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공익사업장에 적용되는 직권중재 제도가 불법장기파업과 구속·해고를 불러올뿐 노사안정에 실효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공익사업장은 파업에 들어가기 전 노동위원회가 직권으로 중재에 회부할 수 있다. 중재에 회부된 날로부터 15일간 파업을 할 수 없다.
그러나 노동계가 직권중재를 받아들여 파업을 중단한 사례가 거의 없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LG칼텍스정유와 서울지하철 등을 대상으로 노동위가 직권으로 중재에 회부했지만, 해당 사업장 노조들은 이를 무시한 채 파업을 계속하거나, 파업에 들어갔다. 준법은 실종되고, 불법이 관행화돼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사용자 교섭해태 조장” = 노동계가 직권중재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매우 드문 것은 “사용자가 이를 악용해 교섭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노조를 적대시하고 없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필수공익사업장의 사용자들은 내심 직권중재에 회부되길 바란다”며 “노조로 하여금 불법파업을 하게끔 해서 이를 주동한 이들을 감옥으로, 일터 밖으로 내쫓고 싶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일반사업장보다 필수공익사업장의 노·사간 불신은 심각한 편이다.
지난해 조정이 성립되지 않은 필수공익사업장 8곳중 6곳에서 파업이 일어났다. 반면 일반사업장은 조정불성립 사업장 337곳 가운데 34.1%(126곳)만 파업에 들어가 필수공익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정부도 직권중재가 불필요하게 남발됐음을 시인했다. 권영순 노동부 노정과장은 “애초의 취지와 무관하게 지금까지 직권중재가 남발된 경향이 있다”며 “노조의 파업권을 원천 봉쇄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폐지’ 쪽으로 가닥 = 지난 93년 이후 ILO(국제노동기구)가 우리나라의 직권중재제도가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며 무려 13차례나 ‘폐지’를 권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동계도 “헌법에 명시된 단체행동권이 보호되려면 우리 정부가 ILO의 권고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정부도 이런 정황을 의식해 직권중재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지난 6월 필수공익사업장인 병원에서 파업이 예고됐지만, 직권중재에 회부하지 않은 것도 이런 뜻이었다. 하지만 LG칼텍스정유, 지하철 등 필수공익사업장에서 잇따라 파업사태가 불거지자, 정부도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는지 직권중재라는 칼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직권중재의 효력은 전혀 없이 현재 양노조의 파업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설령 불법파업 주동자들이 구속·해고됐다고 상황이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복직과 손배·가압류소송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합리적인 자율교섭과 대화의 문화를 기대하기가 어려워진다.
◆재계는 확대 주장 = 직권중재 폐지여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노동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노사간 자율교섭을 통한 타결의 여지가 전혀 없고, 국민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줄 경우에는 직권중재가 필요하다”며 존속을 주장했다. 그는 ‘사용자가 악용한다’는 노동계 주장에 대해 “노조의 손을 들어주는 이른바 ‘징벌적 직권중재’를 통해 사용자가 교섭에 불성실하게 임할 경우 손실을 주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는 “필수공익사업장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노동관계법에는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하는 파업에 대해서는 긴급조정’할 수 있어 “이를 활용하면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다”는 의견이 노동계 안팎의 중론이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파업을 즉시 30일 동안 중단해야 한다.
민주노총측 핵심 관계자는 “직권중재가 파업권을 원천봉쇄하는 것이라면 긴급조정은 파업권을 보장하되 국민경제나 국민생활에 악영향을 주는 파업을 자제시키는 것으로 본다”며 “긴급조정권을 적극 활용하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백만호·이강연 기자 lkyym@naeil.com
공익사업장은 파업에 들어가기 전 노동위원회가 직권으로 중재에 회부할 수 있다. 중재에 회부된 날로부터 15일간 파업을 할 수 없다.
그러나 노동계가 직권중재를 받아들여 파업을 중단한 사례가 거의 없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LG칼텍스정유와 서울지하철 등을 대상으로 노동위가 직권으로 중재에 회부했지만, 해당 사업장 노조들은 이를 무시한 채 파업을 계속하거나, 파업에 들어갔다. 준법은 실종되고, 불법이 관행화돼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사용자 교섭해태 조장” = 노동계가 직권중재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매우 드문 것은 “사용자가 이를 악용해 교섭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노조를 적대시하고 없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필수공익사업장의 사용자들은 내심 직권중재에 회부되길 바란다”며 “노조로 하여금 불법파업을 하게끔 해서 이를 주동한 이들을 감옥으로, 일터 밖으로 내쫓고 싶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일반사업장보다 필수공익사업장의 노·사간 불신은 심각한 편이다.
지난해 조정이 성립되지 않은 필수공익사업장 8곳중 6곳에서 파업이 일어났다. 반면 일반사업장은 조정불성립 사업장 337곳 가운데 34.1%(126곳)만 파업에 들어가 필수공익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정부도 직권중재가 불필요하게 남발됐음을 시인했다. 권영순 노동부 노정과장은 “애초의 취지와 무관하게 지금까지 직권중재가 남발된 경향이 있다”며 “노조의 파업권을 원천 봉쇄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폐지’ 쪽으로 가닥 = 지난 93년 이후 ILO(국제노동기구)가 우리나라의 직권중재제도가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며 무려 13차례나 ‘폐지’를 권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동계도 “헌법에 명시된 단체행동권이 보호되려면 우리 정부가 ILO의 권고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정부도 이런 정황을 의식해 직권중재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지난 6월 필수공익사업장인 병원에서 파업이 예고됐지만, 직권중재에 회부하지 않은 것도 이런 뜻이었다. 하지만 LG칼텍스정유, 지하철 등 필수공익사업장에서 잇따라 파업사태가 불거지자, 정부도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는지 직권중재라는 칼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직권중재의 효력은 전혀 없이 현재 양노조의 파업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설령 불법파업 주동자들이 구속·해고됐다고 상황이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복직과 손배·가압류소송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합리적인 자율교섭과 대화의 문화를 기대하기가 어려워진다.
◆재계는 확대 주장 = 직권중재 폐지여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노동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노사간 자율교섭을 통한 타결의 여지가 전혀 없고, 국민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줄 경우에는 직권중재가 필요하다”며 존속을 주장했다. 그는 ‘사용자가 악용한다’는 노동계 주장에 대해 “노조의 손을 들어주는 이른바 ‘징벌적 직권중재’를 통해 사용자가 교섭에 불성실하게 임할 경우 손실을 주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는 “필수공익사업장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노동관계법에는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하는 파업에 대해서는 긴급조정’할 수 있어 “이를 활용하면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다”는 의견이 노동계 안팎의 중론이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파업을 즉시 30일 동안 중단해야 한다.
민주노총측 핵심 관계자는 “직권중재가 파업권을 원천봉쇄하는 것이라면 긴급조정은 파업권을 보장하되 국민경제나 국민생활에 악영향을 주는 파업을 자제시키는 것으로 본다”며 “긴급조정권을 적극 활용하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백만호·이강연 기자 lkyy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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