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방경직선’ 무너지면 ‘정권 위기’

5점척도 16%, 4점척도 30%가 저지선 … 민생·경제 등 곳곳에서 ‘경고음’

지역내일 2004-08-25 (수정 2004-08-25 오후 12:55:15)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탄핵복귀 후 계속 하락 추세를 보여왔다. 내일신문·한길리서치 정례 여론조사에서도 5월 29~30일 34.7%(4점척도로는 53.9%)를 정점으로 계속 하향곡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표 참조)
최근 노 대통령 지지도가 바닥권을 돌면서 청와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김우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오찬을 같이 하면서 “국정지지도와 대통령 지지도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고 고민의 일단을 드러내 보였다.
그동안 ‘지지도 등락에는 괘념하지 않는다’며 초연해하던 청와대 관계자들이 이처럼 고민하고 있는 것은, ‘낮은 지지도로는 어떤 정책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는 현실인식 때문이다. 지지도가 낮다는 것은 반대편이 많다는 얘기이고, 정책추진에 대한 저항이 많다는 얘기가 된다.
24일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노 대통령 지지도가 낮으니, 어떤 일도 제대로 되는 게 없다”며 아쉬워했다. 이 인사는 “과거사 청산 같은 의미 있는 일도 바로 어떤 ‘의도’가 깔려 있는 일로 받아들여지면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일을 할 흥이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30대 연령층, 호남이 ‘버팀목’ = 그러나 노 대통령 지지도 하락경향도 아직까지는 일정한 선을 넘지 않고 있다. 이른바 ‘하방경직성(下方硬直性)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약간의 진폭이 있지만 대체로 5점척도로는 16%, 4점척도로는 30%가 바로 그 지점이다.
내일신문·한길리서치 정례여론조사에 따르면 노 대통령 지지도는 지난해 10월 ‘최도술씨 사건’이 터졌을 당시 16.5%(4점척도로는 31.6%)를 바닥으로 더 아래로는 떨어지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적극적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는 5점척도에서, 노 대통령의 지지도를 버텨주는 층은 세대별 지표로는 30대 연령, 지역별로는 호남지역이다. 8월 21~22일 여론조사에서 30대의 지지도는 24.7%로 전체평균 17.9%을 훨씬 뛰어넘는다. 호남지역의 지지도도 이전과 비교해 많이 떨어졌지만 30.5%로 평균의 두배에 가깝다. (표 참조)
소극적 지지층까지 포함하는 4점척도에서는 20·30대 연령층과 호남·충청지역 주민이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다.
2030세대는 지난 대선 당시 ‘세대혁명(?)’을 일으킨 주력군으로, 호남지역은 ‘내 손으로 만든 정권’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충청지역은 행정수도 이전의 수혜지역으로 현재까지는 노 대통령 지지도의 ‘최후의 방어군’이 되어 있는 것이다.
◆10% 대 아래로 떨어진 YS =그러나 대통령 지지도의 ‘하방경직성’에도 분명하게 한계가 존재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경우 97년 초 한보사태와 아들 현철씨의 구속을 맞으면서 여지없이 무너져버렸다. 취임 초 90%대의 지지도를 자랑하던 YS의 지지도는 임기말 10% 아래로 떨어졌다.(이하 5점척도) YS 역시 마지막 1년은 ‘식물 대통령’ 신세를 면치 못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는 ‘홍삼트리오’ 사건 등에도 불구하고 20% 아래도 떨어지지 않은 ‘예외’를 보였지만, ‘호남’이라는 ‘최후의 저지선’이 버티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지도 20%는 역시 바닥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의 조건은 YS와 DJ의 중간형태로 보인다. 어떤 경우에도 ‘최후의 보루’로 버텨줄 ‘확고한’ 지역기반이 없다는 점에서는 YS와 닮았지만, 30대 개혁성향의 ‘강고한’ 지지층과 ‘노사모’라는 자발적 ‘돌격대’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는 DJ의 조건과 비슷한 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버팀목’은 ‘특정 세력에 대한 반대’를 전제로 뭉쳤다는 점에서는 DJ와 또 다르다. 혈연·지연이라는 ‘천생’의 연고가 아닌, ‘개혁’으로 뭉친 노 대통령의 ‘최후의 수비대’들은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여하에 따라 언제든지 흩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지도의 ‘저지선’이 무너지면 여권내부가 서로 책임을 묻는 등 곧바로 급격한 레임덕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의제 돌리려다가 ‘악순환’ 가능성 = 현재 노 대통령 지지도의 ‘하방경직성’이 깨질 위기에 처해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민생·경제, 행정수도 이전 등 곳곳에 펼쳐진 전선들이 ‘경고음’을 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악의 민생·경제 문제는 노 대통령 지지도의 ‘저지선’을 무너뜨릴 결정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은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기대하지만, 당분간 좋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아서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의 한 인사는 “국민은 먹고살기 어렵다고 비명을 지르는데, ‘어렵다고 하지 마’ 이러다 민심이 돌아섰다”며 “경제 문제가 더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노 대통령이 또 다른 아젠다로 ‘정권의 위기’ ‘지지도의 위기’ 돌파를 시도할 수 있지만, 그런 시도 자체가 오히려 ‘경제악화→지지도 하락’의 악순환을 되풀이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와대에 근무한 바 있는 모 전의원은 “아직까지는 노 대통령의 현란한 말씀과 소수의 열렬한 지지층으로 끌고 왔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것으로 끌고 가지 못한다”며 “청와대에 있는 사람들은 상황이 급할수록 정직하게 원론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남봉우 기자 bawoo@naeil.com

※ 5점척도란 △아주 잘한다 △다소 잘한다 △그저 그렇다 △다소 못한다 △아주 못한다는 다섯가지 항목으로 묻는 방법. 4점척도는 ‘그저 그렇다’는 중간항목을 뺀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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