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투명성 고삐죄는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외국계 위험 노출된 한국도 도입 서둘러야

지역내일 2004-07-08 (수정 2004-07-08 오전 11:35:11)
미국 당국이 벌이는 ‘펀드’와의 전쟁이 눈길을 끌고 있다. 시장 투명성 확보와 기업지배구조개선을 위한 개혁조치들을 속속 도입하고 있는 탓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새로운 규정을 마련해 뮤추얼펀드 이사회 의장을 외부인사로 영입하고 사외이사 비중도 75%로 상향조정토록 강제했다. 운영 투명성과 정보공개를 엄격히 적용하기 위해서다.
헤지펀드에 대한 압박은 더 심하다. 빠르면 14일부터 헤지 펀드는 운용인력인 펀드매니저들을 SEC에 등록시켜야 한다. 또 주주들이 표를 모으면 이사회를 불신임할 수도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중이다. 이번 개혁조치들은 윌리엄 도날드슨 SEC 의장이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SEC는 최근 불거진 펀드 관련 스캔들을 이유로 16가지의 개혁조치를 상정, 도입중에 있다.
도날드슨 의장은 14일 헤지펀드 펀드매니저의 SEC 등록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는 이 조치를 “SEC가 잠재적인 문제집단을 보다 손쉽게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위험 관리의 일종”이라고 일컬었다. SEC로서는 헤지펀드의 실체에 다가설 수 있는 수단이 하나 생겼고 헤지펀드로서는 운영을 좀더 공개적으로 해야하게 됐다.
이 규정이 도입되면 그 동안 미국 감독당국 입장에 큰 변화를 가져온 사건이 된다. 헤지펀드란 100명 미만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 위험을 회피하는 각종 수법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사모펀드의 일종이다. 지금까지 감독당국은 헤지펀드가 소수의 특정 투자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펀드이기 때문에 굳이 투자자 권리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한국증권업협회 안수현 박사는 “미국 당국이 헤지펀드에 대해 사실상 규제를 하지 않았지만 역외펀드 등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펀드가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번 조치들을 도입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심지어 SEC는 앞으로 펀드의 가치평가까지 문제삼고 나설 계획이다. 도날드슨 SEC 의장은 “앞으로 SEC가 주목할 사안은 헤지펀드가 매기고 있는 포트폴리오 가치”라고 말했다고 6일자 파이낸셜 타임즈(FT)가 전했다. 헤지펀드는 그동안 자산담보부증권(ABS)이나 고위험 채권(lower-grade debt)에 초점을 맞춰 수익을 끌어올리려 애써왔다. 하지만 이런 유가증권은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유동성이 없어 적정 가치를 매기기가 어렵다. 이를 통해 헤지펀드들은 자산 가치나 수익률을 부풀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펀드매니저들은 이익금의 20%를 인센티브로 받기 때문에 펀드 수익률을 조작하려는 유혹에 한결 빠져들기 쉽다.
또 개별 펀드가 운용사에게 지급하는 매매 수수료에 대한 규정도 올 연말까지 완결짓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파산한 100개 헤지펀드를 분석한 위험관리회사 캡코는 “펀드 매니저들이 펀드가치를 ‘조작’하며 시간을 끌었던 것이 펀드 파산의 원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필그림 박스터라는 뮤추얼 펀드 그룹은 지난달 22일 장기 투자자 자산을 이용해 단기 투자 수익을 얻으려 했다가 SEC로부터 1억달러(약 12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런 SEC의 개혁작업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당장 SEC의 위원 5명 가운데 도날드슨 의장과 뜻을 같이 하지 않는 사람도 2명이나 된다. 주주결집을 통한 이사회 불신임안은 SEC 내부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도입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2일자 아시아월스트리저널(AWSJ)이 보도했다. 도날드슨 의장은 공화당으로부터 추천을 받았지만 지금은 민주당 추천 위원 2명과 행보를 같이 하고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인 데이비드 허쉬먼은 “도날드슨 의장 때문에 기업공개를 포기하겠다는 사업가들을 매일같이 만나고 있다”며 SEC가 이 조치를 강행할 경우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일부는 실제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기업가들은 비용부담 증가를 근거로 내세우기도 한다. 사외이사 참여를 강화하면서 회사가 부담해야할 비용이 큰 폭으로 늘 것이라는 분석이 근거다. 미국 상위 200개사 사외이사 참여를 강화하면서 드는 부담은 평균 13.4%가 늘어난 17만70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위원회 참석 수당을 지급하는 비용부담만 3분의 1 가량 늘 것라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 용어해설
헤지펀드
증권연구원 노희진 연구위원이 작성한 ‘헤지펀드의 특성과 규제’ 보고서에 따르면 헤지펀드란 ‘사모방식으로 제한된 숫자의 투자가들로부터 투자자금을 모집하며 월등한 실적을 내세워 이익에 대해 고율의 인센티브 수수료를 부과하고 고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를 말한다. 보통 실현이익의 20%를 인센티브 수수료로 받는다.
대부분 헤지펀드가 수익율을 높이기 위해 차입투자를 하는 레버리지를 사용하고 있다. 1998년 차익거래와 파생상품 투자를 중심으로 5000%에 달하는 레버리지를 사용했다가 금융대란을 초래한 롱텀캐피털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노 연구위원에 따르면 자본금 2배 이상의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고 또 헤징을 아예 하지 않는 펀드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뮤추얼 펀드
간접투자상품으로 일명 회사형 투자신탁이다. 기존 수익증권은 투신사가 발매하면 투자자가 가입하는 방식이었지만 뮤추얼펀드는 투자자가 펀드에 출자를 해 주주가 되며 펀드는 하나의 독립된 회사로 운영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뮤추얼펀드가 법률상 독립된 회사기 때문에 기존 수익증권에 비해 주주 운영 참여가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투명성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EC는 (판매회사의 이익이 아닌) 투자자 이익을 위해 모든 결정이 내려질 수 있도록 독립 이사 회 의장 선임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수백명의 의장을 바꿔야하는 피델리티를 비롯한 투자회사들은 ‘과도한 조처’라며 SEC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사모펀드
소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주식이나 채권을 운영하는 펀드. 법에 따라 100인 이하로 한정하기도 하고 50인 이하로 정하기도 한다. 불특정 다수의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 펀드에 비해 사모 펀드는 소수 고액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정 판매한다. 펀드 규모의 일정 부분 이상을 한 종목에 집중 투자하지 못하게 하는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 펀드에는 이런 제한이 없다.
이헌재 재경부 장관이 한때 국내 금융기관 인수를 목표로 사모펀드 조성에 나서면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첫 헤지펀드 조성에 나선 리캐피탈투자자문 이남우 대표는 “금융기법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부족한 국내에서 사모펀드(PEF) 성공 가능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한 인터뷰에서 내다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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