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현장체험-일하는 사람 속으로 들어가다] 서울시청 사회과 노숙자대책팀의 심야상담

“주 3일 심야근무하는 공무원 봤어요”

지역내일 2004-09-29 (수정 2004-09-30 오전 11:08:13)
9월 22일 저녁 9시. 계절을 놓친 옷차림의 사내들이 서울역 구름다리(서울역에서 서부역으로 이어진 다리)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찌든 속옷 냄새, 거친 표정의 사내들 70여명이 모였다. 이날은 노숙인 다시서기센터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보기위해서다. 주황색 조명에 노숙자들이 구름다리로 모이는 장면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오늘은 상담이 쉽게 풀릴 것 같은데요.”
서울시청 사회과 노숙자대책팀 신종한 팀장의 말이다. 신 팀장을 비롯 홍문기(48)씨, 신명근(39)씨, 기자 등 4명이 한조를 이뤄 심야상담에 나섰다.
서울시는 거리노숙자들의 건강관리와 시설 입소유도를 위해 민간단체와 합동으로 노숙자에 대한 심야 밀착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민간단체인 노숙자 다시서기 지원센터, 자유의 집, 희망의 집 등 전문상담원과 서울시 노숙자대책팀이 3개반을 구성, 오는 연말까지 노숙자 밀집지역인 서울역과 을지로 지하도, 영등포역, 시청역, 회현역 등 31개 지역에서 노숙자 및 부랑인들을 상대로 상담을 진행중이다.
이번 상담은 평일 저녁 9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심야시간대에 이뤄지며, 상담 후 시설 입소를 희망하는 노숙자는 희망의 집, 또는 자유의 집 등에 입소하도록 유도한다.
서울시는 그동안 ‘노숙자 다시서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63개 노숙자 쉼터를 설치하고 자활프로그램을 제공해왔다. 지난해부터 올 8월까지 실시한 심야상담을 통해 236명의 노숙자를 시설에 입소시켰다. 서울시 사회과 노숙자 대책팀은 모두 17명이다. 이들 주업무는 노숙자 대책과 지원이다.
이 부서는 이미 기피부서로 낙인찍인지 오래다. 한번 들어오면 나가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또 월 수 금요일은 노숙인 심야상담을 해야 한다. 물론 이날도 낮근무는 해야 한다.
신 팀장은 “2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데 다른 부서로 갈 생각을 못하고 있다”며 “매주 3일 심야 근무 때문에 가족과도 멀어지는 것 같다”고 하소연 한다.
영화상영이 끝나고 본격적인 상담이 시작됐다.
“보아하니 이 생활 하신 지 얼마 안돼 보이는데… 마냥 이렇게 술로 세월을 보내실 수는 없잖아요.”
신 팀장이 노숙자 서 모(41)씨의 양손을 부여잡은 채 열띤 설득을 벌인다. 신 팀장이 노숙을 접고 새 생활을 찾아보자고 호소조로 매달리기를 30여분.
“쉼터에 들어가면 밖에도 맘대로 못나가고 구타도 심하다던데....”
“무슨 말이예요. 절대 그런 일 없습니다. 의심이 되면 한번 같이 가시죠.”
마침내 ‘안전’ 을 확인한 듯 서씨는 주머니를 뒤져 담배꽁초를 꺼내 물고는 신 팀장의 뒤를 따라 나섰다. 차에 올라탄 서씨의 팔에 상처가 있다. 몇 달은 그렇게 다닌 듯 보였다.
신 팀장은 “생활보호대상자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우선 쉼터에서 일정기간 교육을 거치고 자립해도 된다는 판단이 서야 한다”고 말했다.
6년 전부터 영등포역 주변에서 노숙과 쪽방생활을 병행하다 손가락이 절단돼 올 봄 서울역으로 노숙 장소를 옮긴 장 모(34)씨를 만났다.
노숙자 대책팀 신명근씨는 “일단 거주를 정하고 장애인 등록을 하면 생활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을 것이다’고 설득했다. 주소지와 주민등록복원비용 10만원이 마련되면 장애인 등록부터 하고 싶다는 말에 신씨는 선뜻 10만원을 줄테니 쉼터로 가자고 제안했다. 장씨는 쉼터로 가는 차량에 몸을 실었다.
신 팀장은 “오늘은 노숙자들이 쉼터로 잘 가는 편”이라며 “하루 20~30명 상담하는데 보통 3명 정도 시설에 입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노숙자가 많다는 영등포역으로 상담 장소를 옮겼다.
22일 자정 영등포역에서 만난 이소희(25)씨는 여성 노숙자의 생활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노숙자대책반 홍문기(48)씨가 이씨를 설득한다고 나섰다.
“여성이 노숙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여성쉼터로 들어가라.” 홍씨의 설득이 이어졌다. 설득에 지쳐서 일까. 아니면 진짜 마음을 바꾼 것일까. 완강하게 버티던 이씨는 여성 쉼터에 들어간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내일 간다고 했다.
다시서기 센터 이범승씨는 “내일 가봐야 안다. 오늘 간다고 해놓고 내일은 마음이 바뀐다”고 말했다. 다음날 확인결과 소희씨는 영등포역에 남아있었다.
새벽 2시 마지막 코스로 이동했다. 이날 종착점은 덕수궁 지하보도.
노숙자 10여명이 잠자며 소변을 벽면에 그대로 봐 악취가 진동했다. 문제의 민원이 이거다 싶다.
신 팀장은 “원래 여자가 청소를 맡았는데 노숙자들이 증가하자 남자로 교체했다”고 말했다.
일행은 바닥에 물 뿌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신 팀장은 “덕수궁 지하보도는 시청이나 의회 미 대사관 프레스센터 등과 가까워 청결상태에 특별하게 신경 쓴다”며 “이곳마저 노숙인에게 점령당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바닥이 어는 겨울을 빼고 거의 매일 물청소를 한다. 문제는 2시간 정도면 물이 말라 다시 노숙인이 생긴다는 것이다.
오늘 일과는 새벽 3시가 지나서야 겨우 끝났다.
하루만 쉬어도 노숙자들이 늘어나고 이런 일을 하려고 하는 공무원은 점점 줄어들고 신 팀장은 퇴근하면서도 내일이 걱정이다.

체험 뒷이야기
심야상담업무 순환 근무 필요

서울시 노숙자 대책팀 17명은 매주 월 수 금요일 오후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노숙자 심야상담을 하고 있다. 평일은 똑같이 일하고 매주 3일은 심야근무를 하는 셈이다.
민간단체인 지원센터, 중간쉼터, 희망의집 등 전문상담원이 매일 거리노숙자 야간상담을 추진하고 있고 서울시 노숙자 대책팀도 여기에 합류, 매주 3일은 이들과 함께 상담한다.
서울시 노숙자 대책팀 신종한 팀장은 “하루 상담인력이 20-25명 정도 투입 된다”며 “거리 노숙인 상담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말했다.
노숙자 대책팀 홍문기씨는 “다른 부서보다 일이 더 힘들다”며 “그러나 공무원이면 한번쯤은 해볼 업무이기 때문에 순환보직을 자주하는 것도 좋은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체험에서 절실하게 느낀 것은 노숙자 편의시설의 부족이다.
현재 노숙자들이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는 드롭-인센터 형식의 노숙자 쉼터는 모두 4개다. 드롭-인센터는 노숙자들이 빨래하고 잠깐 쉬어갈 수 있는 쉼터다.
서울시 노숙자 대책팀이 파악하고 있는 거리노숙자는 9월21일 현재 2708명이다.
전년대비 거리노숙자는 5배이상 늘어났고 시설입소자는 줄었다.

/김병량 기자 brkim@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