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의 ‘부정적 한국경제론’ 점검

분석 잘하는 집단인가, 비관론 전도사인가

지역내일 2004-08-16 (수정 2004-08-17 오전 11:42:13)
일기예보와 증시(경제)분석은 분석하고 예측한다는 점에서 같지만 일기예보와 달리 증시분석은 예측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권위있는 분석기관의 증시예측은 시장에서 비중있게 다뤄지고 투자자를 이끌어 간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금융기관이 유독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분석을 퍼붓는다면 어떻게 봐야할까.
세계 최대규모의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가 연일 한국 정부 정책에 대해 비관적인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1일 있었던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분석이 대표적이다. 중앙은행의 금리인하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강력한 수출에도 불구하고 내수침체의 우려가 심각한 현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한 것은 환영할 일”이라고 밝혔고 메릴린치는 금리인하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비중축소’였던 한국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전격 선회했다. 씨티그룹과 UBS도 증시 호재와 내수회복 밑거름으로 긍정평가했다.
하지만 유독 모건스탠리는 부정적이다. ‘금리인하, 제한적 영향 있을 듯’이라는 제목의 13일자 보고서는 “이번 금리 인하는 성장에 박차를 가하려는 당국 의지를 상징하는 것”이라면서도 “내수를 살리기 위해 높은 인플레를 감수하자는 것”, “그럼에도 향후 몇 분기동안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성장 둔화 피할 수 없어”, “따라서 인플레는 한국의 스테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7월 한달 동안에도 모건스탠리는 한국 정부의 좌파성향이 성장 걸림돌(7/2), 한국 등 아시아 국가 스테그플레이션 우려(7/13), 한국 예상성장률 4.6%로 하향(7/14), 한국 등 세계 25%는 부동산 거품, 한국 부동산 시장 경착륙 우려(7/15), 한국 증시 2차 조정 예상, ‘희망’에서 ‘두려움’으로(7/22)과 같은 보고서를 쏟아냈다. 그 때마다 한국 경제와 정부·여당은 출렁댔다.
◆연초 한국경제엔 장밋빛 제시 =모건스탠리가 처음부터 한국 정부의 정책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모건스탠리는 올 1월 14일자 보고서에서 ‘한국 증시가 아시아 최고 수익률을 거둘 것’이라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1월 내내 한국 정부가 환율하락을 막기 위해 초강경 (비시장친화적인) 조치를 가동했지만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엔디시에는 “불필요한 환율 변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 정부의 환율방어 정책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2월 LG카드사태 해소 과정에 의구심을 보이기 시작한 모건스탠리는 재경부 고위 당국자가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에 한국을 편입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내부 검토 단계”라는 사무적인 대답만 들려준 후 결국 편입도 하지 않았다.
2월 중순 박천웅 한국리서치 담당상무는 “연내 1000포인트를 돌파하기 힘들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당시 종합주가지수는 900을 넘어 1000을 향해 달리고 있던 때였다. 2월말이 되자 “한국경제 회복속도 더디다”라며 GDP 성장률도 정부 목표치(6%)를 크게 밑도는 4.9%로 제시했다.
◆탄핵 기점으로 기울기 시작=3월 15일, 야당이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하자 모건스탠리는 “주가 하락과 외환 매도 등 부정적 효과가 4월 총선과 헌재 판결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P·피치·무디스 등 3대 신용평가사는 한결같이 국가신용등급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BNP파리바, JP모건 등도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장기악재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과 대조적이다. 4월 총선을 앞둔 불과 4일 앞둔 시점에는 “4월 증시가 올해의 마지막 잔칫상”이라며 비관적 입장을 내놓았다. 같은 날 다이와증권은 “저금리와 외국인 매수세로 2분기 최고 1050포인트까지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5월 18일 “탄핵 기각으로 경제정책 선명성이 높아지고 급락으로 인해 저가 매수 기회를 제공한다”고 방향을 선회했던 모건스탠리는”한국, 고유가·중국경기에 매우 취약”하다고 잇따라 경고했다.
7월 들어 모건스탠리는 연이어 5번의 부정적인 리포트를 내놓으면서 정부정책의 성격을 문제삼는가 하면 스테그플레이션 우려감을 재확산하고 성장률 전망치도 크게 낮췄다.
◆왜 모건스탠리인가=모건스탠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투자은행이다. 왜 유독 이 금융회사만 한국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을까.
무엇보다 1위 금융사라는 지위 때문이다. 한 국내 증권사 시황담당 애널리스트는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모건스탠리 경제분석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같은 보고서라도 모건스탠리이기 때문에 주목받는 측면이 있다.
또 투자은행 속성상 자본시장을 보수적으로 보는 경향도 있다. 올해 총선 후 모건스탠리측 방문을 받았던 송태경 민주노동당 정책실장은 16일 “노무현 정부의 좌파정책이라는 것은 부동산 투기 억제책이 사실상 유일하다”며 “모건스탠리 표현과 달리 금융자본시장 육성과 연기금 주식 투자 등 정부의 거시경제 기조는 전혀 ‘좌파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실물경제 전반이 아닌 자본시장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모건스탠리의 특징이라고 송 실장은 덧붙였다.
또 다른 국내증권사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채권 비중이 높은 모건 스탠리의 투자 성향상 고위험 상태를 즐긴다는 분석을 내놓는가 하면 IMF 직전 노무라증권 리포트와 같은 역할일 지도 모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IMF가 본격화하기 전인 1997년 4월 노무라 증권이 내놓은 “한국이 2000년대 초반까지도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되는 한편 경제성장률도 7.8%에서 5%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은 지금도 일본 정부가 환란극복을 위해 혈투를 벌이던 한국 정부를 철저히 외면한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대해 모건스탠리 박천웅 상무는 “어디까지나 억측과 루머에 불과할 뿐”이라며 “모건스탠리가 한국 정부와 반목하거나 특정 의도를 가지고 리포트를 쓸 까닭이 없다”고 말했다. 16일 박 상무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국 정부와 모건 스탠리가 반목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분석담당과 투자담당이 엄격히 분리돼 있어 경제 보고서를 특정한 의도를 갖고 쓴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박 상무는 최근 ‘정치적 리포트 작성에 대해 뉴욕 본사의 문책이 있었다’는 풍문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는 루머(소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박 상무는 “금리인하 등 최근 당국의 태도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16일 ‘주간데이터분석’에서 “한국은행의 갑작스런 금리 인하에 이은 재경부의 화답이 있을 것”이라 예측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의 결여를 없애기 위한) 이런 정책변화 움직임은 자본시장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모건스탠리 이름으로 나온 보고서 가운데 가장 긍정적이다.
과연 하반기에는 이 금융 공룡이 한국 시장에 대해 좀더 온순한 태도로 나올 것인지, 그 변화가 주목된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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