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군파견 정부가 일제청산 얘기하다니 …”

전범민중재판 기소문에 나타난 이라크 파병민심

지역내일 2004-10-19 (수정 2004-10-20 오전 11:08:07)
이라크전 주도한 부시, 전범처리 마땅 … 파병 참여한 노정권도 책임

“침략군을 파견한 정부가 일제청산을 이야기 하다니요. 정부는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만들어 버린 겁니다”
전범민중재판 준비위원회가 벌이고 있는 ‘1만 기소인 운동’에 참여한 한 부산 시민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전범 기소장에 이같이 적었다.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 나라를 전세계 민중의 적으로 만들었다는 게 기소의 주된 이유였다.
정부가 이라크에 주둔중인 자이툰 부대의 파병연장 방침을 확정했지만,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국민여론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근 시민사회단체가 벌이고 있는 전범민중재판을 위한 ‘1만 기소인 운동’에 접수된 기소이유서의 내용을 보면 이라크전 파병민심은 오히려 더 격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전범민중재판이란 전세계 반전평화사회단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운동으로 이라크전을 일으키고 이에 동조한 미국 부시 대통령과 영국의 블레어 총리,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을 전범으로 역사의 심판대에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전범재판을 열기 위한 기소인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파병은 청산되어야 할 범죄 = 기소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라크 파병을 과거 일본의 침략에 빗대어 비판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서울에 살고 있는 이윤주씨는 기소장에서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고, 전쟁을 겪었던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를 침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고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제대로 지키고 산다면 약한 나라에서 빼앗아 오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가 과거청산을 추진하려면 이라크에 파병한 군대부터 철수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
최용준씨는 “이 전쟁으로 어린이와 노인, 여성들이 목숨을 잃고 병마에 시달릴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은 과거사 청산을 말하기에 앞서 청산되어야 할 또 하나의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나찌 독일과 일본의 한국침략을 나쁜 행위로 배웠다는 이안나 씨는 “이제는 대한민국이 나쁜 일을 했다는 것을 배울 차례”라고 정부의 이라크 파병을 비꼬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부끄럽다” = 기소장 중에는 이라크 파병을 강행한데 이어 파병 연장을 추진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이 월등히 많았다. 노 대통령이 국민의사에 반해 파병함으로써 국민들 모두를 전범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주류였다.
경기지역에 살고 있는 최도연씨는 노무현 대통령을 전범으로 기소하면서 “잘못된 전쟁인줄 뻔히 알면서 미국의 힘에 굴복, 끝내 전쟁에 함께 함으로써 우리 모두를 전범국가 국민, 살인과 파괴에 함께 한 사람들로 만들어 버렸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파병 결정은 대통령 직무를 유기한 행위라는 지적도 있었다.
지광범씨는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 인권과 국가 주권을 수호하는 것이 대통령의 직무인데도 국민 의사를 무시하고 부시 명령에 굴복해 대한민국 위상과 국민 존엄성을 실추시켰다”고 분개했다.
마포에 사는 학생이라고 자신을 밝힌 천경록씨는 “노 대통령이 침략전쟁을 부정하는 헌법 5조를 명백히 위반했을 뿐 아니라 자유민주질서를 파괴하고 파병에 반대하는 국민여론을 무시하는 등 민주주의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다”며 기소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 개인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낸 기소장도 적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을 한때 꽤 괜찮은 정치인이라고 생각했다는 홍은영씨는 “그러나 노 대통령이 파병철회를 요구하는 사람들의 진정한 목소리를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수많은 젊은이들을 전쟁터로 몰아넣었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자신을 교사라고 밝힌 김한민씨는 “아이들에게 전쟁에 동참하라고 할 수 없지 않느냐”며 “전쟁에 참여한 대통령이 부끄럽다”고 적었다.
노대통령에 대한 기소 이유로 김선일씨의 죽음을 거론하는 기소장도 많았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한남수씨는 “자국민인 김선일씨가 절규하며 살려달라는데도 명분없는 전쟁 동참의지를 강하게 밝혀 죄없는 젊은이의 목숨을 앗아갔다”며 “당시 철군만했더라도 김선일씨의 목숨을 살려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화도에 사는 노미화씨는 노 대통령 기소이유를 김선일 한 사람의 목숨도 구하지 못했으면서 또다시 젊은 목숨들을 함부로 전쟁터에 내보낸 죄, 힘없는 나라에 무기를 들고 들어가면서 그 땅을 재건하기 위한 것이라고 국민을 속인 죄, 대한민국을 가장 파렴치한 나라로 세계 만방에 널리 알린 죄로 정리했다.

◆문제해결 수단으로서 전쟁반대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킨 미 부시 정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경기도 안산의 김승률씨는 “이라크 전쟁은 미제국주의내 석유재벌과 방산업체의 이윤추구를 위해 저질러진 명백한 침략전쟁”이라고 진단하고 “따라서 이번 전쟁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미 정부는 전범으로 기소되어 마땅하다”며 부시 미 대통령을 전범으로 기소했다.
전쟁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올라왔다. 자신을 ‘행동하는 의사회’ 회원이라고 밝힌 최진성씨는 “문제해결 수단으로서의 전쟁을 반대한다”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침략전쟁을 이끄는 사람은 전범으로 처단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에 사는 윤용덕씨는 “전쟁하는 놈들 끌어내자는 데 특별한 이유가 필요 있느냐”는 반문으로 기소내용을 대신하기도 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지숙씨는 “죽음을 결의하는 사람보다 삶을 결의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의 삶과 연대하는 것이 우리의 예의이자 살아가는 이유중 하나”라고 전쟁반대 이유를 들었다.
전범민중재판준비위원회의 손상열 간사는 “전범 기소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평범한 국민들”이라며 “이라크전과 파병에 대한 반대 여론을 모아 부시 블레어 노무현 대통령을 반드시 전범 민중재판에 세우겠다”고 말했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