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질 파문 이번엔 한·일전 조짐

경찰, 일본 방송사 ‘기획설’ 언급 … 당사자 주장 크게 엇갈려

지역내일 2004-07-28 (수정 2004-07-28 오후 12:37:43)
26일 연쇄살인 피의자 유영철을 호송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경찰의 유가족 발길질 파문의 불똥이 엉뚱한 데로 옮아가고 있다.
경찰이 일본 방송관계자들의 기획설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국내 논란을 넘어 자칫하면 한·일전 양상으로 비화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피의자 모자를 벗겨라” = 서울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대장 강대원)는 27일 “사건 당시 일본방송에 자료를 제공하는 국내 ㅇ프로덕션이 유가족을 현장에 데려와 돌출행동을 유발케 했다는 제보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은 “유가족을 현장에 데려다 주고 나서 쇼킹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유가족에게 ‘피의자 모자를 벗기라’는 임무를 줬고 포토라인까지 열어줬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만일 경찰 주장이 사실일 경우 자극적인 방송화면을 얻기 위해 유가족을 이용했고, 결국 이 과정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이 발길질이라는 논리가 성립된다.
화면을 제공받은 NTV와 후지TV 등 일본방송마저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어서 경우에 따라선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기획설’에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의 진술은 완전히 엇갈리고 있다.
◆제보의 신빙성 있나 = 우선 기수대장과 제보자의 진술이 불일치한다. 강대원 기수대장은 제보자에 대해 “오늘(27일) 오전 10쯤 기수대 사무실에서 프리랜서로 일본방송 쪽 일을 하고 있는 방송 코디네이터 ㅇ씨로 직접 들은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제보자로 알려진 ㅇ씨는 “나는 기수대 사무실에 간 적이 없다”며 제보사실 자체를 완강히 부인했다.
이에 대해 강 대장은 “당시 사무실에는 나 외에도 관리반장과 직원이 한 명 더 있는 상황이었고, 제보자가 명함까지 주고 갔다”며 제보사실의 신빙성을 거듭 강조했다.
제보자로 지목된 ㅇ씨는 “사건 당시 모방송사 기자와 함께 ‘연출했을 수도 있겠다’는 뉘앙스의 얘기를 한 적이 있다”면서 “기수대 관계자가 이를 엿들었거나 함께 얘기를 나눴던 방송기자가 얘기를 전해줬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직접 제보한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족들 임무 받았나 = 실제 발길질을 당한 유가족들이 일본방송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국내 ㅇ프로덕션의 도움과 제안을 받았는지 여부도 관심사다.
제보에 따르면 유족들은 사건 당일 ㅇ프로덕션 차량으로 영등포 경찰서까지 진행했고, 여기에 모자를 벗기라는 제안을 받아 포토라인을 뚫고 유영철을 향해 돌진했다는 것. 발길질을 당했던 당사자인 유가족 정 모(51)씨는 “일본 기자들 연락이 와서 차를 얻어 타고 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영철에 의해 살해됐던 피해여성의 동거남으로 알려진 유 모(24)씨도 “지난 주말 일본 방송 측으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왔으나 인터뷰는 필요 없고 범인 얼굴이나 한 번 보게 해 달라고 우리가 부탁해 차량을 얻어 타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ㅇ프로덕션으로부터 모자를 벗기라는 등의 기획된 제안을 받은 적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ㅇ프로덕션 또한 “유족들을 경찰서까지 데려간 것은 맞지만 상황을 연출하거나 기획한 일은 전혀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진실공방 양상 = 이처럼 이번에 불거진 ‘기획설’을 둘러싸고 관계 당사자들의 진술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진실게임 양상이다.
경찰이 언급한 제보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때문에 이번 기획설을 두고 경찰이 ‘발길질’로 실추된 명예를 만회하기 위해 사실을 과장했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반대 논리도 마찬가지다. 돌발 상황이 충분히 예상되는 현장에 일본방송 관계 차량의 도움으로 유가족들이 접근했고, 이로 인해 포토라인을 뚫고 진입할 수 있었던 점도 가볍게 보긴 어려운 대목이다.
흥분한 유가족이 벌일 수 있는 위험상황에 대해 경찰이 전혀 대비하지 못했던 점도 이 때문이다.
워낙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는 사안이라 어느 쪽이 사실로 밝혀지든 상당한 파장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평가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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