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그 나라 문화수준의 척도입니다. 국민 문화수준을 높이고 경영난을 겪고 있는 출판업계도 살리기 위해서는 도서관을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간행물윤리위원회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 정권수호의 한 몫을 담당했던 기관이다. 당시 이른바 현 체제에 삐딱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출판물은 이곳에서 어김없이 걸러지고 난도질당했다. 때문에 아직도 간행물윤리위원회라고 하면 체제를 비판하는 이른바 ‘불온서적’을 검열하는 기관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간행물윤리위원회는 이미 ‘문화’기관으로 탈바꿈해 있다. 특히 청소년 보호의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이미 넘쳐나는 각종 음란물, 폭력물 속에서 간행물윤리위원회는 청소년들에게 하나의 ‘안전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간행물윤리위원회 김종심 위원장은 특히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하는일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간행물윤리위원회가 하는 일은 크게 도서 및 인쇄매체 사후심의와 독서진흥운동으로 나눌 수 있다. 이중 심의와 관련해서는 예전에는 ‘체제수호’ 부분에 중점을 둬 왔지만 요즘은 음란 및 폭력성이 심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출판물을 중심으로 심의를 벌이고 있다. 또 외국간행물 수입 심의, 인쇄매체 부당표시광고 심의, 종합일간지 등을 제외한 정기간행물 및 생활정보지·무가지 등을 심의하는 것도 우리가 맡고 있다.
특히 요즘 비중을 높이고 있는 분야는 국민들이 좋은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양서추천 및 독서강연회, 간행물윤리상 시상 등을 통해 독서진흥운동을 벌이고 있다. 요즘은 이른바 사회과학서적에 대한 검열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출판되는 사회과학서적의 절대량도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청소년들이 음란매체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사실 요즘 청소년들은 음란·폭력매체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인터넷과 영상매체에서 더욱 심각하다. 과거 청소년들이 접할 수 있는 매체는 ‘음란서적’ 정도였으나 이제는 모든 매체에서 쉽게 음란물을 접할 수 있다. 오히려 인쇄물은 다른 매체에 비해 성표현 수준 등에서 보수적이어서 일부에서는 ‘인쇄매체만 왜 엄격하냐’라고 얘기할 정도다.
유통과정에서 청소년들에게 유해물이 닿지 않도록 차단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청소년들은 호기심과 모방심이 많다. 때문에 국가기관에서는 이를 차단해야 한다. 또 청소년에게 음란물을 팔아 돈벌이를 하려는 성인들이 없어야 한다. 청소년 스스로 음란매체를 멀리할 수 있도록 교육부문에서도 책임을 맡아야 한다.
음란매체에 대한 사회적 문제는 요즘은 간행물보다 정보통신분야에서 더욱 많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심의하는 음란물들을 보면 인간성을 모독한다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엽기적’인 것들이 많다.
학생들이 책을 읽기 어려운 구조 아닌가.
간행물윤리위원회는 요즘 독서진흥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독서진흥은 민간단체 및 지자체에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독서진흥은 기본적으로 교육분야와 같이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은 학생들이 독서에 시간을 할애할 수 없도록 하는 구조이고 정책이다. ‘레 미제라블’을 다 읽는 청소년들이 몇이나 있겠는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출판사들이 내는 책을 보면 영유아를 위한 것과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것, 그리고 성인을 위한 것으로 구분된다. 중고등학생에게 맞는 책은 참고서 말고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상황을 바꾸지 않으면 청소년들에게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은 공염불이 돼 버린다.
권장도서와 청소년 눈높이가 다르다는 지적이 있는데.
위원회는 현재 ‘청소년권장도서’와 ‘이달의 읽을만한 책’을 선정, 도서 선택을 돕고 있다. 위원회 성격상 상업성을 배제한 책을 고르다 보니 이같은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위원들의 취향과 독자의 취향간 괴리도 있을 수 있다. 이 부분은 우리도 일종의 ‘딜레마’라고 인식하고 있다.
최근 선정된 도서중 일부를 보면 ‘전통음악의 구조와 원리’, ‘윤리의 역사와 도덕의 이론’, ‘확장된 표현형’이라는 제목의 책 등이다. 물론 이같은 책을 선정하는 데에는 우리 위원회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저자들의 수준높은 연구성과물이 시장논리 속에서 사장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유의미하다. 또 교양수준을 높이는 측면에서도 자부심을 갖고 있다.
출판업계가 어렵다고들 아우성이다.
최근에 만난 한 출판사 사장은 ‘출판업계가 언제 호황이 있었냐’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에서 양서를 선정하고 좋은 책은 구입해 사람들에게 읽도록 나눠주기도 한다. 출판업계도 살리고 국민 교양수준도 높이자는 이른바 ‘북스타트’운동도 일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사업이 지속적이고 전국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결국 국민 교양수준도 높이고 출판업계도 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서관을 활성화하는 데 있다고 본다. 일본도 도서관 활성화 사업을 벌여 이를 통해 도서구입을 많이 하고 있다. 도서관숫자는 그 나라 문화수준과 비례한다. 때문에 도서관을 늘릴 수 있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그러나 ‘기적의 도서관’ 설립운동에서 볼 수 있듯 우리나라에서 도서관을 만드는 데는 돈도 많이 들지만 행정적 제약도 많다.
출판사도 독자의 요구와 사회 흐름에 맞춰 책을 내야 한다. 또 세계적 안목도 키워야 한다. 요즘 불고 있는 ‘한류’열풍을 출판업계에서도 이어나갈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수출할만한 콘텐츠가 없는 게 현실이다.
쏟아지는 출판물들을 일일이 살피기 어려울텐데.
지난해 우리 위원회에서 심의한 출판물을 보면 청소년 유해물의 경우 1만7769건을 수집해 이중 2079건을 청소년들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분류했다. 수입추천이 들어온 외국간행물도 심의한 것만 1만4011건에 달한다. 이같은 규모를 25명의 직원이 심의하고 있다. 매일 나오는 각종 신문과 생활정보지 등은 제외한 숫자다. 심의를 맡고 있는 직원들은 ‘볼 것 못볼 것’ 다 보기 때문에 일종의 ‘직업병’에 걸려 있다. 각종 음란물과 폭력물을 심의하는 직원중에는 여직원들도 포함돼 있는데, 직원들이 안됐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김종심 위원장은
61년 전주고. 67년 서울대 사학과·대학원 졸
68년 월간 ‘세대’ 기자, 69년 동아일보 기자
80년 신동아부 차장, 87년 신동아부장
93년 동아일보 논설위원, 98년 논설위원실장
99년 동아일보 출판국장
98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2000~2003년 정부혁신추진위원회 위원
2002년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위원장
2003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
/장유진 기자 yjchang@naeil.com
간행물윤리위원회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 정권수호의 한 몫을 담당했던 기관이다. 당시 이른바 현 체제에 삐딱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출판물은 이곳에서 어김없이 걸러지고 난도질당했다. 때문에 아직도 간행물윤리위원회라고 하면 체제를 비판하는 이른바 ‘불온서적’을 검열하는 기관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간행물윤리위원회는 이미 ‘문화’기관으로 탈바꿈해 있다. 특히 청소년 보호의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이미 넘쳐나는 각종 음란물, 폭력물 속에서 간행물윤리위원회는 청소년들에게 하나의 ‘안전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간행물윤리위원회 김종심 위원장은 특히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하는일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간행물윤리위원회가 하는 일은 크게 도서 및 인쇄매체 사후심의와 독서진흥운동으로 나눌 수 있다. 이중 심의와 관련해서는 예전에는 ‘체제수호’ 부분에 중점을 둬 왔지만 요즘은 음란 및 폭력성이 심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출판물을 중심으로 심의를 벌이고 있다. 또 외국간행물 수입 심의, 인쇄매체 부당표시광고 심의, 종합일간지 등을 제외한 정기간행물 및 생활정보지·무가지 등을 심의하는 것도 우리가 맡고 있다.
특히 요즘 비중을 높이고 있는 분야는 국민들이 좋은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양서추천 및 독서강연회, 간행물윤리상 시상 등을 통해 독서진흥운동을 벌이고 있다. 요즘은 이른바 사회과학서적에 대한 검열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출판되는 사회과학서적의 절대량도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청소년들이 음란매체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사실 요즘 청소년들은 음란·폭력매체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인터넷과 영상매체에서 더욱 심각하다. 과거 청소년들이 접할 수 있는 매체는 ‘음란서적’ 정도였으나 이제는 모든 매체에서 쉽게 음란물을 접할 수 있다. 오히려 인쇄물은 다른 매체에 비해 성표현 수준 등에서 보수적이어서 일부에서는 ‘인쇄매체만 왜 엄격하냐’라고 얘기할 정도다.
유통과정에서 청소년들에게 유해물이 닿지 않도록 차단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청소년들은 호기심과 모방심이 많다. 때문에 국가기관에서는 이를 차단해야 한다. 또 청소년에게 음란물을 팔아 돈벌이를 하려는 성인들이 없어야 한다. 청소년 스스로 음란매체를 멀리할 수 있도록 교육부문에서도 책임을 맡아야 한다.
음란매체에 대한 사회적 문제는 요즘은 간행물보다 정보통신분야에서 더욱 많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심의하는 음란물들을 보면 인간성을 모독한다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엽기적’인 것들이 많다.
학생들이 책을 읽기 어려운 구조 아닌가.
간행물윤리위원회는 요즘 독서진흥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독서진흥은 민간단체 및 지자체에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독서진흥은 기본적으로 교육분야와 같이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은 학생들이 독서에 시간을 할애할 수 없도록 하는 구조이고 정책이다. ‘레 미제라블’을 다 읽는 청소년들이 몇이나 있겠는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출판사들이 내는 책을 보면 영유아를 위한 것과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것, 그리고 성인을 위한 것으로 구분된다. 중고등학생에게 맞는 책은 참고서 말고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상황을 바꾸지 않으면 청소년들에게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은 공염불이 돼 버린다.
권장도서와 청소년 눈높이가 다르다는 지적이 있는데.
위원회는 현재 ‘청소년권장도서’와 ‘이달의 읽을만한 책’을 선정, 도서 선택을 돕고 있다. 위원회 성격상 상업성을 배제한 책을 고르다 보니 이같은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위원들의 취향과 독자의 취향간 괴리도 있을 수 있다. 이 부분은 우리도 일종의 ‘딜레마’라고 인식하고 있다.
최근 선정된 도서중 일부를 보면 ‘전통음악의 구조와 원리’, ‘윤리의 역사와 도덕의 이론’, ‘확장된 표현형’이라는 제목의 책 등이다. 물론 이같은 책을 선정하는 데에는 우리 위원회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저자들의 수준높은 연구성과물이 시장논리 속에서 사장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유의미하다. 또 교양수준을 높이는 측면에서도 자부심을 갖고 있다.
출판업계가 어렵다고들 아우성이다.
최근에 만난 한 출판사 사장은 ‘출판업계가 언제 호황이 있었냐’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에서 양서를 선정하고 좋은 책은 구입해 사람들에게 읽도록 나눠주기도 한다. 출판업계도 살리고 국민 교양수준도 높이자는 이른바 ‘북스타트’운동도 일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사업이 지속적이고 전국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결국 국민 교양수준도 높이고 출판업계도 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서관을 활성화하는 데 있다고 본다. 일본도 도서관 활성화 사업을 벌여 이를 통해 도서구입을 많이 하고 있다. 도서관숫자는 그 나라 문화수준과 비례한다. 때문에 도서관을 늘릴 수 있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그러나 ‘기적의 도서관’ 설립운동에서 볼 수 있듯 우리나라에서 도서관을 만드는 데는 돈도 많이 들지만 행정적 제약도 많다.
출판사도 독자의 요구와 사회 흐름에 맞춰 책을 내야 한다. 또 세계적 안목도 키워야 한다. 요즘 불고 있는 ‘한류’열풍을 출판업계에서도 이어나갈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수출할만한 콘텐츠가 없는 게 현실이다.
쏟아지는 출판물들을 일일이 살피기 어려울텐데.
지난해 우리 위원회에서 심의한 출판물을 보면 청소년 유해물의 경우 1만7769건을 수집해 이중 2079건을 청소년들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분류했다. 수입추천이 들어온 외국간행물도 심의한 것만 1만4011건에 달한다. 이같은 규모를 25명의 직원이 심의하고 있다. 매일 나오는 각종 신문과 생활정보지 등은 제외한 숫자다. 심의를 맡고 있는 직원들은 ‘볼 것 못볼 것’ 다 보기 때문에 일종의 ‘직업병’에 걸려 있다. 각종 음란물과 폭력물을 심의하는 직원중에는 여직원들도 포함돼 있는데, 직원들이 안됐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김종심 위원장은
61년 전주고. 67년 서울대 사학과·대학원 졸
68년 월간 ‘세대’ 기자, 69년 동아일보 기자
80년 신동아부 차장, 87년 신동아부장
93년 동아일보 논설위원, 98년 논설위원실장
99년 동아일보 출판국장
98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2000~2003년 정부혁신추진위원회 위원
2002년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위원장
2003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
/장유진 기자 yjch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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