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자·은행장 퇴진하라

“파국을 초래한 데 대해 정부가 책임진다면 대화하겠다”

지역내일 2000-12-27
“파국을 몰고온 금융당국자와 은행장들은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
전국금융산업노조 이용득 위원장이 내뱉은 첫 말이었다. 그는 다음으로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친 점을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7·11 은행파업을 주도한 데 이어 지난 22일부터 국민·주택은행 노조원들이 파업하도록 명령한 이 위원장에겐 업무방해 등의 혐의가 적용돼 체포영장이 떨어진 상태.
수배중인 그를 만날 수 없어서 인터뷰는 27일 저녁 전화로 이뤄졌다.

27일 오전 국민·주택은행 노조원들의 파업농성이 강제해산됐는데.
정부가 상황을 파국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점포가 중복되고 기능(소매금융)이 같은 은행이 합병되면 인원 중 최소한 30% 이상의 정리해고가 불가피할 것 아닌가. 이런 마당에 은행원보고 가만히 있으라는 것은 죽으라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우리의 저항은 정당했다.
정당한 저항을 노동관계법을 위반했다며 ‘불법’으로 규정하고 공권력을 동원해 강제로 해산시킨 것은 정말 부당하다. 이는 정부가 우리보고 ‘금융대란을 저질러 봐’라고 부추기는 행위일 뿐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파업농성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한다고 보는가.
그건 아니다. 국민·주택은행 노조원들의 절박한 요구에 대해 귀를 기울여 달라는 얘기다. 얘기는 듣지도 않고 윽박지르기만 한다고 우리가 수용할 것 같은가. 정부는 대외신인도 운운하며 우리보고 백기를 들라고 하는데 총파업을 통해서라도 은행경영에 대한 정부의 지배·개입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생각이 굳어지고 있다.

국민·주택은행의 합병에 정부가 개입했다고 보는가.
그렇다.

김대중 대통령이 26일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합병의 문제는 경영권에 해당하며 여기에 대해 노조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경제관료들이 대통령에게 정확한 보고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국민·주택은행 합병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국민·주택처럼 대등합병했던 서울·신탁은행 한일·상업은행의 경우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경영층부터 말단까지 사사건건 대립할 것이 분명한 데 합병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단 말인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통령은 ‘신노사문화 창출을 위해 노조의 경영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었다. 이제 와서 노조가 경영에 간섭해서는 안된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대통령이 합병 논의의 주체에서 노조를 배제했는데.
대한민국의 현실이 절망스럽다. 분명히 말하지만 합병 논의의 주체는 주주와 직원 그리고 소비자들이다. 더구나 은행원들은 자사주를 갖고 있는 주주이기도 하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파업농성은 강제해산됐지만 파업열기는 지속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파업전술을 구사할 생각이다. 연말로 집중되는 금융업무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파업 규모와 상관없이 ‘파업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일’이라는 사실을 금융당국자들이 더 잘 알고 있다. 28일부터 다른 은행 노조원들이 일부나마 파업에 참여하게 되면 금융대란은 피할 수 없다.

어쨌든 사태를 수습해야 할 것 같은데.
정부는 우선 파국을 몰고온 당국자와 은행장들에게 책임을 묻고 사퇴시켜야 한다. 합병 여부는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한 대로 노·사간 자율협상에 맡겨줘야 한다. 또 파업에 참가한 모든 은행원들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포함한 일체의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면 적극적으로 대정부 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다.

정부 쪽과 교섭이 이뤄지고 있는가.
전혀 없다.

국민·주택은행 이용고객들의 불만이 커지고만 있는데.
자금 이동이 몰리는 때에 파업하게된 데 대해서 고객과 국민께 죄송하다. 그냥 말이 아니라 가슴에서 우러난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 만약 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그 나라 정부는 우리나라처럼 팔짱을 끼고 있지만 않았을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의 인원감축 위주의 밀어붙이기식 구조조정에 신물이 난다.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이번 사태와 관련 책임을 다 질 각오다. 내가 파업명령을 내렸고 나 때문에 1만5000여명의 노조원들이 차가운 땅바닥에서 7일 밤을 지샜다. 은행 이용고객들도 엄청난 불편을 겪고 있다. 사법처리를 달게 받겠다. 노조원들과 고객들을 생각하면 잠이 안온다. 잘려본 사람만이 그리고 잘려본 사람을 가족으로 두고 있는 분이라면 우리의 고충을 이해해 줄 것으로 본다. 우리도 괴롭다.
하지만 국민·주택은행 합병이 금융 구조조정의 핵심으로 등장한 이유에 대해서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 엄청난 인원을 자르지 않고서는 시너지 효과가 불투명한 은행합병을 강행한 까닭을 정말 알 수가 없다. 노동자와 가족들의 피눈물 속에서만 한국경제가 회생할 수 있다는 논리라면 우리는 끝까지 저항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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