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인 존 볼턴(사진)이 한국의 대학생들 앞에 섰다. 21일 연세대 새천년 대강당에서 한시간에 걸쳐 ‘북한의 비핵화와 리비아 사례의 교훈’을 강연하고 질의응답을 받았다. ▶관련기사 6면
볼턴 차관은 “미국이 3차 6자회담에서 상세한 제안을 한 것은 북핵문제를 11월 대통령 선거전까지 그대로 두려는 게 아니라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차관의 이날 강연은 북핵해결의 내용측면에서도 주목을 끌지만, 형식측면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바로 네오콘(미국의 신보수주의자)의 핵심인물이 반미물결을 타고있는 한국의 대학생들과 직접 대화에 나선 것이다.
과거 미국의 대한정책 담당자들은 한국의 여론을 ‘원격조종’하는 방법으로 한국을 다뤄왔다. 그들은 미국을 추종하는 한국의 지도층인사들에게 익명의 정보를 흘려 한국민에게 전달하는 수법을 즐겨썼다. 참여정부 출범초기만 해도 그랬다.
한국의 언론들은 익명의 미국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국정부는 한국의 새 대통령을 불신한다’거나, ‘북한의 핵을 폭격할 것’이라고 대서특필했다.
그 결과 한국국민들은 보이지 않는 미국관리의 말 한마디에 여론이 양분되고, 여야가 편을 가르고, 사회가 진보보수로 나뉘어 싸우는 판으로 끌려 들어갔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이 방법은 한국국민의 여론을 분열시키고, 대미여론을 악화시켜 한미관계를 해치는 수준낮은 기법이라는 지적이 계속됐다.
외교라인의 한 정무직 관계자는 “미국국무부는 지난해 12월, 한미간 오해가 생길 수 있는 현안에 대해 한국민에게 직접 설명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고, 볼턴 차관의 강연은 그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교관계자는 지난해 이라크 파병문제와 용산기지 문제 등 한미간 갈등이 이어지자 미국관리들에게 “한국국민들 앞에 직접 나서서 설명하라”고 요구해왔다고 한다. 미국정부가 한국에게 이라크 추가파병을 요구했던 지난해 9월 당시 본지도 “부시가 직접 한국민을 설득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2003년9월18일).
미국의 한국정책담당자들은 지난 연말부터 직접대화의 방법을 택하기 시작했다. 특히 3월탄핵정국과 4월총선 이후에는 이같은 변화가 보다 확실해졌다. 허바드 대사, 롤리스 국방부차관보 등 미국관계자들이 공개강연이나 기자회견을 통해 실명으로 미국정책을 설명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올 하반기 아미티지 국방차관이 한국을 들어올 것으로 보이며 이 때도 국민과의 직접대화기법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미국의 태도변화는 기존의 한국에 대한 의사전달통로였던 ‘미국추종세력의 무력화’와 노무현 정부의 외교협상라인 운영술에 직접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선부재로 인한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일시적이지만, 대미추종세력들이 비선라인을 통해 끼친 한미관계의 해악은 훨씬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들이 한국의 지도층들에게 몇마디 정보를 흘려서 원격조종하던 수법이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하지만 미국측의 태도변화는 한국국민들이 한미관계를 일방적 추종에서 상호간 대화와 협상의 관계로 바라보는 인식으로 달라진 게 근본적인 이유다.
이 외교관계자는 “미국의 정책당국자들은 한국과의 동맹이 약화되는 것을 못 견뎌하고 있으며, 한때는 과거처럼 고분고분하지 않는 데 대해 분노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지금은 한국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가는 35%의 세력에게 65%가 저항하지 않고 따라가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직시하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이종석 차장은 “참여정부는 (일방적 추종이 아닌) ‘협상이 가능한 관계’를 새로운 한미관계의 틀로 추구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원만한 한미관계를 위해서는 미국의 한국정책관계자들이 한국국민들에게 납득할만한 근거와 설명을 해야할 책임이 주어지고 있는 것이다.
/연제호·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볼턴 차관은 “미국이 3차 6자회담에서 상세한 제안을 한 것은 북핵문제를 11월 대통령 선거전까지 그대로 두려는 게 아니라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차관의 이날 강연은 북핵해결의 내용측면에서도 주목을 끌지만, 형식측면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바로 네오콘(미국의 신보수주의자)의 핵심인물이 반미물결을 타고있는 한국의 대학생들과 직접 대화에 나선 것이다.
과거 미국의 대한정책 담당자들은 한국의 여론을 ‘원격조종’하는 방법으로 한국을 다뤄왔다. 그들은 미국을 추종하는 한국의 지도층인사들에게 익명의 정보를 흘려 한국민에게 전달하는 수법을 즐겨썼다. 참여정부 출범초기만 해도 그랬다.
한국의 언론들은 익명의 미국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국정부는 한국의 새 대통령을 불신한다’거나, ‘북한의 핵을 폭격할 것’이라고 대서특필했다.
그 결과 한국국민들은 보이지 않는 미국관리의 말 한마디에 여론이 양분되고, 여야가 편을 가르고, 사회가 진보보수로 나뉘어 싸우는 판으로 끌려 들어갔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이 방법은 한국국민의 여론을 분열시키고, 대미여론을 악화시켜 한미관계를 해치는 수준낮은 기법이라는 지적이 계속됐다.
외교라인의 한 정무직 관계자는 “미국국무부는 지난해 12월, 한미간 오해가 생길 수 있는 현안에 대해 한국민에게 직접 설명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고, 볼턴 차관의 강연은 그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교관계자는 지난해 이라크 파병문제와 용산기지 문제 등 한미간 갈등이 이어지자 미국관리들에게 “한국국민들 앞에 직접 나서서 설명하라”고 요구해왔다고 한다. 미국정부가 한국에게 이라크 추가파병을 요구했던 지난해 9월 당시 본지도 “부시가 직접 한국민을 설득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2003년9월18일).
미국의 한국정책담당자들은 지난 연말부터 직접대화의 방법을 택하기 시작했다. 특히 3월탄핵정국과 4월총선 이후에는 이같은 변화가 보다 확실해졌다. 허바드 대사, 롤리스 국방부차관보 등 미국관계자들이 공개강연이나 기자회견을 통해 실명으로 미국정책을 설명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올 하반기 아미티지 국방차관이 한국을 들어올 것으로 보이며 이 때도 국민과의 직접대화기법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미국의 태도변화는 기존의 한국에 대한 의사전달통로였던 ‘미국추종세력의 무력화’와 노무현 정부의 외교협상라인 운영술에 직접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선부재로 인한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일시적이지만, 대미추종세력들이 비선라인을 통해 끼친 한미관계의 해악은 훨씬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책결정권자들이 한국의 지도층들에게 몇마디 정보를 흘려서 원격조종하던 수법이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하지만 미국측의 태도변화는 한국국민들이 한미관계를 일방적 추종에서 상호간 대화와 협상의 관계로 바라보는 인식으로 달라진 게 근본적인 이유다.
이 외교관계자는 “미국의 정책당국자들은 한국과의 동맹이 약화되는 것을 못 견뎌하고 있으며, 한때는 과거처럼 고분고분하지 않는 데 대해 분노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지금은 한국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가는 35%의 세력에게 65%가 저항하지 않고 따라가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직시하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이종석 차장은 “참여정부는 (일방적 추종이 아닌) ‘협상이 가능한 관계’를 새로운 한미관계의 틀로 추구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원만한 한미관계를 위해서는 미국의 한국정책관계자들이 한국국민들에게 납득할만한 근거와 설명을 해야할 책임이 주어지고 있는 것이다.
/연제호·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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