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심 국립국어연구원장은 1955년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후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을때부터 지금까지 50여년동안 국어 연구의 외길을 걸어 왔다. 생애의 3분의 2 이상을 국어연구에 바친 셈인데도 남 원장은 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한국사람이라면 나서부터 죽을때까지 국어와 함께하는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게 아마도 남 원장의 생각일 것이다.
남기심 원장은 “우리 민족은 오랜 세월 한국말을 사용하면서 국어에 적합한 유전자 및 두뇌구조를 갖추게 된 만큼 국어와 불가분의 관계”라고 강조했다.
국어연구원이 하는 일을 설명해달라.
사람이 말을 만들고 말이 사람을 사람답게 한다. 말이 잘 갖춰져야 삶에 질서가 있고, 말이 잘 다듬어져야 그 삶이 윤기 있게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언어는 문화를 창조하는 바탕이 된다. 어법이 바로 서고 어문 생활이 가지런해야 문화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문화 창달도 기여할 수 있다. 국립국어연구원은 이같은 언어 기능을 수행하도록 국가 어문 정책 관련 연구를 주관하는 기관이다. 각종 어문 규정을 제정하고 국어사전을 편찬, 어문의 표준을 마련해 국어 생활의 질서를 세우는 한편, 국어를 순화, 보급하고 국어 자료를 수집, 가공하며 국어 유산을 모아 보존해 국어 생활의 향상을 꾀하도록 하는 게 국어연구원의 역할이다.
대학과 연구원은 국어 접근방식에서 차이가 있을텐데.
대학에서는 국어를 세계 7000여개 언어중 하나로 놓고 국어의 언어학적 원리 및 언어사용이 심리적 사실 혹은 세상을 이해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연구한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역사주의, 구조주의, 실존주의 등이 있다면 언어도 이같은 시각으로 살펴본다는 얘기다. 물리학 또는 화학에서 법칙을 찾듯 국어를 다루는 곳이 대학이다.
그러나 연구원은 국어 사용을 중점에 둔다. 국민들이 효과적으로 정보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국민언어생활을 살펴보고 언어생활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책을 모색하는 것이 국어연구원에서 할 일이다. 언어는 정보전달 외에 일체감 등 정서적, 감정적 역할도 일정부분 담당하는 만큼 이에 대한 정책적 연구도 병행하게 된다.
국어사용의 중요성을 설명한다면.
영어는 보통 중학교부터 6년이상 중요과목으로 배움에도 불구하고 실제 외국인과 만나면 우리는 거의 벙어리가 된다. 반면 모국어는 체계적으로 가르치지 않았음에도 유치원 나이면 거의 다 배운다. 지식면에서 훨씬 미숙한데도 말이다. 이는 유전자 때문이라는 것이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우리 민족은 오랜 세월 한국말을 사용하면서 국어에 적합한 유전자 및 두뇌구조를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말글을 잘 쓰게 되면 정보흡수 및 전파가 빠르게 된다. 예를들어 우리나라 6학년 학생이 1000개의 어휘를 사용하고 평균 어휘력과 해독력이 70점인데 같은 나이의 일본 학생이 훨씬 많은 어휘를 사용하고 독해 및 말하기 듣기에 능하다면 이 아이들이 커서 서로 경쟁할 때 어떤 결과가 나오겠는가. 언어능력의 차이는 지식차이를 불러오고 이는 곧 문화수준, 교양수준 차이 뿐 아니라 기술력, 노동력 등 경쟁력 차이를 가져오게 된다.
국어는 도구로서의 언어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했는데.
국어는 엄마 품에서 배운 말이다. 이를 통해 가족, 친구, 사회, 민족이 서로 소통하게 된다. 여기서의 소통이란 뜻이 통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정이 통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외국어 원서를 이용해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도구로서의 언어’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그러나 국어는 이같은 도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뜻과 정이 통하는 기호체계인 국어로 연구 및 지식흡수는 물론 사랑, 미움 등 감정도 정확히 표현할 수 있고 싸움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국어는 정보전달 도구 위에 정서공유 및 일체감 형성 등 훨씬 광범위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국제경쟁력을 내세우며 조기영어교육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
말은 많이 할 줄 알면 좋은 것 아닌가. 영어 뿐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도 많이 가르치는 것이 좋다. 문제는 충분한 준비 및 연구,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초등학교나 중학교때 유학을 간 학생들은 이른바 제3세계 학생들과 어울리며 수준 낮은 언어를 구사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인과 외국인의 중간에서 정체성 혼란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아예 말을 배우는 단계에서 외국에 간 학생들은 한국사람이라고 보기 어렵다. 자기정체성을 세우기 전에 외국어를 접하게 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수 있다.
또 미국 이민 자녀들에 대한 한 연구에 의하면 한국말과 영어를 같이할 경우 한국말을 잘할수록 영어를 빨리 배우고 잘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조기영어교육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에서 하는 것은 한계가 많다고 본다. 말은 그 언어환경, 문화속에서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조기영어교육은 노력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국어 오염 및 훼손문제에 대한 우려도 높다.
언어 오염 및 훼손문제는 우리나라만, 이시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시대든지 항상 제기돼 왔던 부분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부분은 외래어가 무분별하게 들어오면서 요즘 국어 오염 및 훼손 정도가 심하다는 것이다. 물론 문화는 물 흐르듯 흐르는 것이다. 언어도 문화인 만큼 문화가 흘러들면 말도 흘러들기 마련이다. 예전에 우리글이 없어 수천년동안 한자를 빌려 썼지만 우리말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말이 있지 않나.
말이라는 것은 사람 일생과 비슷하다. 새로운 물건이나 제도, 문물 등이 생기면 말도 새로 생기고 변하면 같이 변하고 없어지면 같이 없어지게 된다. 앞으로 ‘지게’나 ‘나무꾼’ 같은 말이 없어지지 않겠는가. 반면 도우미, 새내기, 먹거리, 나들목, 민소매 이런 말들이 새로 생겼다.
물론 연구원은 국어 오염 및 훼손, 외래어 남발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정부가 정해서 따라오라는 방식으로 국어 순화운동을 했지만 요즘은 인터넷 등을 적극 활용, ‘국어 순화를 함께 하자’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남기심 원장은
55 서울고, 64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대학원 졸
67 미국 워싱턴대 수료 74년 문학박사(연세대)
67~77 계명대 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교수
77~2001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78 문화부 국어심의회 위원
89~98 한글학회 감사·이사
91 연세대 국학연구원장, 95 연세대 문과대학장
97 국어학회장
98 한국언어학회 회장
2001 국립국어연구원장(현)
/장유진 기자 yjchang@naeil.com
남기심 원장은 “우리 민족은 오랜 세월 한국말을 사용하면서 국어에 적합한 유전자 및 두뇌구조를 갖추게 된 만큼 국어와 불가분의 관계”라고 강조했다.
국어연구원이 하는 일을 설명해달라.
사람이 말을 만들고 말이 사람을 사람답게 한다. 말이 잘 갖춰져야 삶에 질서가 있고, 말이 잘 다듬어져야 그 삶이 윤기 있게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언어는 문화를 창조하는 바탕이 된다. 어법이 바로 서고 어문 생활이 가지런해야 문화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문화 창달도 기여할 수 있다. 국립국어연구원은 이같은 언어 기능을 수행하도록 국가 어문 정책 관련 연구를 주관하는 기관이다. 각종 어문 규정을 제정하고 국어사전을 편찬, 어문의 표준을 마련해 국어 생활의 질서를 세우는 한편, 국어를 순화, 보급하고 국어 자료를 수집, 가공하며 국어 유산을 모아 보존해 국어 생활의 향상을 꾀하도록 하는 게 국어연구원의 역할이다.
대학과 연구원은 국어 접근방식에서 차이가 있을텐데.
대학에서는 국어를 세계 7000여개 언어중 하나로 놓고 국어의 언어학적 원리 및 언어사용이 심리적 사실 혹은 세상을 이해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연구한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역사주의, 구조주의, 실존주의 등이 있다면 언어도 이같은 시각으로 살펴본다는 얘기다. 물리학 또는 화학에서 법칙을 찾듯 국어를 다루는 곳이 대학이다.
그러나 연구원은 국어 사용을 중점에 둔다. 국민들이 효과적으로 정보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국민언어생활을 살펴보고 언어생활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책을 모색하는 것이 국어연구원에서 할 일이다. 언어는 정보전달 외에 일체감 등 정서적, 감정적 역할도 일정부분 담당하는 만큼 이에 대한 정책적 연구도 병행하게 된다.
국어사용의 중요성을 설명한다면.
영어는 보통 중학교부터 6년이상 중요과목으로 배움에도 불구하고 실제 외국인과 만나면 우리는 거의 벙어리가 된다. 반면 모국어는 체계적으로 가르치지 않았음에도 유치원 나이면 거의 다 배운다. 지식면에서 훨씬 미숙한데도 말이다. 이는 유전자 때문이라는 것이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우리 민족은 오랜 세월 한국말을 사용하면서 국어에 적합한 유전자 및 두뇌구조를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말글을 잘 쓰게 되면 정보흡수 및 전파가 빠르게 된다. 예를들어 우리나라 6학년 학생이 1000개의 어휘를 사용하고 평균 어휘력과 해독력이 70점인데 같은 나이의 일본 학생이 훨씬 많은 어휘를 사용하고 독해 및 말하기 듣기에 능하다면 이 아이들이 커서 서로 경쟁할 때 어떤 결과가 나오겠는가. 언어능력의 차이는 지식차이를 불러오고 이는 곧 문화수준, 교양수준 차이 뿐 아니라 기술력, 노동력 등 경쟁력 차이를 가져오게 된다.
국어는 도구로서의 언어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했는데.
국어는 엄마 품에서 배운 말이다. 이를 통해 가족, 친구, 사회, 민족이 서로 소통하게 된다. 여기서의 소통이란 뜻이 통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정이 통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외국어 원서를 이용해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도구로서의 언어’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그러나 국어는 이같은 도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뜻과 정이 통하는 기호체계인 국어로 연구 및 지식흡수는 물론 사랑, 미움 등 감정도 정확히 표현할 수 있고 싸움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국어는 정보전달 도구 위에 정서공유 및 일체감 형성 등 훨씬 광범위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국제경쟁력을 내세우며 조기영어교육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
말은 많이 할 줄 알면 좋은 것 아닌가. 영어 뿐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도 많이 가르치는 것이 좋다. 문제는 충분한 준비 및 연구,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초등학교나 중학교때 유학을 간 학생들은 이른바 제3세계 학생들과 어울리며 수준 낮은 언어를 구사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인과 외국인의 중간에서 정체성 혼란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아예 말을 배우는 단계에서 외국에 간 학생들은 한국사람이라고 보기 어렵다. 자기정체성을 세우기 전에 외국어를 접하게 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수 있다.
또 미국 이민 자녀들에 대한 한 연구에 의하면 한국말과 영어를 같이할 경우 한국말을 잘할수록 영어를 빨리 배우고 잘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조기영어교육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에서 하는 것은 한계가 많다고 본다. 말은 그 언어환경, 문화속에서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조기영어교육은 노력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국어 오염 및 훼손문제에 대한 우려도 높다.
언어 오염 및 훼손문제는 우리나라만, 이시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시대든지 항상 제기돼 왔던 부분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부분은 외래어가 무분별하게 들어오면서 요즘 국어 오염 및 훼손 정도가 심하다는 것이다. 물론 문화는 물 흐르듯 흐르는 것이다. 언어도 문화인 만큼 문화가 흘러들면 말도 흘러들기 마련이다. 예전에 우리글이 없어 수천년동안 한자를 빌려 썼지만 우리말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말이 있지 않나.
말이라는 것은 사람 일생과 비슷하다. 새로운 물건이나 제도, 문물 등이 생기면 말도 새로 생기고 변하면 같이 변하고 없어지면 같이 없어지게 된다. 앞으로 ‘지게’나 ‘나무꾼’ 같은 말이 없어지지 않겠는가. 반면 도우미, 새내기, 먹거리, 나들목, 민소매 이런 말들이 새로 생겼다.
물론 연구원은 국어 오염 및 훼손, 외래어 남발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정부가 정해서 따라오라는 방식으로 국어 순화운동을 했지만 요즘은 인터넷 등을 적극 활용, ‘국어 순화를 함께 하자’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남기심 원장은
55 서울고, 64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대학원 졸
67 미국 워싱턴대 수료 74년 문학박사(연세대)
67~77 계명대 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교수
77~2001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78 문화부 국어심의회 위원
89~98 한글학회 감사·이사
91 연세대 국학연구원장, 95 연세대 문과대학장
97 국어학회장
98 한국언어학회 회장
2001 국립국어연구원장(현)
/장유진 기자 yjch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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