곪아 터진 뒤의 대학 구조조정
대학 구조조정안이 발표되자 대학가가 술렁이고 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해 온갖 편법을 써가며 생존의 몸부림을 치는 군소대학들을 중심으로 반발 분위기가 표면화하는가 하면, 대학촌 주민들까지 그 정책이 ‘먹고 사는 문제’에 미칠 영향을 입에 담는다.
우리는 이 조치를 꼭 필요한 일로 평가하지만, 동시에 너무 늦었음을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 하면 지난 세월 한국의 대학정책과 정원정책은 고교 졸업생 수가 줄어가는 분명한 통계 위에서 양적 팽창주의 일변도를 달려왔기 때문이다.
대학설립준칙주의·정원자율화 조치로 응급 외과수술 자초
10년 전인 1995년 우리나라 대학은 304개였는데 1년에 5.3개꼴로 늘어 지금 357개가 되었다. 대학 수만 는 것이 아니라 기존 대학의 정원도 크게 늘었다. 그동안 증가한 정원이 16만 명이 넘는다. 김영삼 정권 시대 세계화라는 미명 아래 시행된 이른바 대학설립 준칙주의와 정원 자율화 조치의 산물이다. 대학 설립요건을 크게 완화해 웬만하면 설립신청을 모두 허가해 주었고, 수도권 지역이 아니면 대학의 요구대로 증원을 허용해 주었다. 별 특징도 없는 백화점식 대학의 난립이 구조조정이라는 응급 외과수술을 자초한 셈이다.
우리나라 시·군·구 수가 232개이니 한 시·군에 1.5개의 대학이 있는 셈이다. 도서벽지에 대학이 들어섰다고 하나도 이상할 것 없는 세상이다. 수요가 있다면야 어디든 대학이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 당시 우리나라 교육통계에는 누가 보아도 분명한 고교생수 하강곡선이었는데, 뻔한 장래를 내다보면서도 그런 정책을 고집한 이유를 모르겠다. 출산율 둔화로 해마다 초· 중등학교 학생수가 줄어드는 현상을 왜 대학 정원정책에 참고하지 않았는지 따지고 싶은 심정이다.
학생수 감소 통계는 2000년대 이후 고교 졸업생과 대학정원 수가 역전된 기현상으로 증명되었다. 2000학년도까지도 90만 명에 가깝던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자 수가 근년에는 70만 명 이하로 뚝 떨어졌다. 그런데도 대학 증원정책에는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다. 그 결과 2003학년도부터는 실업계를 포함해 모든 고교 졸업생이 대학에 갈 수 있게 되었다.
세계에 유례가 흔하지 않은 대학정원 초과사태는 지방 신설대학을 중심으로 대학사회에 심각한 경영난을 초래했다.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학교운영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고교 교사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교수들이 생겨났고, 신입생 유치 할당을 채우기 위해 고교 진학담당 교사들에게 ‘교제’를 하는 스테이터스의 역전 현상도 일어났다. 경영난 때문에 문을 닫은 대학도 여럿이다.
사정이 이렇고 보면 대학 구조조정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지난 8월 31일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대학 구조조정안은 앞으로 5년간 전국의 대학정원을 9만5000명 줄이고, 경쟁력이 없는 대학들은 통·폐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전국의 대학을 30% 정도 감축하는 것이 교육당국의 목표라 한다. 뻥튀기 하듯 불어난 대학의 수와 몸집을 줄이겠다는 것이 구조조정의 핵심이다. 그만큼 늘이지 않았으면 이런 소동을 피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낭비와 중복투자가 너무 아깝다.
적자생존 원칙따른 자연스러운 질서 재편성 유도해야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면 구조조정만이라도 현명하게 해야 실추된 명예를 되찾을 수 있다.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 무리하게 통폐합을 밀고나가기보다, 적자생존 원칙에 따른 자연스러운 질서 재편성을 유도해야한다. 그런 점에서 대학정보 공시제도에 따른 질서재편 방안은 적절한 수단이라 생각된다.
없어지거나 흡수당하는 대학의 고급인력 활용방안도 국가차원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감축되는 30%의 대학 교수와 연구요원들이 일자리를 잃는다면 ‘조정’이 아니라 ‘폐지’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지금 세계는 대학 구조개혁의 시대다. 모든 나라들이 국가의 민족의 명운을 교육진흥에 걸고, 특히 대학교육 발전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지난 2년 동안 101개 국립대학을 89개로 통폐합했다. 중국은 10여년전부터 733개의 대학을 288개로 합병하는 대수술을 단행했다. 주변의 변화와 흐름을 좇지 못하면 우리는 국민소득 1만 달러 그룹에서도 탈락하고 말 것이다. 교육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는 것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문 창 재 객원논설위원
대학 구조조정안이 발표되자 대학가가 술렁이고 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해 온갖 편법을 써가며 생존의 몸부림을 치는 군소대학들을 중심으로 반발 분위기가 표면화하는가 하면, 대학촌 주민들까지 그 정책이 ‘먹고 사는 문제’에 미칠 영향을 입에 담는다.
우리는 이 조치를 꼭 필요한 일로 평가하지만, 동시에 너무 늦었음을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 하면 지난 세월 한국의 대학정책과 정원정책은 고교 졸업생 수가 줄어가는 분명한 통계 위에서 양적 팽창주의 일변도를 달려왔기 때문이다.
대학설립준칙주의·정원자율화 조치로 응급 외과수술 자초
10년 전인 1995년 우리나라 대학은 304개였는데 1년에 5.3개꼴로 늘어 지금 357개가 되었다. 대학 수만 는 것이 아니라 기존 대학의 정원도 크게 늘었다. 그동안 증가한 정원이 16만 명이 넘는다. 김영삼 정권 시대 세계화라는 미명 아래 시행된 이른바 대학설립 준칙주의와 정원 자율화 조치의 산물이다. 대학 설립요건을 크게 완화해 웬만하면 설립신청을 모두 허가해 주었고, 수도권 지역이 아니면 대학의 요구대로 증원을 허용해 주었다. 별 특징도 없는 백화점식 대학의 난립이 구조조정이라는 응급 외과수술을 자초한 셈이다.
우리나라 시·군·구 수가 232개이니 한 시·군에 1.5개의 대학이 있는 셈이다. 도서벽지에 대학이 들어섰다고 하나도 이상할 것 없는 세상이다. 수요가 있다면야 어디든 대학이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 당시 우리나라 교육통계에는 누가 보아도 분명한 고교생수 하강곡선이었는데, 뻔한 장래를 내다보면서도 그런 정책을 고집한 이유를 모르겠다. 출산율 둔화로 해마다 초· 중등학교 학생수가 줄어드는 현상을 왜 대학 정원정책에 참고하지 않았는지 따지고 싶은 심정이다.
학생수 감소 통계는 2000년대 이후 고교 졸업생과 대학정원 수가 역전된 기현상으로 증명되었다. 2000학년도까지도 90만 명에 가깝던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자 수가 근년에는 70만 명 이하로 뚝 떨어졌다. 그런데도 대학 증원정책에는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았다. 그 결과 2003학년도부터는 실업계를 포함해 모든 고교 졸업생이 대학에 갈 수 있게 되었다.
세계에 유례가 흔하지 않은 대학정원 초과사태는 지방 신설대학을 중심으로 대학사회에 심각한 경영난을 초래했다.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학교운영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고교 교사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교수들이 생겨났고, 신입생 유치 할당을 채우기 위해 고교 진학담당 교사들에게 ‘교제’를 하는 스테이터스의 역전 현상도 일어났다. 경영난 때문에 문을 닫은 대학도 여럿이다.
사정이 이렇고 보면 대학 구조조정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지난 8월 31일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대학 구조조정안은 앞으로 5년간 전국의 대학정원을 9만5000명 줄이고, 경쟁력이 없는 대학들은 통·폐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전국의 대학을 30% 정도 감축하는 것이 교육당국의 목표라 한다. 뻥튀기 하듯 불어난 대학의 수와 몸집을 줄이겠다는 것이 구조조정의 핵심이다. 그만큼 늘이지 않았으면 이런 소동을 피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낭비와 중복투자가 너무 아깝다.
적자생존 원칙따른 자연스러운 질서 재편성 유도해야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면 구조조정만이라도 현명하게 해야 실추된 명예를 되찾을 수 있다.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 무리하게 통폐합을 밀고나가기보다, 적자생존 원칙에 따른 자연스러운 질서 재편성을 유도해야한다. 그런 점에서 대학정보 공시제도에 따른 질서재편 방안은 적절한 수단이라 생각된다.
없어지거나 흡수당하는 대학의 고급인력 활용방안도 국가차원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감축되는 30%의 대학 교수와 연구요원들이 일자리를 잃는다면 ‘조정’이 아니라 ‘폐지’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지금 세계는 대학 구조개혁의 시대다. 모든 나라들이 국가의 민족의 명운을 교육진흥에 걸고, 특히 대학교육 발전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지난 2년 동안 101개 국립대학을 89개로 통폐합했다. 중국은 10여년전부터 733개의 대학을 288개로 합병하는 대수술을 단행했다. 주변의 변화와 흐름을 좇지 못하면 우리는 국민소득 1만 달러 그룹에서도 탈락하고 말 것이다. 교육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는 것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문 창 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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