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에 소재한 (주) H&T(대표 정국교)가 외환위기 이후 부도와 재기를 겪는 과정은 한마디로 ‘기적의 드라마’다.
이 회사의 전신인 뉴맥스 청주공장은 외환위기와 함께 자금난과 경기한파로 부도를 낸 뒤 99년 공장시설을 가압류 당했다.
남은 것은 구입해 놓은 14억어치의 원자재와 퇴직금도 받지 못한 400명의 직원뿐. 한마디로 파산기업 그 자체였다.
기적은 ‘회사를 다시 살리자’는 직원들의 뜻이 결집되면서 시작됐다. 남아 있던 160명의 직원들이 퇴직금을 털어 자본금으로 전환했다. 2000년 새로 (주)H&T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그해 480억원의 매출이 일어났다. 이듬해엔 매출이 700억원으로 급신장했다.
해마다 한국 수출산업과 경제에 기여한 공로로 ‘수출탑’을 수상했다. 결국 이 회사가 일궈낸 기적은 퇴직금을 자본금으로 털어넣고 주인의 입장에서 회사를 살리겠다는 임직원들의 의지가 만들어 낸 것이다.
◆주목받는 사원주주제 = 최근 사원주주제가 주목받고 있다. 장기적인 내수침체와 고유가로 인한 원가상승 등 경영환경 악화가 기업 위기로까지 이어지면서 새로운 기업경영모델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사원주주제’ 또는 ‘종업원지주제’(ESOP·Employee Stock Ownership Plan)로 불리는 이 제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 제도는 실업난이 극심하고 국민의 경제적 빈곤이 극에 달했던 미국의 1930년대 대공황 당시 휴이 롱(Huey P. Long)이라는 루이지애나 주지사를 통해 등장했다.
이 아이디어는 그의 아들인 러셀 롱(Russell Long)에게 이어졌고, 상원 재무위원회 위원이었던 러셀 롱은 1973년 샌프란시스코의 독학 경제학자인 켈소(Louis Kelso)의 우리사주 정책을 받아들여 법안을 제안했다.
부의 집중과 이로 인한 빈부의 격차 등 자본주의 발전과 함께 등장한 모순을 ‘소유의 분산’을 통해 극복한다는 발상이 그 출발이었다.
이 제도를 도입한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법안이 효력을 발휘하자 사원주주제는 미국 기업계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국내에선 이 제도를 외환위기 이후 경제난으로 인한 경영위기를 돌파할 대안의 하나로 인식했다.
◆직원 결의로 회생길 찾아 =경북 구미시 소재 (주)필맥스(대표 김호영)도 사원주주제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서통 필름사업부에서 상호를 바꾸고 새로 출발하기 전까지 극심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2002년 이 회사 모기업인 서통의 매각설과 부도설이 나돌면서 직원들은 일을 해도 흥이 나지 않았고, 집에 가서도 이런 사실을 가족들에게 숨겨야 했다.
당시 박병준 공장장은 직원들을 일일이 집으로 찾아다니며 퇴직금을 출자해 회사를 살리자고 설득했다. 전 사원을 상대로 설명회도 가졌다.
직원들은 1인당 평균 2000만원에 해당하는 45억원의 자본금을 모았다. 사원들이 퇴직금 출자를 결의하자, 협력업체들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곧 이어 산업은행과 론스타가 합작해 설립한 구조조정펀드인 KDB론스타(현 KDB&파트너스)가 600억원에 이 회사를 인수했다.
KDB론스타 김호영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회사는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퇴직금을 그냥 날릴 수 없다는 직원들의 의지가 부도 직전의 기업을 우량중소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필맥스는 설립 첫해 6개월간 영업으로 매출액 440억원을 올렸으며, 순이익 33억원을 냈다. 올해초 8% 배당도 이뤄졌다.
◆사원주주제로 설립된 기업도 등장=지난해 3월 자본금 20억원으로 설립된 (주)KTV글로벌(대표 이재훈)은 시작부터 100% 사원주주제로 운영된 기업이다.
공영이라는 경영이념을 바탕으로 (주)KEC에서 분사해 출범한 이 회사는 지난해말 결산 기준으로 영업활동 9개월만에 821억원의 매출과 28억원의 이익을 달성했다.
매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로운 시장에서 얻은 성과가 51%, 선진시장에서 확보한 성과가 36%에 이른다.
이 회사의 높은 경영실적은 직원들의 높은 주인의식과 투명한 경영에서 비롯됐다.
향후 기술기반 강화를 위해 종합연구소를 설립하고 품질 향상을 위해 ISO9001을 획득했으며, 자사 윤리규범을 선포해 매월 윤리실천 항목을 지정해 경영에 반영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소재 (주)명광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대표 김기현)는 외환위기 이후 100% 사원주주제로 전환됐다.
당시 노사분규 진통을 겪은 후 매각 위기에 처했으나, 전직원이 회사 구명운동을 벌이며 2001년 사원주주제를 도입했다. 직원들의 높은 주인의식으로 높은 경영실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엔 신노사문화대상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삼성시계에서 98년 분사한 (주)SWC(대표 김동순)도 사원주주제로 시작한 회사다.
손목시계를 제조하는 이 회사의 자본금 규모는 1억원에 불과하지만 경영은 알짜기업이다.
40억원 규모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20명의 직원이 지난해 1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같은 실적은 직원들의 높은 주인의식과 이를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영업활동이다.
이 회사는 해외수출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1987년 베네수엘라에 첫 수출을 시작한 이후 세계 50개국에 매년 1500만달러어치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도 이 제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최근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는‘우리사주제도 활성화 국제 컨퍼런스’ 행사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경제가 글로벌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안시스템으로 사원주주제도가 더 폭넓게 보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이 회사의 전신인 뉴맥스 청주공장은 외환위기와 함께 자금난과 경기한파로 부도를 낸 뒤 99년 공장시설을 가압류 당했다.
남은 것은 구입해 놓은 14억어치의 원자재와 퇴직금도 받지 못한 400명의 직원뿐. 한마디로 파산기업 그 자체였다.
기적은 ‘회사를 다시 살리자’는 직원들의 뜻이 결집되면서 시작됐다. 남아 있던 160명의 직원들이 퇴직금을 털어 자본금으로 전환했다. 2000년 새로 (주)H&T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그해 480억원의 매출이 일어났다. 이듬해엔 매출이 700억원으로 급신장했다.
해마다 한국 수출산업과 경제에 기여한 공로로 ‘수출탑’을 수상했다. 결국 이 회사가 일궈낸 기적은 퇴직금을 자본금으로 털어넣고 주인의 입장에서 회사를 살리겠다는 임직원들의 의지가 만들어 낸 것이다.
◆주목받는 사원주주제 = 최근 사원주주제가 주목받고 있다. 장기적인 내수침체와 고유가로 인한 원가상승 등 경영환경 악화가 기업 위기로까지 이어지면서 새로운 기업경영모델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사원주주제’ 또는 ‘종업원지주제’(ESOP·Employee Stock Ownership Plan)로 불리는 이 제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 제도는 실업난이 극심하고 국민의 경제적 빈곤이 극에 달했던 미국의 1930년대 대공황 당시 휴이 롱(Huey P. Long)이라는 루이지애나 주지사를 통해 등장했다.
이 아이디어는 그의 아들인 러셀 롱(Russell Long)에게 이어졌고, 상원 재무위원회 위원이었던 러셀 롱은 1973년 샌프란시스코의 독학 경제학자인 켈소(Louis Kelso)의 우리사주 정책을 받아들여 법안을 제안했다.
부의 집중과 이로 인한 빈부의 격차 등 자본주의 발전과 함께 등장한 모순을 ‘소유의 분산’을 통해 극복한다는 발상이 그 출발이었다.
이 제도를 도입한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법안이 효력을 발휘하자 사원주주제는 미국 기업계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국내에선 이 제도를 외환위기 이후 경제난으로 인한 경영위기를 돌파할 대안의 하나로 인식했다.
◆직원 결의로 회생길 찾아 =경북 구미시 소재 (주)필맥스(대표 김호영)도 사원주주제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서통 필름사업부에서 상호를 바꾸고 새로 출발하기 전까지 극심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2002년 이 회사 모기업인 서통의 매각설과 부도설이 나돌면서 직원들은 일을 해도 흥이 나지 않았고, 집에 가서도 이런 사실을 가족들에게 숨겨야 했다.
당시 박병준 공장장은 직원들을 일일이 집으로 찾아다니며 퇴직금을 출자해 회사를 살리자고 설득했다. 전 사원을 상대로 설명회도 가졌다.
직원들은 1인당 평균 2000만원에 해당하는 45억원의 자본금을 모았다. 사원들이 퇴직금 출자를 결의하자, 협력업체들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곧 이어 산업은행과 론스타가 합작해 설립한 구조조정펀드인 KDB론스타(현 KDB&파트너스)가 600억원에 이 회사를 인수했다.
KDB론스타 김호영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회사는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퇴직금을 그냥 날릴 수 없다는 직원들의 의지가 부도 직전의 기업을 우량중소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필맥스는 설립 첫해 6개월간 영업으로 매출액 440억원을 올렸으며, 순이익 33억원을 냈다. 올해초 8% 배당도 이뤄졌다.
◆사원주주제로 설립된 기업도 등장=지난해 3월 자본금 20억원으로 설립된 (주)KTV글로벌(대표 이재훈)은 시작부터 100% 사원주주제로 운영된 기업이다.
공영이라는 경영이념을 바탕으로 (주)KEC에서 분사해 출범한 이 회사는 지난해말 결산 기준으로 영업활동 9개월만에 821억원의 매출과 28억원의 이익을 달성했다.
매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로운 시장에서 얻은 성과가 51%, 선진시장에서 확보한 성과가 36%에 이른다.
이 회사의 높은 경영실적은 직원들의 높은 주인의식과 투명한 경영에서 비롯됐다.
향후 기술기반 강화를 위해 종합연구소를 설립하고 품질 향상을 위해 ISO9001을 획득했으며, 자사 윤리규범을 선포해 매월 윤리실천 항목을 지정해 경영에 반영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소재 (주)명광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대표 김기현)는 외환위기 이후 100% 사원주주제로 전환됐다.
당시 노사분규 진통을 겪은 후 매각 위기에 처했으나, 전직원이 회사 구명운동을 벌이며 2001년 사원주주제를 도입했다. 직원들의 높은 주인의식으로 높은 경영실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엔 신노사문화대상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삼성시계에서 98년 분사한 (주)SWC(대표 김동순)도 사원주주제로 시작한 회사다.
손목시계를 제조하는 이 회사의 자본금 규모는 1억원에 불과하지만 경영은 알짜기업이다.
40억원 규모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20명의 직원이 지난해 1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같은 실적은 직원들의 높은 주인의식과 이를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영업활동이다.
이 회사는 해외수출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1987년 베네수엘라에 첫 수출을 시작한 이후 세계 50개국에 매년 1500만달러어치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도 이 제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최근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는‘우리사주제도 활성화 국제 컨퍼런스’ 행사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경제가 글로벌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안시스템으로 사원주주제도가 더 폭넓게 보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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