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남구청장이 경차 타는 까닭

신문로 칼럼

지역내일 2000-12-28
부산 남구 이영근 구청장은 경차 티코를 타고 다녀서 유명하다. 지난 3년 동안 탔으나 앞으로도 티코 차 행정을 계속할 뜻은 변함이 없다고 한다. 이 구청장이 경차 타기를 고집하는데는 어떤 동기가 있을 것이다. 전시용으로 그럴 수도 있겠고 다음 선거를 의식한 전략으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남보다 튀는 성격이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만약 구민의 혈세를 함부로 쓸 수 없다는 생각에서라면 '그 뜻이 갸륵하다'고 볼 수 있다.
그가 티코 차를 타는 분명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점을 캐묻기 위해 부산 구청장 실로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누었다. 40여분의 대화시간에 그가 응답한 내용은 많지만 여기서는 요점만 간추리기로 한다.

경차 타니 주민들 친근감 보여
왜 경차를 타게 되었나?
- 작은 것이라도 앞장서서 실천해보고 싶었다. 97년 11월 IMF 위기가 왔을 때 2000cc짜리 관용 차 그렌저를 타다보니 기름 값이 엄청나게 들었다. 민선 구청장이 큰 관용 차를 타고 관내를 다니기도 민망했다. 그래서 티코 차를 사비로 구입하고 24개월 할부로 매달 20만원씩 불입했다. 운영비가 큰 차의 3분의 1로 적게 들었다.
앞으로 계속해서 탈 것인가?
- 티코를 타고 다니기 시작한 초기에 국제 와이즈맨 클럽 총재까지 지낸 사회 지도층 인사가 어떤 자리에서 "위선 아니냐"하고 비아냥거렸다. 그는 "언제까지 티코를 탈 텐가. 쇼맨십으로 타다가 말 것 아니냐"하고 추궁했다. "선거용으로 산 것 아니냐"고 조롱도 했다. 나는 그 날 굉장한 모욕을 당했다. 그 사람의 자극적 발언으로 더욱 결심을 굳힐 수 있었다. 지금은 그를 오히려 고맙게 여긴다.
티코 차 행정의 좋은 점이 무엇인가?
- 민원을 보러 도시 뒷골목 현장에 나갈 때 운행하기 좋다. 경차를 타고 다니니 주민들이 격의 없이 대해준다. 경차끼리 만나면 서로 손을 흔드는 등 친근감을 보인다.
국회의원에 여러 번 출마했다가 낙선했다면 정치병 든 것이 아닌가?
- 나는 패가망신을 다섯 번이나 했다. 부산 남구 지역에서 10대부터 14대까지 국회의원 선거에 다섯 번 나가 피눈물을 흘렸다. 초대 구청장 선거 때는 다섯 번 실패한 나를 뽑아 달라고 울면서 호소해 동정표를 받았다. 나는 동아대학교 법학과 2학년 때 마산의 3·15부정 선거 규탄 시위를 보고 즉시 국제신문으로 가서 '수호하자 우리민권'이라는 혈서를 쓰고 지명수배를 받았다. 사회를 위해서 일하자면 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그때 갖게 되었다.
판공비는 얼마인가?
- 구청장이 관리할 수 있는 것이 연간 5000만원이다. 어려운 복지재단이나 주민, 불우한 이웃을 위로하고 격려할 일이 너무 많다. 호텔 같은 데는 가지 못한다. 평균 5000원짜리 식사를 나누는 것으로 기준을 정했다.

혈세 물 쓰듯 하는 국회의원·공직자들
퇴출의 삭풍이 불어오는 이 어려운 시기에도 공직자의 기강 해이와 비리 소식은 간단없이 전해진다. 현찰 1억 원이 들어간다는 사과상자를 몇 개 씩 받은 지도층 인사들이 사면으로 복권되는 불합리한 세상이다. 그러니 눈에 보이지 않는 비리는 우습게 여기는 풍조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가장 심각한 비리의 하나는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을 함부로 낭비하는 고위당국자들의 도덕적 해이이다. 경실련은 지난주 2001년도 예산안 가운데 삭감 대상인 낭비성 예산 10가지를 발표했다. 그중 첫번째는 전년도에 비해 15.6%나 증가한 정부 각 부처의 해외 여행비 600억 원이다. 국민 혈세를 쓰는 국회의원이나 장관은 물론 적자를 내는 공기업 사장은 조건 없이 항공기 일등 석을 타도록 여비규정이 만들어져있다. 운임을 비교해 보면 일등 석이 얼마나 사치인지 알 수 있다. 서울에서 미국 뉴욕 간 대한항공 편도 여객운임은 일반석이 80만원(유효기간 6개월 짜리), 프레스티지석이 201만 6100원, 일등석이 308만 1000원이다. 나라꼴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치 않고 혈세를 임자 없는 돈쯤으로 여겨 물 쓰듯이 쓰며 일등석을 애용하는 것이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들의 모습이다. 이들은 이영근 구청장의 티코 차 실천을 보고 무엇을 느낄지 궁금하다.
18개 부처의 장관 판공비를 보자. 1년 평균 2억 원으로 2년 새 두 배로 늘렸는데 편법 운영비를 포함하면 그 3∼4배가 될 것이라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일전에는 전국 시·도의회 의장협의회가 의장 판공비를 3배 인상할 것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었다.
부산남구청장이 티코를 타는 동기를 생각해 보자. 그는 성장욕구와 자아실현욕구로 자기 삶을 동기화 했을 것이다. 그의 성장욕구 곧 권력에의 의지는 다섯 번의 국회의원 낙선을 통해서 좌절을 겪었다. 민선 구청장에 당선된 후 그의 자아실현욕구는 대민 봉사심으로 나타났고 티코 차 행정으로 실천되었다고 가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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