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약 일방이 어떠한 한 개의 국가 또는 몇 개 국가들의 련합으로부터 무력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에 체약 상대방은 모든 힘을 다하여 지체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중화인민공화국 간의 우호, 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 제2조)
‘조중우호조약’ 제2조는 당사자인 중국과 북한이 동맹관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예전 같지 않은 북중관계를 반영하듯 조약 철폐 주장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중국의 한반도전문가 31명을 직접 만나 설문조사를 한 정재호 서울대 교수는 ‘북중 우호조약상의 자동개입 조항을 철폐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모두 71%가 자동개입 철폐에 동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분하면 ‘동의한다’는 26%, ‘동의는 하지만 북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다음에 철폐해야 한다’는 45%였다.
물론 중국정부가 이 조약을 쉽게 철폐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북한과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데다가 유사시 중국의 개입을 ‘합법’적으로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중우호조약을 둘러싼 이같은 논란은 변화 과정에 있는 북중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는 지난 55년 동안 ‘피를 나눈 동맹’에서 ‘전략적 협력관계’로 점차 변해왔다. 19일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 주석직 마저 후진타오 현 국가주석에게 물려줌으로써 이같은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중관계가 일반적인 국가간 관계로까지 나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소치형 건국대 교수는 “후진타오 체제의 리더십 자체가 덩샤오핑이나 장쩌민과는 달라서 북한이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념적 요소가 없는 한중관계처럼 북중관계의 이념적 요소도 점차 희석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같은 변화가 급속히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북한과 중국 모두 전략적 협력관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고 후진타오 주석 등 이른바 ‘중국 4세대 지도부’도 현재 중국의 대북정책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종석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은 북중간 전략적 협력관계에 대해 ‘중국이 북한의 국가존립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의 근본적인 이익을 간주해 적극 대처하지만 그밖에 문제에 대해서는 선택적으로 협력하거나 지원하는 관계’로 정의한 바 있다. ‘새로운 실용주의적 질서 위에 동맹적 성격을 가미시킨 것이 전략적 협력관계’라는 것이다. 현재 이같은 구도에 변화를 줄만한 요소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NSC 전략기획담당관을 지낸 신상진 광운대 교수는 “지역정세의 변화가 북중관계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지적했다.
동북아정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최대 현안의 하나는 북한핵문제다. 10여년 넘게 끌어온 북한핵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입장은 ‘방관’에서 ‘적극 개입’으로 변화했다. 94∼95년 1차 핵위기 당시 수세적 입장을 취했던 중국은 2002년10월 불거진 2차 핵위기에서는 3자와 6자회담을 주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재호 서울대 교수는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후진타오 주석이 등장하면서 중국에서 강력하게 제기된 것이 ‘책임지는 중국의 평화로운 부상’이었다”며 “주변정세에 책임져야만 중국이 대국으로서의 의무를 다할 수 있고 주변국가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같은 중국의 입장변화는 한반도정세변화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것으로 주변안정을 위해 현상태를 유지시키며 북한에 대한 지원을 계속함과 동시에 북한의 붕괴 등 한반도 유사시 군사개입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로 읽힌다.
고건 전 국무총리는 지난 4월22일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당시 현 북한정권이 무너지고 친중파 정권이 들어설까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북한정권이 갑자기 무너질 경우 우리가 손 쓸 틈 없이 인민해방군이 평양에 진주하고 평양에 친중파정권이 들어서 가능성 때문이다.
탈냉전 이후 전략적 협력관계를 표방하며 북한을 도와왔던 중국이 ‘중국의 힘’을 인정하는 지도부로의 교체를 계기로 대북정책을 급선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는 “중국은 장쩌민 주석 때만 해도 ‘중국위협론’을 의식하며 강하지 않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후진타오 주석 등 중국 4세대 지도부는 이와는 다른 인식 하에 대외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제호 기자 news21@naeil.com
‘조중우호조약’ 제2조는 당사자인 중국과 북한이 동맹관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예전 같지 않은 북중관계를 반영하듯 조약 철폐 주장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중국의 한반도전문가 31명을 직접 만나 설문조사를 한 정재호 서울대 교수는 ‘북중 우호조약상의 자동개입 조항을 철폐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모두 71%가 자동개입 철폐에 동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분하면 ‘동의한다’는 26%, ‘동의는 하지만 북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다음에 철폐해야 한다’는 45%였다.
물론 중국정부가 이 조약을 쉽게 철폐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북한과의 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데다가 유사시 중국의 개입을 ‘합법’적으로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중우호조약을 둘러싼 이같은 논란은 변화 과정에 있는 북중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는 지난 55년 동안 ‘피를 나눈 동맹’에서 ‘전략적 협력관계’로 점차 변해왔다. 19일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 주석직 마저 후진타오 현 국가주석에게 물려줌으로써 이같은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중관계가 일반적인 국가간 관계로까지 나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소치형 건국대 교수는 “후진타오 체제의 리더십 자체가 덩샤오핑이나 장쩌민과는 달라서 북한이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념적 요소가 없는 한중관계처럼 북중관계의 이념적 요소도 점차 희석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같은 변화가 급속히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북한과 중국 모두 전략적 협력관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고 후진타오 주석 등 이른바 ‘중국 4세대 지도부’도 현재 중국의 대북정책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종석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은 북중간 전략적 협력관계에 대해 ‘중국이 북한의 국가존립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의 근본적인 이익을 간주해 적극 대처하지만 그밖에 문제에 대해서는 선택적으로 협력하거나 지원하는 관계’로 정의한 바 있다. ‘새로운 실용주의적 질서 위에 동맹적 성격을 가미시킨 것이 전략적 협력관계’라는 것이다. 현재 이같은 구도에 변화를 줄만한 요소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NSC 전략기획담당관을 지낸 신상진 광운대 교수는 “지역정세의 변화가 북중관계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지적했다.
동북아정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최대 현안의 하나는 북한핵문제다. 10여년 넘게 끌어온 북한핵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입장은 ‘방관’에서 ‘적극 개입’으로 변화했다. 94∼95년 1차 핵위기 당시 수세적 입장을 취했던 중국은 2002년10월 불거진 2차 핵위기에서는 3자와 6자회담을 주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재호 서울대 교수는 “지난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후진타오 주석이 등장하면서 중국에서 강력하게 제기된 것이 ‘책임지는 중국의 평화로운 부상’이었다”며 “주변정세에 책임져야만 중국이 대국으로서의 의무를 다할 수 있고 주변국가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같은 중국의 입장변화는 한반도정세변화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것으로 주변안정을 위해 현상태를 유지시키며 북한에 대한 지원을 계속함과 동시에 북한의 붕괴 등 한반도 유사시 군사개입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로 읽힌다.
고건 전 국무총리는 지난 4월22일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당시 현 북한정권이 무너지고 친중파 정권이 들어설까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북한정권이 갑자기 무너질 경우 우리가 손 쓸 틈 없이 인민해방군이 평양에 진주하고 평양에 친중파정권이 들어서 가능성 때문이다.
탈냉전 이후 전략적 협력관계를 표방하며 북한을 도와왔던 중국이 ‘중국의 힘’을 인정하는 지도부로의 교체를 계기로 대북정책을 급선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는 “중국은 장쩌민 주석 때만 해도 ‘중국위협론’을 의식하며 강하지 않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후진타오 주석 등 중국 4세대 지도부는 이와는 다른 인식 하에 대외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제호 기자 news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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