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영역별 특성화’로 차별화 나서

인터뷰-건국대 정길생 총장

지역내일 2004-08-10 (수정 2004-08-10 오후 2:15:15)
지난해 건국대의 SCI 논문 수는 전년대비 2.7배나 늘어났다. 일반적으로 SCI 논문이 대학 우수성의 지표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변화다. 또 건국대는 학문영역별 특성화라는 독특한 정책으로 특성화를 뛰어넘어 차별화에 성공하고 있다.
본지는 5대 사학 진입을 목표로 뛰고 있는 건국대 정길생 총장을 만나 변화의 원동력과 비전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차별화된 경쟁력이 없는 대학은 생존을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건국대의 특성화 전략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대학들은 ‘백화점식 운영’을 해왔다. 이 때문에 학교 이름은 각각 달라도 내용은 다른 게 거의 없고,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도 거의 없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떠 오른 것이 바로 특성화다. 학교마다 몇 분야씩 세계최고 수준에 달하는 영역을 가진다면 수 백 개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그동안 특성화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법대, 공대 식으로 영역을 너무 광범위하게 구분해 특성화를 추진함으로써 예상했던 것 보다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우리대학은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학문영역별 특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의생명공학연구원의 문을 열었다. 건대는 생명의학 관련 단과대학인 의과대, 축산대, 수의과, 생명과학대가 밀집해 있는 거대한 생명크러스트다. 해당분야 교수 숫자만도 3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바이오과학의 본산으로 육성하고 있다.
또 공과대 연구 인력을 총망라해 차세대형 인류복지 혁신기술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차세대혁신기술연구원’도 육성하고 있다. 연구원은 첨단 유비쿼터스 응용연구, 나노기술, 시스템통합기술, 하이브리드형 환경기술 개발을 중점연구하고 있다. 앞으로 연구역량과 경쟁력이 충분히 확보되면 점차 연구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동아시아연구원도 운영하고 있다.
세계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동아시아지역의 국제적 환경변화를 연구함으로서 남북관계 등 국가적 관심사를 재정립하고 통일을 위한 해법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또한 생명과학, 우주항공, 정보통신, 나노과학 등 일명 4T연구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대학원에 ‘신기술융합학과’를 신설해 석·박사 과정 25명을 선발했다. 이들 입학생에게는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고 국제학사 등 기숙사 입주 혜택을 줬다. 모든 강의와 논문은 영어로 진행되며 학생 중 1/3이 외국에서 온 유학생들이다.

특성화와 함께 정원조정, 학과 통폐합 및 신설 등 학사구조 재편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렇다. 작년 한 해 동안 수요가 많은 법대 정원을 80명 증원했다. 이 숫자는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분야에서 옮겨 온 것이다.
올해는 예술학부를 신설, 영상애니메이션, 조형예술, 영화예술 등 3개 전공에 각각 40명씩을 선발했다.
또 다가올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겨냥해 레저 스포츠 생활문화분야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생활체육 중심의 체육대학 설립과 2006만평에 달하는 체육단지형 제3캠퍼스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내년에는 의학전문대학원을, 2006년에는 법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이공계중심의 특성화를 유도하면서 기초학문 분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기초학문 기반 없는 응용학문 중심의 특성화는 성공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그리고 건국대학의 기초학문육성 프로그램이 있는지
어디서부터가 기초학문이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자연계에서는 물리, 화학, 생물을, 인문사회계열에서는 영문학, 불문학, 독문학, 철학 등을 기초학문이라고들 한다.
나는 생각이 다르다. 인문사회계열에서는 국문학, 철학, 사학이 기초다. 중문학 불문학 독문학 등은 학문의 도구인 언어학을 공부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국문, 철학, 사학 등을 하나로 묶어 인문학부로 독립시켰다. 왜냐하면 사회지도급 인사가 되려면 논리적 사고와 판단력을 가져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철학이다. 또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을 가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과거 역사를 바로 볼 수 있는 역사관을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생각을 글로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 세 가지 분야는 학생이 한명이 없어도 지원할 생각이다.
어학관련 학과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중국어와 영어를 묶어서 국제어문학부로 독립시켰다. 또 독문·불문·히브리어 등을 모아서 언어학이 아니라 지역학을 연구하는 문화정보학부로 개편시켰다.
물리, 수학, 생물에 대한 지원은 필수다. 이들 기초과학에 탄탄하지 않고는 첨단 분야의 경쟁력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 분야에 대한 개별지원 보다는 각종 프로젝트에 필수적으로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최근 건국대가 교수증원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우수한 교원을 확보하는 것이 학문의 질을 높이는 열쇠다.
지난 2년간 198명의 교수를 새로 뽑았고 앞으로 2년 동안 200명을 더 뽑을 계획이다.
그러나 숫자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엘리트를 뽑는 것, 즉 질이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우리대학은 임용과정의 공정성을 철저히 지켜나가고 있다.
우리 대학은 교수임용과정과 관련해 단 한건의 항의도 받지 않았다. 임용심사 과정에 학생을 참관인으로 참여시키고 학과 교수들의 2/3 이상의 동의를 구하는 등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놓았기 때문이다.
재단이 교수임용에 중립성을 지킨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지방대학의 위기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참여정부가 지방대학 우선정책을 펴고 있고 수도권 대학 역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철학의 차이라고 본다. 어떤 정책이 든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공존한다.
군형발전이라는 원칙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지금 같은 시스템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에도 똑 같은 기름을 넣어도 달릴 수 있는 거리는 다르다.
지방이라고 해서 무조건 우위에 두는 것은 문제다. 투자대비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가야한다. 일괄적으로 하기보다는 철저하게 능력있고 경쟁력 있는 대학을 밀어줘야 한다.
또한 서울과 지역간의 균형발전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은 더 중요하다. 서울과 지역간의 균형발전만 고려하다 보면 전체가 상향 조정되기보다는 하향 평준화될 가능성이 높다.
균형이라는 것은 낮은 것은 높이고, 높은 것은 낮춰 고르게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가장 앞서가는 하나가 세계를 지배한다.
균형과 동시에 최고화도 추구해야 한다. 서울대를 자꾸 평준화 시키자고 하지 말고 하버드나 MIT처럼 만들어야 한다. 이런 대학을 여러 개 만드는 것이 진정한 균형발전이다. 국가경쟁력과 균형발전은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

약력
- 59년 안의고졸, 65년 건국대 축산학과졸, 73년 농학박사(일본 동경대)
- 73년 건국대 축산학과 교수(현), 93년 축산대학장
96∼98년 부총장, 2002년 총장(현)
- 대한불임학회장, 한국축산학회장,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현)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건국대는 어떤 대학
도약위해 연공서열도 파괴

1946년 상허 유석창 박사에 의해 설립된 건국대는 19개 단과대학과 13개 대학원으로 구성됐으며, 개교 이후 13만여 동문을 배출한 명문사학이다.
건국대는 개교 60주년인 2006년을 계기로 국내 5대 사학의 진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또 지난해 ‘시대를 앞서는 지성, 세계를 향한 도전’이라는 새 캐치프레이즈를 제정한데 이어 2005년을 ‘건국르네상스의 원년’으로 선포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요즘 건국대를 방문하면 제2의 도약을 위한 발전의지와 구성원들의 열기를 쉽게 느낄 수 있다. 실제로 건국대는 대학사회에서 변화가 가장 큰 대학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건국대는 ‘Dream 건국 2011’이라는 중장기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중장기 발전계획은 2005년까지를 발전기, 2006~2010년까지를 부흥기, 2011년 이후를 웅비기로 잡고 있다.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학의 특성화와 신규 잠재력 개발, 학사, 행정조직 등 대학의 조직과 시스템을 정비, 연구력 향상을 위한 사업 등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국내 일부 대학들이 재정악화와 대입정원 역전 등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건국대는 학생중심의 학사운영과 교육 특성화를 통해 크게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변화가 가능하게 했던 것은 총장 등 지도부의 솔선수범이 한몫을 했다.
연공서열을 중시여기는 대학사회에서 건국대에는 총장보다도 연봉이 많은 교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수한 교수를 확보,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관례와 서열을 파괴한다는 것이 건국대학의 생각이다.
이 덕분에 건국대가 학교 운명을 걸고 육성중인 의생명과학연구원, 차세대혁신기술연구원, 동아시아연구원 등에 국내 대학들이 초빙하기 어려운 세계적인 석학들을 포진시킬 수 있었다.
물론 이런 변화의 바탕에는 지난해 162억원, 올해 240억원의 전입금을 내놓은 재단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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