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대학 ‘내신 부풀리기’ 폭로

전과목 ‘수’, 모집인원보다 많아 … 교육부, 상대평가 도입 추진

지역내일 2004-10-15 (수정 2004-10-15 오후 12:33:07)
교육부가 고교등급제, 본고사, 기여입학제 도입을 금지 한다는 일명 ‘3불 원칙’을 재천명한 가운데 일부 대학들이 ‘내신 부풀리기’ 사례를 폭로하고 나서 고교등급제 파문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상대평가가 도입될 2008학년도 이전까지는 ‘내신 부풀리기’를 막을 수 있는 별다른 방법도 없어 수시제도의 공정성 논란까지도 예상된다.

◆변별력 상실 = 연세대는 14일 올해 수시지원자 내신성적 실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 학교 수시 1학기 지원자 5500여명 가운데 고교 1·2학년 과정에서 전과목 ‘수’를 맞은 학생이 전체 지원자의 14%인 812명으로 나타났다. 전과목 ‘수’를 받은 학생이 이 학교의 전체 모집인원 500여명보다도 훨씬 많다.
또 1·2학년 교과 성적이 전과목 90% 이상 ‘수’를 맞은 학생은 전체 지원자의 약 60%인 3300여명에 달한다. 이 대학 모집인원의 6배가 넘는 인원이 전 과목의 90% 이상 ‘수’를 맞은 셈이다.
일부 교과는 전체 수강인원 138명 가운데 97%인 134명이 ‘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수강인원 71명 가운데 71명 전원이 ‘수’를 받은 과목도 있다.
이런 부풀려진 학생부는 연세대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대학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시내 주요대학 입학처장들은 각 학교에서 파악한 고교 내신 부풀리기 실태를 가급적 빨리 공개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강동지역 한 대입학원의 영어과 강사로 일하는 박 모씨는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100점을 맞지 못한 것을 시험을 망쳤다고 표현한다”며 “시험문제가 워낙 쉽게 출제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런 상황에서 내신으로 변별력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교육 주체들도 인정 = 공교육주체들도 내신 부풀리기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
전교조 송원재 대변인은 “내신부풀리기가 일부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이는 대학들이 수시모집에서 평어를 반영하기 때문에 발생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참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학부모와 학교측의 요구나 내 제자만 손해 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교총 한재갑 대변인도 “내신 부풀리기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교총도 이를 최소화 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신 부풀리기의 존재에 대해서는 이구동성으로 인정하지만 원인과 대책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총 한 대변인은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회원들을 대산으로 한 자정운동을 벌이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또 전교조 송 대변인은 “정책당국의 의지가 가장 큰 문제”라며 “당장 교육부와 대학이 내신 부풀리기를 한 학교에 대해 불이익을 주겠다고 발표하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를 평가방식이 변하는 2008학년도 이후에는 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교육계 일각에서는 비교과영역이 입시에 반영되기 때문에 오히려 교사의 자의적 판단이 더욱 많이 반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한석수 학사지원과장은 “새로운 입시안을 적용받을 현재 중3 학생부터는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현재 고1·2와 관련해서는 장학지도와 감사 등을 통해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그러나 이 문제는 외부의 감시보다는 교사들 스스로 직업윤리를 바탕으로 자정운동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대학은 고교를 탓하고 고교는 대학을 탓하는데 지금은 교육계 내부의 ‘내 탓이요’ 운동이 절실히 필요한때”라고 말했다.

◆교사에 평가권 주자 = 이런 가운데 내신 성적의 객관성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교원평가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사들에게 수업과 평가에 대한 전권을 주는 것이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내신 부풀리기를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고 교사들도 외부의 감사와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육혁신위원회도 ‘2008년 이후 대입제도 개선안’ 초안에서 교원평가제 도입을 추진했다. 또 안병영 부총리도 시기는 밝히지 않았지만 취임 초기부터 교원평가제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평가대상, 학생·학부모참여 문제, 승진·보수에 반영 여부 등 논의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다. 특히 그동안 현안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온 교원단체와 학부모 단체가 평가주체를 둘러싸고는 이견을 보일 정도로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문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봉주(열린우리당) 의원은 “정상적인 입시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교육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며 “공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교사들에게 평가권을 주고, 평가권의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교원평가제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교원평가제 도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계를 밟아 가는 것”이라며 “초기에는 교사상호간 평가를 하다 점차 학생 등 수요자의 참여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교총은 먼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확보하고 있는 학교 간 학업성취도 차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교총은 현실로 존재하는 학교간, 개인간 학업성취도 격차를 무조건 무시해서는 논란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교육계 일각에서는 대학이 다양한 선발제도를 개발해야 할 사회적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한 대학 총장은 “그래도 고교 과정은 7차 교육과정을 도입하는 등 변화를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며 “이에 반해 대학은 스스로 다양한 인재를 찾기 보다는 손쉬운 평가도구인 성적순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런 선발방식으로 우리 대학들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며 “시시각각 변하는 기술과 학문의 영역에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인재를 찾아나서는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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