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영철 노사정위원장>노사정위 합의없이는 법개정 안한다

지역내일 2000-12-26 (수정 2000-12-26 오후 1:52:07)
신뢰붕괴가 무엇보다 큰 문제 … 내년초 근로시간 단축 성과있을 것국민·주택은행간 합병 여부를
놓고 노동계와 정부가 팽팽히 맞서고 있던 날(21일) 오전 장영철(64) 노사정위원장을 만났다. 이날
오후 노사정위원회 본회의에서 국민·주택은행노조의 파업 여부를 결정짓는 담판이 있는 탓인지 팽
팽한 긴장감마저 느껴졌다.
장 위원장은 “노사정 신뢰관계가 무너진 것 같아 큰 걱정”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는 “노
사정위 합의 없이는 근로시간 단축 등 노사관계 현안문제에 관한 법 개정안을 제출하지 않을 것”이
라며 “이것이 갈등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언급, 사회적 합의기구의 수장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장 위원장은 22일 새벽 2시까지 이어진 본회의에서 국민·주택은행간 합병과 관련 ‘7·11 노정합
의 정신을 존중하여 노사간의 자율적인 협의에 맡긴다’는 결의를 이끌어냈다. 그는 직후 국민은행
김상훈 행장과 주택은행 김정태 행장에게 각각 연락해 노조 쪽과 교섭하도록 정치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교섭의 형태가 금융노조 쪽이 요구한 5자 회동(주택은행 노·사, 국민은행 노·사, 금융노
조 위원장)이 아닌 3자 회동(주택은행 노·사, 금융노조 위원장 또는 국민은행 노·사, 금융노조
위원장)에 그쳐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장 위원장은 23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처음부터 5
자 회동을 하기는 어려우니 3자 회동부터 시작하라고 금융노조 쪽에 권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
았다”며 안타까워했다.

노사정위원장으로 취임한지 5개월이 넘었다. 그간 노사정위원회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지난 98년에 당(현 민주당) 정책위원회 위원장에 부임하고서 첫 번째 방문한 곳이 노사정위원회
였다. 그 해 5월 <노사정위원회법>을 제정했다. 나와 노사정위는 인연이 깊다.
노사정위원장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기 위해서 노사정간에 조정과 중재 역할을 하는 자리다. 노
·사·정 어느 일방에 서서는 안되기 때문에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매우 조심스럽다. 지난 11월 11일
한국노총이 논의를 중단했을 때 힘들었다. 최근 노총이 한 달만에 노사정위 논의를 재개해 줘 큰 힘
이 되고 있다. 지난 10월 근로시간단축의 대원칙에 합의를 봤고, 얼마전(19일) 단체협약 실효성에
대해 노사간 합의가 이뤄진 점 등이 보람있었다.
짧은 시간동안 절실하게 느낀 점은 ‘신뢰’라고 생각한다. 신뢰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대화와 타협
이 이뤄지기는 힘든 일이다. 새로운 노사문화가 창출되려면 ‘신뢰를 통한 상생(相生)의 정신’
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선진국은 경제위기 시에 신뢰를 바탕으로 노사정간에 ‘사회협약’을 맺어 위기극복에 성공했다. 지
금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이런 때에 가장 필요한 것은 구조개혁에 대한
‘신뢰’, 경제주체인 노사정간 ‘신뢰’이다.

노사정위원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 민주노총은 무용론을 주장하며 참여 자체를 거부하고
있고, 한나라당 등 야당도 예산을 깎는 등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한 실정이다. 노사정위에 대한 부정
적인 시각은 무엇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보는가.
노사정위원회는 98년 IMF 외환위기 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에 의해 만들어진 기구로 대통령의 국
정철학이 구현된 것이다. 이는 노사정 3자가 대등한 자격으로 모여 사회적 합의를 추구해 나가는
조직이며, 참여 민주주의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우리 사회에 참여민주주의의 경
험이 충분히 축적돼 있지 않아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생겼다고 본다.
내가 노동부장관 재임(87년∼88년) 때 노사문제가 심각했었다. 노사정위 같은 기구가 있었다면 사
회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었지 않았나 하고 생각한다. 98년 12월 이후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지 않
는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서 합의한 사항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90개항 가운데 67건 이행, 18건 일부 이행, 5건 이행 착수). 최근 노사정간의 쟁점사항으로 등장한
근로시간 단축 문제는 민주노총이 먼저 제기했고, 노사정위가 받아들였다. 국회에서 예산을 삭감하
는 것은 노사정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때문이 아니고 모든 정부 부처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제출한
예산을 조정하는 것이다.

지난 98년 6월 기업과 은행들이 퇴출될 때 노사정위가 별다른 역할을 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최
근 있었던 11·3 기업퇴출과 11·8 은행경영평가 때 노사정위는 또다시 별다른 역할을 못했다는 평
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구조조정과 관련해서 노사정위가 해야될 역할이 있다면.
11·3 기업퇴출은 비공개로 진행됐던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노사정위 산하 경제사회소위원회에서
실업대책 수립 등에 관한 논의는 계속해 왔다. 또 지난 7월 11일 노사정위 중재로 노·정이 합의하
면서 은행경영평가위원회에 노조 쪽 위원 1명을 추천한 바 있다. 그동안 체신(8·31), 담배인삼공
사(11·10), 한전(12·3), 철도(12·14)의 구조조정을 공공특위에서 논의했고 성과도 거뒀다.
특히 철도문제는 공익위원이 직접 화물열차에 승차해 현장을 점검하는 등 구조조정협의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

△근로시간 단축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여부 △단체협약 실효성 확보 방안 △교섭창구 단일화 문
제 △비정규직 보호 등 굵직굵직한 노동관련 법·제도 개선을 목전에 두고 있다. 노사정 합의 없이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법 개정안을 제출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유효한 것인가.
노사정위의 합의 없이는 노사관계 현안문제에 관한 법 개정안이 제출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갈등
을 최소화하는 길이며, 노동부 장관도 누차 강조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문제는 한 달여 동안의 노총 불참 때문에 다소 늦어졌지만 내년 초까지는 합의
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외 노사관계 현안 문제는 지난 19일 상무위원회에사
단체협약 실효성 확보 방안에 합의했던 것처럼 차근차근 풀어갈 생각이다.
노사정위에 참여하고 있는 노총은 정부 관료들을 불신하고 있다. 각종 회의에 대참을 일삼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정부 관료들의 노사정위에 대한 협조 정도가 어떻다고 보는가.
취임 직후 그런 불만이 있다는 것을 들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제 그런 불만은 거의 없다고 본다.
정부도 상당히 바쁜 곳이기 때문에 수시로 열리는 노사정위 각종 회의에 정위원이 항상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쨌든 노사정위가 명실상부한 사회적 협의기구로서의 위상을 정립하려면 정부 쪽
의 성실한 참석이 필요하다고 보고, 노사정위원장으로 취임한 다음 정부측에 성실한 참여를 요구했
다.

노사정위에 민주노총을 참여시킬 방안이 있다면.
위원장에 취임한 후 지금까지 민주노총 쪽과 다양한 경로를 통해 대화하고 있으나 이들이 언제 노사
정위에 참여할지 전망하기가 어렵다. 내년 1월 18일로 예정된 위원장선거 때까지는 변화가 있기가
어려울 것으로 분석하는 노사관계 전문가들이 많더라. 노사정위는 계속해서 민주노총이 참여하도록
꾸준히 설득할 방침이다.

재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경제5단체 회장·부회장이 연석회의를 갖고 유래가 없었던 공동시
국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정부 쪽에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재계의 반발은 무엇 때문이라
고 보는지. 특히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에 관해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하던데.
경제5단체를 위원장 취임 직후와 노총의 논의중단 후인 12월초에 직접 방문한 바 있고, 수시로 재계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나누고 있다. 재계가 경제5단체장 회동을 통해 입장을 밝힌 것을 반발이라
고 볼 수는 없고,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한 재계의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본다. 또 재계는 정부가 노동
계를 노사정위에 복귀시키기 위해 재계를 배제한 채 무언가 논의를 진행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
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으나 재계의 입장을 무시한 일방적 논의는 없다.
전임자 임금문제 등에 대해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은 노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이 문
제를 포함한 여러 현안문제에 대해서는 노·사간에 상당한 의견접근이 이뤄져 있다고 본다. 대화와
설득을 통해 타협의 실마리를 마련하겠다.

앞으로 노사정위원회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지.
노사정위의 궁극적인 목적은 노사관계 시스템을 개혁해 우리 사회가 21세기 선진 사회로 갈 수 있도
록 노사정 모두가 힘을 합치도록 하는 데 있다. 또 노사정 3자의 사회적 합의체계가 정착돼 참여민
주주의가 발전하도록 하는 것도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노사 현안문제와 노사관계 개혁을 위한 제반 과제, 경제·사회의 발전을 위한 과제 등이 우
리 위원회 내에서 충분히 협의되고 갈등 없이 원만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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