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국내 산업계 ‘휘청’

정유사별 원유수입액 1조원 이상 추가 부담 … 중간재 업체 및 소비자 피해

지역내일 2004-06-04 (수정 2004-06-04 오전 11:25:57)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3일(현지시각) 베이루트에서 개최한 제131차 총회에서 하루 산유량을 7월부터 200만 배럴 늘리기로 합의했다. OPEC은 특히 그래도 유가가 안정되지 않을 경우 8월부터 50만 배럴 추가로 더 늘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7월1일부터 OPEC 회원국들의 하루 산유량 상한은 현재 2350만배럴에서 2550만배럴로, 8월1일부터는 2600만배럴로 각각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OPEC 회원국들의 이번 합의가 국제유가를 장기적으로 안정시킬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시장에서는 OPEC의 증산목표가 당초 기대치에 못 미치는 데다 이 목표에 근접하게 이미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점을 들어 이번 결정이 국제유가 안정에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날 국제유가는 싸늘할 정도의 반응을 보이며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다. 두바이유는 전날보다 -0.16달러 하락한 35.37달러, 서부텍사스중질유는 -0.71달러 하락한 39.16달러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구자권 한국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은 “OPEC 회원국들의 실제 증산여부와 중동지역의 불안이 언제 안정되느냐가 향후 유가추이를 결정하는 주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편집자 주

유가의 고공행진에 국내 산업계가 휘청이고 있다.
특히 정유업계는 물론 항공, 발전, 해운, 자동차 등 에너지다소비 업종과 수출비중이 높은 분야의 타격이 심각히 우려되고 있다.
이에 각 업계에서는 원유도입선 다변화 및 대체연료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는 한편 감축운항, 역경매를 통한 연료 구매, 비행기 엔진 예열시간 단축 등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고유가 지속시 휘발유값 인상 불가피 = 연간 원유수입량이 2억2000만배럴에 달하는 A정유사는 당초 두바이유 가격을 25달러로 설정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원유수입 예산규모는 55억달러(6조6000억원)였다. 하지만 연평균 유가가 31달러를 넘어서면서 13억달러(1조5600억원) 정도의 추가비용이 발생했다.
B정유사도 당초 44억달러(5조2000억원, 수입물량 1억8000만배럴)를 원유수입액으로 책정했으나 현 추세라면 55억8000만달러가 소요될 전망이어서 11억7000만달러(1조4000억원)가 추가 부담될 것으로예상된다.
정부는 이에 따라 정유사가 부담하는 석유수입부과금을 리터당 14원에서 8원으로 인하하는 한편 교통세 등 내국세 인하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유업계는 추가비용 지출에 따른 경영난 타개 방안으로 석유제품 가격인상을 몇 차례 단행했다. 다만 SK(주)와 LG칼텍스정유는 지난달 12일을 전후해 석유제품가격을 일제히 인상한 이후 (국제유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3주째 석유제품가격을 동결했다고 4일 밝혔다. 하지만 고유가 추세가 지속된다면 현 가격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같은 기름값 인상은 또 자동차 판매 등 내수소비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SK(주)는 안정적인 원유수급을 위한 장기도입물량 확보와 국제현물시장에서의 저렴한 현물구매를 검토하고 있으며, LG칼텍스정유도 전세계 30여개국 60여종의 원유거래선 가격동향에 대한 실시간상시감시체제를 가동, 가장 가격이 낮은 유종을 구입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가 대주주인 에쓰오일은 수급에는 차질이 없는 만큼 저렴한 원유도입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발전사도 수백억원 추가비용 발생 =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 중 한곳인 C발전사는 올해 벙커씨유 20만톤, 등유 3만톤 구입에 841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었다. 두바이유 25달러 기준이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유가추이가 지속된다면 당초계획보다 기준유가가 6달러쯤 상승, 113억원(14% 증가)의 추가비용 발생이 불가피해졌다.
C사는 이에 따라 가스발전소를 선(先) 가동하고, 부족한 발전량에 대해 기름발전소를 가동하는 대응책에 착수했다.(유가가 30달러 이상일 경우 가스발전소의 원가가 저렴하다) 아울러 대체연료 확보와 장기물량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운업계 호황에도 기름값 부담 = 1년간 210만톤의 기름을 소요하는 해운업체 D사는 올해 3억2000만달러(3800억원)를 주유비로 편성했다. 톤당 선박유 가격이 156달러를 기준으로 해서다.
하지만 고유가 행진이 지속되면서 선박유 평균가격이 18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10달러 인상시마다 2100만달러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4500만달러쯤 관련비용이 더 들어갈 판이다.
다만 기름값이 오르면 유조선 운임이 동반 상승하는 업계 특성상 선박유 인상에 대한 일부 보존은 가능하다. 또 중국특수 및 세계경기 호황으로 올해 들어 물동량이 급증, 비수기인 최근까지 일거리가 넘쳐 오히려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편 현대상선은 업계 최초로 선박에서 사용되는 연료를 인터넷 역경매 방식으로 구매, 가장 저렴한 가격에 연료를 구매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이 시스템을 도입한 2002년 전체 구입량의 40%인 약 100만톤을 역경매 방식으로 구매, 25만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3월에는 연료뿐 아니라 선박에서 필요한 각종 물품과 부속품을 인터넷에서 구매하는 ‘인터넷 자재구매시스템’을 구축, 활용하고 있다.
◆항공, 노선운항 중단 등 비상 = 항공사는 유가상승이 곧 직격탄이어서 극심한 수익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항공사의 전체 비용중 유류비의 비중은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 18%, 아시아나 21% 에 달한다.
따라서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하면 대한항공은 2500만달러(30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1300만달러(156억원)의 추가 비용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항공사들은 이에 따라 사내 소등은 물론 비행기 엔진 예열시간단축, 항공기 무게를 줄이기 위한 탑재물량 축소 등 비상경영에 한창이다.
또 연료관리 태스크포스팀 운영, 유가 위기관리 시나리오 마련 등을 통해 잉여자산, 불필요한 회원권 일부 매각, 영업부진 노선 잠정 운항 중단을 실시하고 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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