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중재’ 노사분쟁 조정 역할 못해

사용자 교섭회피 수단화 … 직권중재→불법파업→구속·해고 악순환

지역내일 2004-07-22
정부가 최근 LG정유와 서울지하철 등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해 직권중재 결정을 내리면서 이들 노조들이 반발,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 노조들의 파업으로 과연 필수사업장에 대한 직권중재가 공익보호와 단체행동권의 보호라는 이 제도의 취지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먼저 노동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 동안 정부와 대화분위기를 앞장서 주도하던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은 21일 집회에서 삭발과 단식농성에 돌입, 초 강경 승부수를 선택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정부의 직권중재와 구속 위협에 처해 있는 조합원들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강경투쟁을 선언했다.

◆사용자 교섭회피 수단 = 노동계는 이 제도가 대표적 노동악법으로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근본적으로 봉쇄하는 위헌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사용자들이 직권중재를 핑계로 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직권중재 회부로 노조의 파업권 행사가 불가능한데 어느 사용자가 양보안을 내놓겠나”라고 말했다.
정부도 과거 정부에서 직권중재가 남발됐음을 시인했다. 권영순 노동부 노정과장은 “애초의 취지와 무관하게 지금까지 직권중재가 남발된 경향이 있다”며 “노조의 파업권을 원천 봉쇄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비록 직권중재는 유보해 불법파업은 모면했지만 병원파업의 경우도 파업직전까지 3개월 가까이 노사간 협상의 진척은 전혀 없었다. 노조는 순전히 병원측이 필수공익사업장이라는 구실로 직권중재의 든든한 뒷 배경만 믿고 성실한 교섭에 응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노조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권 과장은 “ LG정유의 경우 조건부 유보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지하철도 시종일관 ‘전면파업’만을 주장하며 교섭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직권중재로는 파업을 못 막는다 = 직권중재가 애초 공공의 이익과 밀접한 사업의 특성한 노사간 자율교섭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국가가 강제로 단체행동권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노조가 쟁의행위를 중단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중노위에 따르면 지난해 조정이 성립되지 않아 파업에 들어간 ‘파업이행률’은 필수공익사업장이 전체 8건 중 6건으로 66.7%에 달했다. 이는 일반사업장이 337건의 조정불성립 중 126건이 파업에 들어가 34.1%의 파업이행률을 보인 것과 공익사업장이 46건 중 22건으로 44.9%의 이행률을 보인 것에 비하면 필수공익사업장의 파업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반영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 2000년 12월 국민-주택은행 파업, 2002년 2월 철도, 발전, 가스노조의 공동파업, 2002년 5월의 강남성모병원과 경희의료원 파업 등이 있다.
올해도 LG정유노조와 지하철 노조가 직권중재 결정과 동시에 파업에 들어갔다. 유일하게 지난해에만 1건의 직권중재가 성립됐으나 당시 병원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지 않은 경험이 있다. 하지만 필수공익사업장인 철도노조는 미처 직권중재가 성립되기도 전에 작년 6월28일 전격적으로 파업에 돌입, 참여정부 이후 첫 경찰력 투입이라는 사태가 초래됐다.

◆직권중재→불법파업→구속·해고→복직투쟁 악순환 = 직권중재가 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이는 불법파업이 된다. 현행 노동관계법에 따르면 직권중재에 회부된 날로부터 노조는 15일간 일체의 쟁의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이를 어기고 불법파업에 들어갈 경우 정부는 불가피하게 구속 등 사법처리에 들어가고, 회사는 해고 등 징계조치에 들어간다.
지난 2000년 국민-주택은행 파업당시 5명의 구속자가 발생했으며, 3명이 해고됐다. 2002년 철도노조와 발전노조의 파업으로 지도부가 대량으로 구속되고, 발전노조 간부 47명이 무더기로 해고됐다.
2003년 철도노조의 경우에는 무려 79명이 해고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 올해도 현재까지 검찰은 LG정유 노조지도부 5명에 대해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과 함께, 서울, 인천 등 3개 지하철노조 간부 63명이 무더기로 고소를 당해 상당수가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하철공사는 노조간부 25명에 대해서 직위해제 조치를 내려 앞으로 노사간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들이 파업이 끝나고 감옥에서 석방되는 순간 복직투쟁이 전개된다. 아울러 손배·가압류를 놓고 법적 다툼과 각종 노사간 충돌이 지속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노사관계가 황폐화되면서 극단적 대립이 조성되고, 합리적인 교섭과 대화의 문화는 정착되기 어렵다.

◆정부 직권중재 페지 가닥 = 지난 93년 이후 국제노동기구( ILO)는 우리나라의 직권중재제도가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며 무려 13차례에 걸쳐 ‘폐지 권고안’을 제출했다.
이처럼 현행 직권중재 제도가 여러 가지 역효과를 초래하면서 정부는 이 제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노사정위에 제출한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 중에는 이 제도를 폐지하고,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조정절차의 보완 △노동위 직권으로 조정 개시 △파업시 예고의무 △공익보호 위한 최소업무 유지의무 △대체근로 허용 △필요시 긴급조정 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공공의 이익과 국민경제에 밀접한 연관이 있는 분야는 파업시 최소업무를 유지토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예컨대 병원의 수술실, 응급실, 분만실 등과 은행의 주전산실 업무, 긴급뉴스 방송업무 등이 제시되고 있으며, 구체적인 범위는 노사간 협정으로 정하는 방법이 제시됐다.
권영순 노동부 노정과장은 “선진 각국의 경우도 공익사업의 경우 무제한적인 파업권은 보장되지 않는다”며 “특히 업무복귀명령제, 대체근로허용, 필수서비스 업무유지 등 다양한 보안책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제도개선 과정 노사정 논란일 듯 =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폐지방침에 대해서 재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형준 경총 법제팀장은 “필수공익사업장의 직권중재는 계속 존속돼야 한다”며 “일부 공익사업장도 50% 이상의 업무유지 의무를 규정해야 한다”고 말해 오히려 이를 강화할 것을 주장했다.
특히 필수공익사업장에 항공산업, 시내버스, 폐수처리 등의 공공사업장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영기 노동연구원 원장도 “노사간 자율교섭을 통한 타결의 여지가 전혀 없고, 국민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줄 경우에는 직권중재가 필요하다”며 존속을 주장했다.
최 원장은 사용자의 악용과 관련해서는 “노조의 손을 들어주는 이른바 ‘징벌적 직권중재’를 통해 교섭에 불성실하게 임할 경우 손실을 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도 정부안이 미흡하다는 입장이며, 필수공익사업장의 완전 폐지와 공익사업장도 대폭 축소해 노조의 단체행동권이 제한없이 실현돼야 한다는 입장이며, 특히 긴급조정권 및 대체근로 허용 등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직권중재란 :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그 업무의 정지 또는 폐지가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저해하고 그 업무의 대체가 용이하지 아니한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해서는 노동위원회가 직권으로 중재에 회부할 수 있다.
중재에 회부된 경우에 노동조합은 15일 동안 쟁의행위를 행할 수 없도록 했다.
필수사업장에는 △지하철 및 철도 △수도·전기·가스·석유정제 및 공급사업 △병원사업 △통신사업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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