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면서 배우는 ‘은행박물관’ 여행 떠나자

명동 주위 3개 박물관 색다른 흥미 제공 … 아이들 위한 특별프로그램도 마련

지역내일 2004-09-03 (수정 2004-09-03 오전 11:35:34)
금융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시절부터 ‘돈’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인식이 교사 뿐만 아니라 부모 사이에서도 크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불황이 이어지고 경제침체국면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너도나도 ‘절약’과 ‘저금’을 생활화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유치원이나 학교 내에서 이뤄지는 교육으로는 이러한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교과서에 나온 내용을 설명하고 이를 제대로 이해했더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실제 생활에는 적용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은 재미없고 딱딱한 것이라는 선입견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어 웬만한 방법으론 이 벽을 뚫기가 쉽지 않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우리은행 ‘은행박물관’, 조흥은행 ‘금융박물관’. 명동 주위에 있는 이 3개의 은행박물관은 아이들이 금융을 재밌게 알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 인기가 많다. 각 박물관마다 학예사(큐레이터)가 일일이 설명해 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흥미를 끌만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곳곳에 숨어있어 지겹지 않다.
특히 주5일제를 맞아 부모들과 같이 찾는 아이들이 많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전언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광화문의 ‘박물관 타운’에 있거나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 짧은 시간에 돌아볼 수 있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물론 부모나 대학원생들에게도 유용한 볼거리다. 부모세대들이 사용했던 동전과 통장 등이 향수를 부르고 각종 사료들이 여기저기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박물관과 연결돼 있는 갤러리는 또다른 재미다. 한국은행은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을 박물관 2층에 전시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금감원을 포함한 정부기관들이 가지고 있는 작품들도 전시될 계획이다. 조흥은행도 박물관(3층)에서 한층만 올라서면 항상 미술전시회를 즐길 수 있다.
단체관람은 미리 예약하는 게 좋다. 조흥은행은 인터넷으로, 한국은행과 우리은행은 전화로 하면 된다. 물론 현장에 직접 와도 관람을 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화폐박물관은 5시) 개방하며 조흥금융박물관은 일요일과 공휴일에 휴관하고 우리은행 은행박물관은 월요일에도 문을 열지만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은 월요일에 닫고 일요일에 개방한다. 관람료는 무료이고 1시간씩이면 전체를 꼼꼼히 돌아볼 수 있다.
기자가 직접 이 세 박물관을 돌아봤다.


여름 끝자락에 잡아든 ‘금융박물관’

여름의 끝자락이라 그런지 지난 2일 오후 1시를 넘어선 시각의 햇볕은 여전히 힘을 가지고 있었다. 단지 습도가 낮아 걸음이 무겁지 않았고 가을 문턱을 예고하며 광화문 줄기를 타고 내려온 선선한 바람이 ‘금융박물관 투어’를 시작하는 기자를 상쾌하게 만들었다.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조흥은행 본점에 갔다. 그러나 이곳엔 박물관이 없었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동화면세점 쪽에 들어가 있었다. 동아일보 신문박물관을 지나 지하로를 통과해 동화면세점을 지나면 길에 빗겨있는 조흥금융박물관을 발견하게 된다.
“국립박물관. 시립미술관, 세종문화회관, 신문박물관 등 박물관투어를 끝내고 덕수궁으로 점심 먹으러 가기 전에 들르는 게 여기”라며 조흥금융박물관 박준영 학예사가 설명했다.
생각보다는 작았다. 그러나 이곳에 소장된 것만 2500여점이고 고대 원시금융부터 첨단금융까지 펼쳐져 있어 금융의 과거와 현재를 가늠할 수 있다.
박 학예사는 “조흥금융박물관에서는 금융의 역사를 읽을 수 있다”면서 “배고팠던 봄에 곡식을 꿔주고 가을걷이 이후 이자를 더해 갚게 한 구휼제도와 각종 계모임, 객주의 대차거래 등이 전통금융의 처음이며 이때부터 사용한 문서와 화폐가 전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어음, 수표, 나무로 만든 금고 등도 한눈에 들어왔다.
1897년 은행이 설립되면서 시작된 근대 금융관에서는 독립공채, 53년 화폐개혁 당시의 대통령 방침 등이 눈에 띄었다. 화폐도 같이 전시되고 있는데 1원짜리 100만개를 쌓아놓은 곳에서 멈춰섰다.
“이곳은 방문자들, 특히 아이들이 돈에 대한 개념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고객들로부터 기증을 받은 것으로 채워졌다”고 설명했다. 애국복권도 한 켠을 지키고 있었다. 이 박물관은 97년에 만들어졌다.

현대 감각이 두드러진 ‘은행박물관’

박물관을 나와 덕수궁 앞에서 지하로 가로지르니 소공로를 만날 수 있었다. 한국은행 쪽으로 걸어가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을 뒤로 하고 신세계 쪽으로 넘어섰다. 눈 앞에 보이는 우리금융 건물을 향해 남산3호터널 쪽으로 가려고 다시 지하로 들어서 출구를 찾는데 눈 앞에 ‘은행박물관’이 들어왔다. 좌측으론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 찻잔을 기울이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이 박물관은 개관한 지 두달도 채 되지 않아서 그런지 앳돼 보였다.
박준태 계장은 “원색으로 꾸며진 박물관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편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면서 “은행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고 특히 아이들이 쉽게 금융에 다가갈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고 소개했다.
조선후기부터 시작되는 근대은행의 태동기에 나온 상평통보, 송도사개치부법(복식부기법)에서 식민지시대와 해방이후 화폐개혁, 금융실명제, IMF에 이르는 순간순간의 금융 변천사를 일목요연하게 사료를 통해 설명해 주고 있다. 은행박물관은 조흥금융박물관과 겹치는 부분도 있다. 이를 고려해 관찰하는 것도 하나의 관람법이다.
은행박물관이 내세우는 곳은 바로 ‘저금통 테마파크’와 ‘경제퍼즐놀이’다.
박 계장은 “퍼즐을 통해 가격에 따른 셈법을 재밌게 익히도록 고안해 낸 것이 경제퍼즐놀이이며 저금통 테마파크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코스로 진기명기 저금통, 다양한 모양의 저금통, 움직이는 저금통뿐만 아니라 각종 캐릭터와 동물, 나라별 특징을 담은 저금통들로 꾸며져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장과 삼엄한 경계를 뚫고
‘화폐박물관’으로

은행박물관을 나와 그대로 돌아와 신세계백화점 맞은 편의 한국은행에 도착했다. 좌측 정문에 비껴 서 있는 화폐금융박물관은 그러나 한창 공사중이라 혹 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지만 이 공사는 돌 사이의 부식을 막기 위해 정기적으로 닦고 교체하는 것으로 박물관 개관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옛 것이라 그런지 조금은 무거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두운 톤의 분위기와 경계를 서고 있는 경찰들로 맘이 편하지만은 않았지만 계단을 올라서 잘 정비된 박물관 내부를 보는 순간 ‘안도감’이 밀려왔다.
박물관장인 이광준 국장은 “중앙은행에서 화폐박물관을 가지고 있는 곳이 많지 않으며 이 곳에는 우리나라 것 뿐만 아니라 외국의 화폐까지 진열돼 있다”면서 “큐레이터가 1명 있지만 음성 안내기를 빌려주기 때문에 설명을 듣기에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전시된 화폐는 4500여점이나 된다고 했다. 2001년에 만들어진 이 박물관에는 동전, 수표, 증권, 카드 등 고대에서부터 이어온 화폐의 역사가 펼쳐져 있었다.
이 국장이 추천한 곳은 물가잡기, 위조지폐식별법, 동전제조법.
“물가잡기는 물가가 오르면 돈을 쏴서 이를 저지하는 게임으로 쉽게 물가를 맞출 수 없어 물가잡기가 얼마나 어려운 정책인지를 알려주는 것이며 평평한 동전을 기계로 눌러 화폐로 바꾸는 것도 실제로 하게 된다”면서 “위조지폐를 식별하는 방법도 체험할 수 있게 해 주는 등 관람자들이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