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안위 형법만으로도 충분, 국가보안법 폐지해야”

형사법 전문 교수들이 본 국가보안법

지역내일 2004-09-21 (수정 2004-09-21 오후 12:33:10)
“국가보안법이 없어도 나라 안보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국가보안법 존폐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이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전문가 집단인 형사법 전공 교수들이 입을 열었다.
한국형사법학회(회장 허일태 동아대 교수), 한국형사정책학회(회장 박상기 연세대 교수), 비교형사법학회(회장 배종대 고려대 교수) 등 3개 학회는 지난 20일 세종로 언론회관에서 ‘국가보안법 논쟁에 대한 전국 형사법 전공교수의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국가보안법의 주요 내용은 현행 형법으로도 얼마든지 대체가 가능하다”며 국가보안법 폐지론에 힘을 실어주었다.
세 학회는 특히 “보안법이 폐지되면 ‘적전에서 무장이 해제’되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어떤 이론적 근거도 없다”며 “이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해도 형벌에 의한 처벌 공백이 발생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어떤 형사실체법도 행위가 아닌 사상을 처벌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국가보안법은 극복돼야 할 근본적이고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형사법 전공 교수들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이론적 근거를 자세히 살펴본다.

◆형법이 기본, 국가보안법은 한시법 = 형사법 전공 교수들은 국가보안법이 당초부터 한시적 법률이었다고 주장한다. 국가 기본법인 형법이 제정되면 원칙적으로 폐지돼야 하는 법이었다는 얘기다.
특히 남북한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던 1953년 7월 국회를 통과한 형법이 국가안보를 최우선에 두고 있었던 만큼 국가보안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주요 범죄행위는 형법으로도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 형법 초안자의 한 사람이었던 김병로 당시 대법원장도 국가보안법이 여순반란 사건 등 좌우익간 혼란극복을 위해 제정된 한시적 법률이었음을 인정하며 “이제 형법전을 가지고 국가보안법에 의해서 처벌할 대상을 처벌하지 못할 조문은 없지 않느냐”고 언명하기도 했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광화문에서 인공기를 흔들며 북한을 찬양해도 처벌할 근거가 없어진다는 일부 보수진영의 주장에 대해서도 형사법 전공 교수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내란 목적의 선전선동은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한다는 형법 규정에 의해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 동조라면 어렵겠지만 내란을 위한 조직을 결성하거나 폭동을 조장하는 등 체제에 위협이 된다면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도록 형법조항에 명시돼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의 주체사상에 동조하는 단체를 만드는 경우도 마찬가지. 단순히 학술적인 연구 모임이라면 학문의 자유 차원에서 처벌할 수 없지만 체제의 위협을 주는 정도의 활동이 이뤄진다면 내란을 위한 예비 음모죄로 처벌할 수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국보법의 문제중 하나가 각각의 행위에 대한 실체적 판단 없이 일괄 처벌하도록 한다는 점”이라며 “개인들의 생각과 행위양태 등을 따져서 해당법률에 따라 처벌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국가보안법, 자유민주주의 원리 위배 = 교수들은 또 국가보안법이 실체적인 형법의 기본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완전히 폐지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자유민주주의 형법에서는 행위에 대해서만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반면 국가보안법은 사상형법(행동 이전에 생각을 처벌하는 것)의 성질을 갖고 있다는 것. 학문 사상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정신에도 위배된다는 얘기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국가보안법의 존재와 인권보장은 양립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권고하고 잇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형사법 교수들은 국가보안법이 인권침해의 상징처럼 돼 있는 현재 상황은 국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인권국가로서 국제사회의 떳떳한 일원이 되기 위해서라도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가보안법을 폐지해도 대체입법의 필요성이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허일태 한국형사법학회장은 “우리 형법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도록 잘 정비돼 있다”며 “형법으로 국가 안보를 지키는데 문제가 없는 만큼 대체입법은 전적으로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일부 국민들이 느끼는 안보불안감도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인섭 서울대 교수는 “과거 통행금지를 폐지할 때에도 범죄가 창궐할 것이란 주장이 많았으나 결과적으로 부작용보다는 국민들의 자유가 신장되는 효과가 더 컸다”며 “마찬가지로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약간의 혼란이 있을지 몰라도 결국 국민들의 자유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