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임단협 투쟁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섰다.
파업건수는 급증했다. 17일 현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나 증가했다. 노사분규 참가자 수도 49.3%나 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장담했던 분규건수 줄이기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더구나 자율적 노사관계가 아직까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여전히 주를 이루고 있다.
본지는 2회에 걸쳐 올 상반기 노사관계에 대한 평가와 함께 하반기 예상되는 노사관계 주요 쟁점을 진단했다. 편집자 주
올 상반기 노사관계의 가장 커다란 특징은 불안정한 가운데서도 노사간 자율교섭의 시스템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점이다. 정부 개입이 최소화되고 노사자율 교섭이 확산되면서 역설적이게 노사분규 건수는 예년에 비해 대폭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관련 기사 18면
이 과정에서 일부 파업사업장들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해 스스로 파업을 철회하는 해프닝을 경험하기도 했다. 일부 사용자들 역시 여전히 정부의 공권력에 의존하는 구태를 재연했고, 노조의 파업을 유도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노사분규 대폭 증가 = 파업 건수는 눈에 띄게 늘어났다. 지난 17일 현재 41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68건보다 53%나 증가했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해 전체 320건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2000년 250건, 2001년 235건, 2002년 322건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것이다. 노사분규 참가자도 16만8529명으로 지난해 동기 11만2585명에 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노사분규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는 지난해 동기(97만9945일)보다 적은 95만9706일을 기록했다.
파업 급증의 원인으론 △산별교섭에 따른 집단적 분규의 증가 △주5일제 본격 실시에 따른 인력충원 등 노사간 이견차이 등으로 나타났다.
◆노사자율교섭 정착 계기 = 이렇게 파업 건수가 급증한 것은 노사관계가 여전히 상생의 길에 들어서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파업이 많이 일어났지만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해 직접 개입하지 않아 그 결과 여부에 관계없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박종선 노동부 노사조정과장은 “한미은행이나 병원파업 등 파업이 길어진 경우에도 정부가 인내심 있게 노사간 자율타결을 유도했다”며 “이러한 노력은 예년에 정부가 노사양측에 압박을 가하는 방식으로 타결을 유도했던 것에 비하면 커다란 발전”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수봉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직권중재라는 가장 정부 개입적인 독소조항을 남겨 둔 상태에서 자율교섭은 허구에 불과하다”며 “직권중재를 완전히 폐지하기 전에는 진정한 노사자율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중앙단위 노사정 극단 대결 자제
무리한 파업·공권력 의존 구태 여전 … 대화재개 관심사
올해 상반기 노사분규에서 나타난 또 다른 특징은 노사간 타협을 통한 타결과 정부가 경찰력을 투입해 강제로 노조의 파업을 해산한 경우가 아닌 상황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노조가 스스로 파업을 철회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20일부터 일제히 파업에 돌입했던 서울지하철노조와 도시철도공사노조는 내부 파업동력의 소진과 조합원의 반발 등에 의해 파업 4일째인 23일 전격적으로 파업을 철회하는 ‘백기투항’을 감내했다.
7월 18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던 LG칼텍스정유 노조도 8월 6일 회사의 업무복귀시한 1시간을 앞둔 상태에서 전격적인 파업철회를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측은 노조와 어떠한 공식·비공식 타협도 하지 않은 상태였으며, 정부가 물밑에서 중재안을 제시한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권력에 의존하는 사용자 여전 = 노동계의 무리한 투쟁도 문제지만 여전히 구시대적인 공권력에 의존한 갈등해결을 선호하는 사용자측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대표적 직권중재 사업장인 병원의 사용자들은 성실한 교섭에 대한 의지가 없다”며 “이는 직권중재라는 국가 공권력을 믿고 노조의 불법행동을 유도해서 반사이익을 얻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지난 6∼7월 노동계 파업투쟁이 한참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 사업장 사용자는 경찰을 비롯한 정부측에 노골적으로 공권력투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아직까지 외부의 힘을 빌어 분쟁을 해결하려 한다는 비난을 자초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 노사관계의 큰 축은 역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산하노조들의 투쟁과 이를 방어하려는 사용자측의 대결구도로 짜여졌다.
비록 민주노총이 직접 파업을 지시하고 명령한 것은 없지만 산하노조들의 파업에 대해서 전혀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이는 이수호 위원장이 지하철 노조 등의 파업에 정부가 직권중재를 내리자 즉각 이에 반발하는 단식과 삭발농성에 돌입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다른 몇 가지 중요한 변화의 조짐이 발견된다는 것이 노동계 안팎의 분석이다.
가장 크게는 민주노총이 일시적으로 대화를 유보하기는 했지만 ‘노사정대표자회의’를 깨고, 극단적 대결투쟁으로 나아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민주노총 핵심그룹들 내에서는 일부 요건들만 해결된다면 노사정 대화채널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민주노총은 지난달 말 ‘노사정대표자회의’ 유보결정에도 불구하고, 최근 상임집행위원회 등을 통해 ‘노사정대표자회의’ 재개에 대한 내부 여론을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전 집행부와는 달리 노사가 극단적인 분쟁과정에서도 일정하게 노사 및 노정간 협의채널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에도 불구하고, 당장 민주노총이 ‘노사정 대화’에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 있게 확산되고 있어 하반기 노사관계에서 이 문제가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로 부각될 전망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파업건수는 급증했다. 17일 현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나 증가했다. 노사분규 참가자 수도 49.3%나 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장담했던 분규건수 줄이기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더구나 자율적 노사관계가 아직까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여전히 주를 이루고 있다.
본지는 2회에 걸쳐 올 상반기 노사관계에 대한 평가와 함께 하반기 예상되는 노사관계 주요 쟁점을 진단했다. 편집자 주
올 상반기 노사관계의 가장 커다란 특징은 불안정한 가운데서도 노사간 자율교섭의 시스템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점이다. 정부 개입이 최소화되고 노사자율 교섭이 확산되면서 역설적이게 노사분규 건수는 예년에 비해 대폭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관련 기사 18면
이 과정에서 일부 파업사업장들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해 스스로 파업을 철회하는 해프닝을 경험하기도 했다. 일부 사용자들 역시 여전히 정부의 공권력에 의존하는 구태를 재연했고, 노조의 파업을 유도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노사분규 대폭 증가 = 파업 건수는 눈에 띄게 늘어났다. 지난 17일 현재 41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68건보다 53%나 증가했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해 전체 320건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2000년 250건, 2001년 235건, 2002년 322건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것이다. 노사분규 참가자도 16만8529명으로 지난해 동기 11만2585명에 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노사분규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는 지난해 동기(97만9945일)보다 적은 95만9706일을 기록했다.
파업 급증의 원인으론 △산별교섭에 따른 집단적 분규의 증가 △주5일제 본격 실시에 따른 인력충원 등 노사간 이견차이 등으로 나타났다.
◆노사자율교섭 정착 계기 = 이렇게 파업 건수가 급증한 것은 노사관계가 여전히 상생의 길에 들어서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파업이 많이 일어났지만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해 직접 개입하지 않아 그 결과 여부에 관계없이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박종선 노동부 노사조정과장은 “한미은행이나 병원파업 등 파업이 길어진 경우에도 정부가 인내심 있게 노사간 자율타결을 유도했다”며 “이러한 노력은 예년에 정부가 노사양측에 압박을 가하는 방식으로 타결을 유도했던 것에 비하면 커다란 발전”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수봉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직권중재라는 가장 정부 개입적인 독소조항을 남겨 둔 상태에서 자율교섭은 허구에 불과하다”며 “직권중재를 완전히 폐지하기 전에는 진정한 노사자율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중앙단위 노사정 극단 대결 자제
무리한 파업·공권력 의존 구태 여전 … 대화재개 관심사
올해 상반기 노사분규에서 나타난 또 다른 특징은 노사간 타협을 통한 타결과 정부가 경찰력을 투입해 강제로 노조의 파업을 해산한 경우가 아닌 상황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노조가 스스로 파업을 철회했다는 점이다.
지난 7월 20일부터 일제히 파업에 돌입했던 서울지하철노조와 도시철도공사노조는 내부 파업동력의 소진과 조합원의 반발 등에 의해 파업 4일째인 23일 전격적으로 파업을 철회하는 ‘백기투항’을 감내했다.
7월 18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던 LG칼텍스정유 노조도 8월 6일 회사의 업무복귀시한 1시간을 앞둔 상태에서 전격적인 파업철회를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측은 노조와 어떠한 공식·비공식 타협도 하지 않은 상태였으며, 정부가 물밑에서 중재안을 제시한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권력에 의존하는 사용자 여전 = 노동계의 무리한 투쟁도 문제지만 여전히 구시대적인 공권력에 의존한 갈등해결을 선호하는 사용자측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대표적 직권중재 사업장인 병원의 사용자들은 성실한 교섭에 대한 의지가 없다”며 “이는 직권중재라는 국가 공권력을 믿고 노조의 불법행동을 유도해서 반사이익을 얻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지난 6∼7월 노동계 파업투쟁이 한참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 사업장 사용자는 경찰을 비롯한 정부측에 노골적으로 공권력투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아직까지 외부의 힘을 빌어 분쟁을 해결하려 한다는 비난을 자초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 노사관계의 큰 축은 역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산하노조들의 투쟁과 이를 방어하려는 사용자측의 대결구도로 짜여졌다.
비록 민주노총이 직접 파업을 지시하고 명령한 것은 없지만 산하노조들의 파업에 대해서 전혀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이는 이수호 위원장이 지하철 노조 등의 파업에 정부가 직권중재를 내리자 즉각 이에 반발하는 단식과 삭발농성에 돌입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다른 몇 가지 중요한 변화의 조짐이 발견된다는 것이 노동계 안팎의 분석이다.
가장 크게는 민주노총이 일시적으로 대화를 유보하기는 했지만 ‘노사정대표자회의’를 깨고, 극단적 대결투쟁으로 나아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민주노총 핵심그룹들 내에서는 일부 요건들만 해결된다면 노사정 대화채널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민주노총은 지난달 말 ‘노사정대표자회의’ 유보결정에도 불구하고, 최근 상임집행위원회 등을 통해 ‘노사정대표자회의’ 재개에 대한 내부 여론을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전 집행부와는 달리 노사가 극단적인 분쟁과정에서도 일정하게 노사 및 노정간 협의채널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에도 불구하고, 당장 민주노총이 ‘노사정 대화’에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 있게 확산되고 있어 하반기 노사관계에서 이 문제가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로 부각될 전망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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