업활동동향의 경우 앞으로 ''계절조정계열''을 추가로 확대해 좀더 현실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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