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집무실같은 법정 분위기 바꾼다

실질적 공판 중심 운영이 과제 … “재판정 자리배치부터 고쳐야”

지역내일 2004-07-13 (수정 2004-07-13 오후 1:07:46)
장 모씨는 지난해 10월 8일 사기혐의로 긴급 체포돼 경찰서 유치장으로 옮겨졌다.
장씨는 이날 오후 8시쯤 유치장 근무 경찰관이 “면회 신청이 있으니 준비하라”는 소리에 유치장을 나섰다. 하지만 “검찰에서 면허금지 조치가 떨어졌다”는 뜻밖의 소리를 들었다. 정씨는 자신이 정당한 이유 없이 40시간 동안 가족과 회사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장씨는 곧바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면회를 제한했던 모 지방검찰청 검사장에게 직원 자체 교육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새로운 형사사법 시스템 도입으로‘불구속재판 원칙’에 맞는 인신 구속제도가 정착되면 구금상태 피의자의 면회금지 등 인권 침해 사례가 급격히 줄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12일 4층 대회의실에서‘바람직한 형사사법시스템의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불구속 재판원칙 실질적 확립 등 새로운 형사사법시스템 도입을 위한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정준영 서울고등법원 판사 등 토론회 참석자들은 “사법개혁을 추진하지 못해 국민들의 불신을 받고 있다”는데 공감하고 사법개혁 추진에 한 목소리를 냈다.
◆ 인신 구속제도의 근본적 개선 = 1995년 형사소송법 개정 때 판사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제도와 기소 전 보석제도 도입으로 한때 구속인원이 감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판 사건 중 40% 이상이 구속사건으로 불구속 재판원칙이 실현되지 않았다. 또 구속영장재판 단계에서는 보석석방제도를 도입하지 못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정 판사는 이와 관련“우리 형사소송법의 근본원칙인 불구속 재판의 원칙, 무죄추정의 원칙 및 적법 절차의 원리 등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하면서 국제기준에 맞는 인신 구속제도 도입을 강조했다. 그는 개선 방안으로 △구속영장 재판단계에서 보석석방제도를 도입하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및 진술거부권의 실질적 보장 △실질적인 공판중심주의 도입 등을 강조했다.
◆ 공판중심주의 실현= 미국 법정영화에서 변호사가 피고인을 방어하면서 열변을 토하고, 검사도 이를 맞받아 치며 법정공방을 벌이는 장면을 흔히 본다. 이른바 ‘공판중심주의’의 모습이다.
우리나라도 형사소송법에는 구두변론주의, 직접심리주의 등에 따라 형사재판절차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정에서 유·무죄와 형량을 정하는 공판중심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완전히 딴판이다. 피고인은 판사 아래서 잔뜩 주눅이 들어있고, 항변을 한다든지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재판이 법정이 아니라 법관의 집무실에서 이뤄진다는 극단적인 비판이 있다.
이런 관행은 결국 법정에서 나오지 않은 내용으로 판결이 내려지기 때문에 피고인은 판사의 판결을 불신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또 변호사는 이런 관행에 편승해 판사에 대한 로비명목으로 피의자나 피의자 가족에게 많은 변호사 수임료를 요구하고, 전관예우 등의 법조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공판중심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 △피고인이 수사기록에 대한 접근을 쉽게 하고 △법정에서 검사 역할을 강화하며 △영상녹화 제도 등을 확대하고 △집중심리제 활성화를 위한 공판절차를 정비하고 △공판정 좌석배치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 피고인 좌석을 검사와 대등하게= 특히 조서재판관행을 극복하기 위해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수사기관이 피의자조서를 작성할 때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이 있음을 알리는 것과 조서작성 과정을 녹음·녹화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경찰에서 작성한 조서는 피의자가 재판정에서 자신이 한 진술을 부인하면 증거로 인정하지 않고, 검찰에서 작성한 조서는 진정성이 인정되면 증거능력이 주어진다. 이 규정은 1961년 일부 개정된 이래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 검찰은 최근 신문조서에 피의사실에 대한 문답 뿐 아니라, 피의자가 수사과정에서 보인 태도까지 기록하고 있는데, 조서를 읽는 판사는 재판정에서 피고인이 아무리 부인해도 조서의 증명력을 부정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조서를 작성하는 과정을 녹음·녹화하거나, 근본적으로는 변호인이 입회하지 않고 작성된 조서는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조서재판관행을 극복하기 위해 피고인의 좌석을 재배치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피고인석은 재판장을 마주보고 오른쪽에 검사석이, 왼쪽에 변호인석이 자리잡고 있다. 이런 배치는 피고인 자리와 변호사 자리가 분리돼, 피고인이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데 곤란하다. 피고인은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취약한 위치에서 방어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검찰측 자리와 피고인측 자리가 나란히 재판장을 바라보고 있고, 변호인은 피고인 자리에 함께 앉는다. 독일도 비슷한 배치를 하고 있고, 다만 변호인 자리는 피고인의 뒤편에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배치가 비슷한데, 최근에는 피고인과 변호인이 가까이 하고 있는 법정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세계추세에 맞추어 우리나라도 법정에서 검사와 대등한 당사자로 자리를 배치해 피고인의 방어권을 더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 방국진·정원택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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