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들이 보좌관 무시하는 풍토 바꿀겁니다”
보좌관도 ‘전문가 시대’ - 17대 국회 처음 들어온 변호사 출신 보좌관
지역내일
2004-09-08
(수정 2004-09-08 오전 10:46:38)
17대 국회 들어 눈에 띄게 달라진 점 중 하나를 꼽는다면 ‘전문성’의 증가다. 비단 국회의원 개인의 전문성이 증가한 것 뿐만 아니라 보좌진들의 전문성 증가도 괄목할 만하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변호사 출신 보좌관의 등장이다.
17대 국회에는 총 5명의 변호사 출신이 의원들을 보좌하고 있다. 변호사 자격증이 ‘명예와 부의 지름길’로 여겨지는 한국 풍토에서는 이들이 국회 보좌관으로 일한다는 것 자체가 의아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이들 5명은 이런 시선에 오히려 당황스러워하는 사람들이었다.
“변호사 생활하면서 사실 벽도 많이 느꼈고, 돌파구를 찾아 국회로 왔습니다” 변호사 5인방 중 가장 맏형 격의 사람은 강문대 변호사(37·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실). 변호사 출신 보좌관 1호로 기록된 강 변호사는 민주노총 법률원 5년차 변호사로 일하다가 국회로 옮겨왔다.
산재 전문 변호사인 강 변호사는 민주노총에서 일하던 것과는 또 다른 묘미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법을 만드는 곳이니만큼 바로바로 영향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강 변호사와 동갑인 열린우리당 이원영 의원실의 김준기 변호사(37)는 다양한 경험을 찾아 국회까지 오게 됐다. 김 변호사는 법인 생활 1년, 개업도 1년 해봤지만 ‘공부만 했던’ 세월 때문인지 사회성과 인간관계의 부족을 뼈저리게 느꼈다.
김 변호사는 “앞으로는 국회 보좌관 중에 변호사 출신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특히 “밖에서만 보던 것과는 달리 정치인을 하려면 자기희생 정신이 필요한 것 같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김 변호사는 최근 재정 신청 전면 확대 등의 법안을 내는데 주된 역할을 하는 등 변호사로서의 전문성을 톡톡히 보여주기도 했다.
윤승현 변호사(36·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실)는 거의 연수원 마치자마자 국회로 들어온 케이스. 국회로 들어온 동기는 김준기 변호사와 비슷하다. 법인에서 4개월 정도를 근무했지만 한계를 많이 느꼈다고 한다.
윤 변호사는 “사법은 만들어진 규범을 적용하고 판단하는 곳이었다면 국회는 규범을 창출하는 곳”이라면서 “법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생각의 범위가 제약되는 면이 있는데 반해 여기 생활을 하다 보니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법에서 문제점을 찾게 되고, 생각도 유연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세원 변호사(35·열린우리당 안병엽 의원실)와 이호찬 변호사(33·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실)는 둘 다 미국 뉴욕 변호사 출신인데다 미국공인회계사(AICPA) 자격증도 갖고 있다.
이 중 강 변호사는 한국 홍콩 등에서 7년 정도 국제금융 전문 변호사로 일했고 1년은 외국계 은행에서 일할 정도로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다. 강 변호사는 “정부와 경제 분야가 서로 유기적인 순환관계를 이뤄야 한다”면서 국회에서 일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이호찬 변호사는 미국 로펌에서 2년여간 일하다 귀국했다. 이 변호사는 세법과 증권법 전문 변호사로 마침 재경위 소속인 박 의원실에서 전문성을 살리고 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재경부 관료들이 보좌관은 물론이고 의원들도 무시하는 경향이 있더라”면서 “그러나 의원들도 많이 달라졌고 보좌관들도 많이 달라지고 있어 경제관료들도 많이 긴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의원들을 보좌하며 입법활동에서 보람을 발견하고 있는 이들이지만 불만이 없을 리는 없다. 이들이 가장 볼멘소리를 내는 것은 역시나 급여 문제다.
개인차는 있지만 적게는 3분의 1정도가 깎였거나, 절반 가까이 깎인 사람도 있었다.
이호찬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변호사들이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가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가는 곳이 보좌관직”이라면서 “한국 상황은 아직 열악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17대 국회에는 총 5명의 변호사 출신이 의원들을 보좌하고 있다. 변호사 자격증이 ‘명예와 부의 지름길’로 여겨지는 한국 풍토에서는 이들이 국회 보좌관으로 일한다는 것 자체가 의아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이들 5명은 이런 시선에 오히려 당황스러워하는 사람들이었다.
“변호사 생활하면서 사실 벽도 많이 느꼈고, 돌파구를 찾아 국회로 왔습니다” 변호사 5인방 중 가장 맏형 격의 사람은 강문대 변호사(37·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실). 변호사 출신 보좌관 1호로 기록된 강 변호사는 민주노총 법률원 5년차 변호사로 일하다가 국회로 옮겨왔다.
산재 전문 변호사인 강 변호사는 민주노총에서 일하던 것과는 또 다른 묘미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법을 만드는 곳이니만큼 바로바로 영향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강 변호사와 동갑인 열린우리당 이원영 의원실의 김준기 변호사(37)는 다양한 경험을 찾아 국회까지 오게 됐다. 김 변호사는 법인 생활 1년, 개업도 1년 해봤지만 ‘공부만 했던’ 세월 때문인지 사회성과 인간관계의 부족을 뼈저리게 느꼈다.
김 변호사는 “앞으로는 국회 보좌관 중에 변호사 출신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특히 “밖에서만 보던 것과는 달리 정치인을 하려면 자기희생 정신이 필요한 것 같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김 변호사는 최근 재정 신청 전면 확대 등의 법안을 내는데 주된 역할을 하는 등 변호사로서의 전문성을 톡톡히 보여주기도 했다.
윤승현 변호사(36·한나라당 장윤석 의원실)는 거의 연수원 마치자마자 국회로 들어온 케이스. 국회로 들어온 동기는 김준기 변호사와 비슷하다. 법인에서 4개월 정도를 근무했지만 한계를 많이 느꼈다고 한다.
윤 변호사는 “사법은 만들어진 규범을 적용하고 판단하는 곳이었다면 국회는 규범을 창출하는 곳”이라면서 “법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생각의 범위가 제약되는 면이 있는데 반해 여기 생활을 하다 보니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법에서 문제점을 찾게 되고, 생각도 유연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세원 변호사(35·열린우리당 안병엽 의원실)와 이호찬 변호사(33·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실)는 둘 다 미국 뉴욕 변호사 출신인데다 미국공인회계사(AICPA) 자격증도 갖고 있다.
이 중 강 변호사는 한국 홍콩 등에서 7년 정도 국제금융 전문 변호사로 일했고 1년은 외국계 은행에서 일할 정도로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다. 강 변호사는 “정부와 경제 분야가 서로 유기적인 순환관계를 이뤄야 한다”면서 국회에서 일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이호찬 변호사는 미국 로펌에서 2년여간 일하다 귀국했다. 이 변호사는 세법과 증권법 전문 변호사로 마침 재경위 소속인 박 의원실에서 전문성을 살리고 있다.
이 변호사는 특히 “재경부 관료들이 보좌관은 물론이고 의원들도 무시하는 경향이 있더라”면서 “그러나 의원들도 많이 달라졌고 보좌관들도 많이 달라지고 있어 경제관료들도 많이 긴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의원들을 보좌하며 입법활동에서 보람을 발견하고 있는 이들이지만 불만이 없을 리는 없다. 이들이 가장 볼멘소리를 내는 것은 역시나 급여 문제다.
개인차는 있지만 적게는 3분의 1정도가 깎였거나, 절반 가까이 깎인 사람도 있었다.
이호찬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변호사들이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가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가는 곳이 보좌관직”이라면서 “한국 상황은 아직 열악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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