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 윤곽 … 효과엔 반신반의
‘재정+연기금+외자+사모펀드’ 10조 이상 모아 SOC 투자
지역내일
2004-10-26
(수정 2004-10-27 오전 11:33:26)
“재정확대는 물론 국내외에서 투자처를 못찾아 겉돌고 있는 자금을 모두 끌어 모은 뒤 사회간접자본(SOC) 같은 대형 건설프로젝트에 쏟아 부어 건설경기를 활성화시키고 고용을 크게 늘려 내수경기를 살린다.”
한국판 뉴딜(New Deal)이 윤곽을 드러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이 여러 차례 암시를 주었지만 그동안 말만 많고 실체는 묘연했던 게 한국판뉴딜이었다. 지난 25일 노무현 대통령 시정연설에 이은 26일 천정배 열린우리당 대표의 한국판 뉴딜관련 발언으로 당정이 뉴딜의 뼈대를 얼추 만들어 놓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자금을 어떻게 유치하고 어디에 얼마를 투자할지 등 엉성한 뼈대에 살을 붙이는 세밀한 작업이 남은 셈이다. 실제 주무 부처인 재정경제부는 이미 한국판뉴딜에 대한 이름 공모에 이어 연말 발표를 전제로 세부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열린우리당, 정부 모두 한국판뉴딜이라는 화두를 놓고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점은 새삼스럽다.
불협화음보다 낫지만 우리경제가 얼마나 다급한 상황에 처했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고유가에 수출증가세 둔화 등 국내외 경제환경을 고려할 때 내년 경제성장률 5% 달성이 어렵다는 인식을 같이하게 됐고 한국판뉴딜을 청-당-정 모두 경제를 회복시켜 줄’전가의 보도’로 꺼내 들었다는 얘기다.
청-당-정 모두 내년 5% 성장에 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러나 신행정수도 이전 위헌 판결로 새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절박감까지 더해지면서 한국판뉴딜이 실효성이나 부작용에 대한 검토 없이 쫓기듯 서둘러 추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만만찮다. 일부에선 벌써부터 부동산규제 완화를 점치는 등 부동산값 안정기조를 흔들 수 있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뉴딜’ 왜 나왔나=정부 예상과 달리 경기가 좀체 살아나지 않고 있는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실업률을 3%대 중반수준에서 묶고 연간 40만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5%성장은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4% 성장마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면서 결국 종합 처방전으로 대공항 당시 미국 경제를 재건한 ‘뉴딜’을 본 뜬 한국판 뉴딜이 나오게 됐다.
특히 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을 만들어 단기에 경기를 활성화화겠다고 천명하면서 당정은 물론 청와대까지 나서 경기활성화에 전력하고 있다는 강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관건은 연기금 동원 능력=이번 한국판 뉴딜은 외국자본을 포함한 민자, 특히 연기금을 부동산 등 건설부문 투자에 얼마나 많이 끌어들이느냐가 핵심이자 성패를 좌우할 변수로 꼽히고 있다.
천 대표는 이와 관련 “연기금을 SOC 등 민간투자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게 필요하다” 면서 “연기금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천 대표는 외자유치로 건설된 영종도 신공항이 연리 10%의 고수익을 보장받고 있는 사실을 예로 들며 연기금 유치에 벌써부터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김광림 재경부 차관도 “정부가 향후 재정으로 투자해야 할 사회간접자본, 공공복지시설, 정보인프라 등에 민간자본이 투자하도록 적정수익률(국고채수익률)이 보장되도록 한다면 연기금이나 부동자금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성장률을 1% 높이기 위해선 GDP의 1%인 7~8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내년 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4%정도에 머물 것으로 가정할 경우 5%대까지 끌어 올리기 위해선 최소 10조원 필요하다. 연기금의 사회간접 자본 투자규모가 적어도 10조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하반기 재정확대분 4조5000억원을 고려하면 내년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적어도 15조원 안팎의 자금이 집중적으로 투입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민간에선 그러나 구체적인 계획도 서지 않은 단계에서 당정이 연기금 유치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게 아니냐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대형 민자사업계획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지만 정부가 제시하는 국고채 정도의 수익률로 연기금들이 움직일지도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임노중 한화증권 선임연구원은 “과거 대불공단이 입주할 기업이 없어 낭패를 본 경우처럼 치밀한 계획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연기금을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일단 연기금 등 민자 여유자금으로 도로나 다리 등의 사회간접자본, 노인복지시설, 학교시설 등에 투자금을 대고 건설을 맡은 뒤 정부에 소유권을 넘기고 20~30년간 임대료를 받는 형태도 고려하고 있다.
◆부작용은 없나= 정부는 단기적으로 연기금을 사회간접자본 등에 쏟아 부어 건설경기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기업도시를 비롯 행정타운형 미니신도시, 산업클러스트단지 조성도 병행한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또 외자유치와 관련한 영종도 개발사업과 이 부총리가 여러번 거론한 250여곳의 골프장 건설도 이번 뉴딜프로젝트에 포함되는 등 건설과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소비심리를 촉진시킬 만한 사업이 이번 뉴딜프로젝트에 총 망라되고 있다.
더욱이 정부는 민간투자법을 개정, 민간자본의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제도적인 뒷받침에 나서고 있고 간접투자자산운용법을 고쳐 사모펀드의 사회간접자본 투자 역시 독려할 계획이다.
그러나 사회간접자본에 투입되 재원이 재정과 연기금이어서 국가 적자재정에 이은 연기금 재정 악화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또 불요불급한 국책사업이 남발될 수 있는 점도 부작용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정부가 건설경기활성화 차원에서 충청권을 중심으로 부동산규제를 완화해 줄 방침이어서 토지를 중심 투기열풍이 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임 연구위원은 “땅값이 오르면 집값도 덩달아 뛸 것이 뻔해 어렵게 잡아 놓은 부동산값 안정기조가 훼손될 수도 있는 점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한국판 뉴딜(New Deal)이 윤곽을 드러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이 여러 차례 암시를 주었지만 그동안 말만 많고 실체는 묘연했던 게 한국판뉴딜이었다. 지난 25일 노무현 대통령 시정연설에 이은 26일 천정배 열린우리당 대표의 한국판 뉴딜관련 발언으로 당정이 뉴딜의 뼈대를 얼추 만들어 놓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자금을 어떻게 유치하고 어디에 얼마를 투자할지 등 엉성한 뼈대에 살을 붙이는 세밀한 작업이 남은 셈이다. 실제 주무 부처인 재정경제부는 이미 한국판뉴딜에 대한 이름 공모에 이어 연말 발표를 전제로 세부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열린우리당, 정부 모두 한국판뉴딜이라는 화두를 놓고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점은 새삼스럽다.
불협화음보다 낫지만 우리경제가 얼마나 다급한 상황에 처했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고유가에 수출증가세 둔화 등 국내외 경제환경을 고려할 때 내년 경제성장률 5% 달성이 어렵다는 인식을 같이하게 됐고 한국판뉴딜을 청-당-정 모두 경제를 회복시켜 줄’전가의 보도’로 꺼내 들었다는 얘기다.
청-당-정 모두 내년 5% 성장에 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러나 신행정수도 이전 위헌 판결로 새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절박감까지 더해지면서 한국판뉴딜이 실효성이나 부작용에 대한 검토 없이 쫓기듯 서둘러 추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만만찮다. 일부에선 벌써부터 부동산규제 완화를 점치는 등 부동산값 안정기조를 흔들 수 있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뉴딜’ 왜 나왔나=정부 예상과 달리 경기가 좀체 살아나지 않고 있는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실업률을 3%대 중반수준에서 묶고 연간 40만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5%성장은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4% 성장마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면서 결국 종합 처방전으로 대공항 당시 미국 경제를 재건한 ‘뉴딜’을 본 뜬 한국판 뉴딜이 나오게 됐다.
특히 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뉴딜적 종합투자계획’을 만들어 단기에 경기를 활성화화겠다고 천명하면서 당정은 물론 청와대까지 나서 경기활성화에 전력하고 있다는 강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관건은 연기금 동원 능력=이번 한국판 뉴딜은 외국자본을 포함한 민자, 특히 연기금을 부동산 등 건설부문 투자에 얼마나 많이 끌어들이느냐가 핵심이자 성패를 좌우할 변수로 꼽히고 있다.
천 대표는 이와 관련 “연기금을 SOC 등 민간투자사업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게 필요하다” 면서 “연기금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천 대표는 외자유치로 건설된 영종도 신공항이 연리 10%의 고수익을 보장받고 있는 사실을 예로 들며 연기금 유치에 벌써부터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김광림 재경부 차관도 “정부가 향후 재정으로 투자해야 할 사회간접자본, 공공복지시설, 정보인프라 등에 민간자본이 투자하도록 적정수익률(국고채수익률)이 보장되도록 한다면 연기금이나 부동자금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성장률을 1% 높이기 위해선 GDP의 1%인 7~8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내년 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4%정도에 머물 것으로 가정할 경우 5%대까지 끌어 올리기 위해선 최소 10조원 필요하다. 연기금의 사회간접 자본 투자규모가 적어도 10조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하반기 재정확대분 4조5000억원을 고려하면 내년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적어도 15조원 안팎의 자금이 집중적으로 투입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민간에선 그러나 구체적인 계획도 서지 않은 단계에서 당정이 연기금 유치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게 아니냐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대형 민자사업계획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지만 정부가 제시하는 국고채 정도의 수익률로 연기금들이 움직일지도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임노중 한화증권 선임연구원은 “과거 대불공단이 입주할 기업이 없어 낭패를 본 경우처럼 치밀한 계획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연기금을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일단 연기금 등 민자 여유자금으로 도로나 다리 등의 사회간접자본, 노인복지시설, 학교시설 등에 투자금을 대고 건설을 맡은 뒤 정부에 소유권을 넘기고 20~30년간 임대료를 받는 형태도 고려하고 있다.
◆부작용은 없나= 정부는 단기적으로 연기금을 사회간접자본 등에 쏟아 부어 건설경기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기업도시를 비롯 행정타운형 미니신도시, 산업클러스트단지 조성도 병행한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또 외자유치와 관련한 영종도 개발사업과 이 부총리가 여러번 거론한 250여곳의 골프장 건설도 이번 뉴딜프로젝트에 포함되는 등 건설과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소비심리를 촉진시킬 만한 사업이 이번 뉴딜프로젝트에 총 망라되고 있다.
더욱이 정부는 민간투자법을 개정, 민간자본의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제도적인 뒷받침에 나서고 있고 간접투자자산운용법을 고쳐 사모펀드의 사회간접자본 투자 역시 독려할 계획이다.
그러나 사회간접자본에 투입되 재원이 재정과 연기금이어서 국가 적자재정에 이은 연기금 재정 악화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또 불요불급한 국책사업이 남발될 수 있는 점도 부작용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정부가 건설경기활성화 차원에서 충청권을 중심으로 부동산규제를 완화해 줄 방침이어서 토지를 중심 투기열풍이 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임 연구위원은 “땅값이 오르면 집값도 덩달아 뛸 것이 뻔해 어렵게 잡아 놓은 부동산값 안정기조가 훼손될 수도 있는 점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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