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이라크 파병 재검토 계기로 삼아야(성한표 2004.10.04)

지역내일 2004-10-04 (수정 2004-10-04 오후 1:36:55)
이라크 파병 재검토 계기로 삼아야
성한표 언론인

“한국은 미국 영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이라크에 파병함으로써 중동이란 먼 곳에서 벌어진 전쟁을 안방으로 끌어들였다.”
한국이 알 카에다로부터 공격 위협을 받는 사실을 보도한 LA 타임스의 주장이다. 전쟁은 이제 이라크에 가 있는 자이툰 부대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 전역이 24시간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어디 한국의 땅덩어리 만인가. 전 세계에 나가 있는 한국인들이 테러 공격의 위험 앞에 놓이게 되었다.
비상경계는 알 카에다의 2인자인 알 자와히리로 추정되는 인물이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를 통해 한국 등 이라크에 파병한 국가들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촉구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테러 위협은 한국이 추가 파병을 결정하면서부터 끊임없이 받아 왔다. 김선일씨의 피살은 경고된 테러가 이미 시작되었음을 말해주는 사건이었다.

알 카에다의 공격 위협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동안 테러에 대해 ‘잊어버리고’ 살아왔다. 그것은 국민들 탓이 아니라 한국이 지금 이라크에 대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를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려 주지 않은 정부와 언론의 탓이다. 자이툰 부대는 이라크의 평화 재건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공식 태도다.
그러나 평화 재건은 전쟁이 끝난 뒤의 일이다. 그런데 이라크에서는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는 ‘종전’이 선언되었지만, 저항세력과의 전투는 아직도 치열하다. 따라서 자이툰 부대가 아무리 평화와 재건을 표방해도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국이 어떤 명분을 내세우든 이라크 저항세력은 자이툰 부대가 미군의 동맹군으로서 자신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알 자와히리는 한국 등에 대한 공격을 촉구하면서 미군의 동맹군으로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군대를 ‘침략십자군’이라고 규정했다. 그가 그렇게 말하지 않더라도 지금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명분 없는 전쟁, 부도덕한 전쟁이라는 주장에 이견을 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정부가 자이툰 부대를 이라크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것은 미국의 강력한 요구를 한국 정부가 결국은 거절할 수가 없다는 점일 것이다. 이와 같은 한국의 처지에는 친미주의자든 반미주의자든, 미국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 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동의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지혜롭게 대처하느냐 하는 점이다. 이는 친미냐, 반미냐의 문제도, 외교관들의 노력의 문제만도 아닌, 민간 외교를 포함한 총체적 외교역량의 문제이다.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한국에 들어와 있는 미군이나 미국자본이 빠져나가 한국경제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걱정을 한다. 그런데 미군이나 미국 자본이 한국에 들어와 있는 것은 한국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미국 자신의 이익과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정부만 붙들고 늘어지는 것이 외교가 아니다. 한국에 미군이 주둔하고, 미국자본이 들어와 있음으로 해서 이득을 얻고 있는 미국의 기업이나 인사들을 한국을 잘 알고, 한국과 친한 세력으로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한 외교이다.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에 긴밀한 한미관계의 유지를 원하는 미국 기업이나 미국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성공하면 외교는 그만큼 쉬워진다. 이런 일은 직업 외교관 보다는 기업이나 민간인사가 더 잘 해 낼 수도 있다.

여당간부의 파병연장 약속
한국 정부와 여당이 이라크 파병문제로 미국정부의 눈치를 보고, 그들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보기에 안타깝다. 미국을 방문한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자이툰 부대의 파병기간 연장을 장담한 것도 미국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오버’한 것이다. 파병기간 연장은 연말에 국회에서 다뤄야 할 문제다. 이때야 말로 온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파병문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여당 주요 간부가 미국에 가서 파병 연장을 약속하고 다닌다면, 우리의 대미 교섭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어떤 테러 위협도 극복할 수 있는 방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라크에 전투병을 파병해 놓고도 테러위험을 체감하지 못할 만큼 안이하게 지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 때문에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을 안방으로 끌어들여 끊임없는 테러위협에 시달려야 하는가를 질문하는 일이다. 알 카에다의 테러 공격 위협이 이라크 파병에 대한 우리의 국론을 모아 파병문제에 대한 후회 없는 결단에 도달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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