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박정희’를 극복해야
성 한 표 언론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과 부채를 함께 상속받은 2세 정치인. 스스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가꾸고 있는 그가 첫 시련에 맞닥뜨렸다. 박 대표에게 다가온 시련은 지난 7월 14일 국회의원 171명이 발의한 ‘일제 강점 하 친일 반민족 행위 진상규명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제출로 그 첫 모습을 드러냈다.
반민족 행위 조사 대상자로 원래 ‘중좌 (중령)이상’의 군 장교로 되어 있는 것을 개정안은 ‘소위 이상’으로 수정함으로써 일제하 관동군 소위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조사대상자로 포함시킨 것이다. 발의에 참여한 국회의원 중에는 한나라당 의원 6명도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한 박 대표의 대응은 자신에게 닥친, 그리고 앞으로도 닥칠 시련을 다루는 그의 역량을 가름하는 시험대였다. 박 대표는 “과거의 모든 것을 인정하지 않고, 뿌리를 흔들려 한다.”면서 국가정체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애국세력을 부정하는 일을 계속한다면 전면전을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와 같은 태도는 노무현 대통령 쪽으로부터 유신체제에 대한 문제 제기를 불러왔다. 노 대통령은 “남들이 유신시대 감옥살이를 할 때 유신헌법으로 고시 공부한 게 부끄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유인태 의원은 “유신시절의 ‘퍼스트레이디’였던 박 대표가 말하는 국가정체성은 반공독재체제를 말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친일관련자 조사에 정통성 문제 제기
국회에 제출한 친일 진상규명법 개정안은 박정희 전 대통령, 조선일보 전 사주, 김성수 동아일보 창업자 등에 대한 역사적 단죄가 초점이다. 한나라당이 “박 대표를 향한 정치 보복이라는 의혹이 있다”고 비난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친일진상 규명이나 유신체제 재평가 등 과거사 문제들을 다루는 국가사업은 오래전부터 재야 학계 등에서 주창해 온 과제들로서, 상당한 명분을 축적해 놓고 있다.
따라서 과거사 문제의 재평가를 거부하는 것은 명분도 약하고, 논리를 세우기도 쉽지 않다. “왜 야당 대표를 상대하지 않고, 돌아가신 분 얘기를 하나? 돌아가신 분과 싸우겠다는 것이냐?” 또는 “조사할 테면 해 보라. 자신 있다”라는 박근혜 대표의 항변은 자신의 곤혹스러운 처지를 드러낸다. 결과적으로 그는 과거사 문제로 인해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게 끌려 다니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박 대표는 과거사 문제라는 시련을 피하려 하지 말고,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받아들인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개정안 반대에 앞장 서 나서지 말라는 것이다. 당사자로서는 가만히 있는 것이 좋다. 국가정체성까지 들먹이면서 맞불을 지르면, 문제가 커지고, 따라서 상처도 커질 뿐이다. 개정안이 통과되어 조사가 진행되고, 27세의 청년 박정희가 소위로 임관되어 해방되기까지 1년 남짓 어느 정도의 친일반민족 행위를 했는지가 드러나면, 그때 가서 박근혜 대표는 적절한 사과를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청년시절 박정희의 행적은 박 대표가 태어나기 훨씬 전의 일이다. 박 대표의 책임 문제는 아버지의 친일 여부보다는 스스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맡았던 유신체제와 관련하여 제기될 수 있다. 유신체제의 피해자들에게는 박 대표가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사과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그는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고 이미 사과했다”고 말하고 있는데, “사과했다”고 말하지 말고, “사과한다”고 말해야 한다.
이런 절차들을 흔쾌히 밟음으로써 시련은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박정희의 딸’이 아니라, ‘정치인 박근혜’로 독립할 수 있는 기회가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박정희 딸’이 아닌 ‘정치인 박근혜’라야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그의 존경의 정도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아버지에 대한 일부 국민의, 특히 영남지역의 향수를 적절히 활용한다는 차원을 넘어 아버지에 대한, 신앙에 가까운 신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누구나 부끄러운 시절이 있는 것이고, 이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새로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박 대표는 ‘아버지 박정희’의 부끄러운 시절을 인정하지 않는다. 게다가 ‘박정희의 딸’로서가 아니라 홀로 선 정치인 박근혜 자신의 역사관과 정치관은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들고 있다. 아버지와는 다른, 유신에 대한 자신의 평가와 관점을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표는 아버지의 그늘 속에서 지금 자리에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면 더 이상은 나아가기가 어려울 것이다. 더 나아가기 위해 그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홀로서기’이다. 그가 ‘아버지 박정희’로부터 빚을 넘겨받지 않으려면, 아버지를 위한 변명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유산조차 거부하고 아버지와 차별화 해야 한다. 그는 우선 ‘아버지 박정희’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성 한 표 언론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과 부채를 함께 상속받은 2세 정치인. 스스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가꾸고 있는 그가 첫 시련에 맞닥뜨렸다. 박 대표에게 다가온 시련은 지난 7월 14일 국회의원 171명이 발의한 ‘일제 강점 하 친일 반민족 행위 진상규명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제출로 그 첫 모습을 드러냈다.
반민족 행위 조사 대상자로 원래 ‘중좌 (중령)이상’의 군 장교로 되어 있는 것을 개정안은 ‘소위 이상’으로 수정함으로써 일제하 관동군 소위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조사대상자로 포함시킨 것이다. 발의에 참여한 국회의원 중에는 한나라당 의원 6명도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한 박 대표의 대응은 자신에게 닥친, 그리고 앞으로도 닥칠 시련을 다루는 그의 역량을 가름하는 시험대였다. 박 대표는 “과거의 모든 것을 인정하지 않고, 뿌리를 흔들려 한다.”면서 국가정체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애국세력을 부정하는 일을 계속한다면 전면전을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와 같은 태도는 노무현 대통령 쪽으로부터 유신체제에 대한 문제 제기를 불러왔다. 노 대통령은 “남들이 유신시대 감옥살이를 할 때 유신헌법으로 고시 공부한 게 부끄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유인태 의원은 “유신시절의 ‘퍼스트레이디’였던 박 대표가 말하는 국가정체성은 반공독재체제를 말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친일관련자 조사에 정통성 문제 제기
국회에 제출한 친일 진상규명법 개정안은 박정희 전 대통령, 조선일보 전 사주, 김성수 동아일보 창업자 등에 대한 역사적 단죄가 초점이다. 한나라당이 “박 대표를 향한 정치 보복이라는 의혹이 있다”고 비난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친일진상 규명이나 유신체제 재평가 등 과거사 문제들을 다루는 국가사업은 오래전부터 재야 학계 등에서 주창해 온 과제들로서, 상당한 명분을 축적해 놓고 있다.
따라서 과거사 문제의 재평가를 거부하는 것은 명분도 약하고, 논리를 세우기도 쉽지 않다. “왜 야당 대표를 상대하지 않고, 돌아가신 분 얘기를 하나? 돌아가신 분과 싸우겠다는 것이냐?” 또는 “조사할 테면 해 보라. 자신 있다”라는 박근혜 대표의 항변은 자신의 곤혹스러운 처지를 드러낸다. 결과적으로 그는 과거사 문제로 인해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게 끌려 다니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박 대표는 과거사 문제라는 시련을 피하려 하지 말고,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받아들인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개정안 반대에 앞장 서 나서지 말라는 것이다. 당사자로서는 가만히 있는 것이 좋다. 국가정체성까지 들먹이면서 맞불을 지르면, 문제가 커지고, 따라서 상처도 커질 뿐이다. 개정안이 통과되어 조사가 진행되고, 27세의 청년 박정희가 소위로 임관되어 해방되기까지 1년 남짓 어느 정도의 친일반민족 행위를 했는지가 드러나면, 그때 가서 박근혜 대표는 적절한 사과를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청년시절 박정희의 행적은 박 대표가 태어나기 훨씬 전의 일이다. 박 대표의 책임 문제는 아버지의 친일 여부보다는 스스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맡았던 유신체제와 관련하여 제기될 수 있다. 유신체제의 피해자들에게는 박 대표가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사과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그는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고 이미 사과했다”고 말하고 있는데, “사과했다”고 말하지 말고, “사과한다”고 말해야 한다.
이런 절차들을 흔쾌히 밟음으로써 시련은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박정희의 딸’이 아니라, ‘정치인 박근혜’로 독립할 수 있는 기회가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박정희 딸’이 아닌 ‘정치인 박근혜’라야
‘아버지 박정희’에 대한 그의 존경의 정도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아버지에 대한 일부 국민의, 특히 영남지역의 향수를 적절히 활용한다는 차원을 넘어 아버지에 대한, 신앙에 가까운 신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은 누구나 부끄러운 시절이 있는 것이고, 이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새로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박 대표는 ‘아버지 박정희’의 부끄러운 시절을 인정하지 않는다. 게다가 ‘박정희의 딸’로서가 아니라 홀로 선 정치인 박근혜 자신의 역사관과 정치관은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들고 있다. 아버지와는 다른, 유신에 대한 자신의 평가와 관점을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표는 아버지의 그늘 속에서 지금 자리에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면 더 이상은 나아가기가 어려울 것이다. 더 나아가기 위해 그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홀로서기’이다. 그가 ‘아버지 박정희’로부터 빚을 넘겨받지 않으려면, 아버지를 위한 변명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유산조차 거부하고 아버지와 차별화 해야 한다. 그는 우선 ‘아버지 박정희’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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