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두려운 서울 영세민

지역내일 2004-10-27
많은 영세민 지원대책 몰라 정부지원금 못 받아
생계비 현실성 있게 산출…화재대비 소화기 지급운동 필요

26일 오후 2시 강북구 미아 6동 구멍가게에서 만난 이동네 사람들은 “자신들보다 더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며 골목으로 안내했다.
그들이 발걸음을 멈춘 집은 누구보다 힘들게 살아가는 인풍자(65) 할머니가 있었다. 인 할머니는 최저생계를 이어가기조차 힘든 삶을 살고 있다.
인 할머니는 “10년 전 남편이 죽고 이쪽으로 이사 왔다. 몇 달만 살려고 왔는데 10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고 말했다.
인 할머니는 “자녀 2명과 같이 사는데 가족 수입을 합쳐 많게는 100여 만원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인 할머니는 “월 수입 100만원으로는 병원치료비에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이번 겨울을 어떻게 지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인 할머니는 또 “큰 아들은 사업하다 빚지고, 나도 병원비 때문에 빚이 늘어 하루하루 산다는 것이 막막하다” 며 “날씨는 추워지는데 올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인 할머니 가족은 언뜻 보기에도 어려운 살림이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대상자가 아니다.
인 할머니네 사정을 잘 안다는 동네 할머니는 “이 집 아들 일 하는 날이 한 달에 보름도 못 된다. 그렇게 해서 번 돈이 많아야 50만원에서 80만원인데 정부 생계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권리 찾는 방법도 몰라 = 인 할머니네 가족은 국가로부터 최저생계비를 보장받아야 하지만, 수급대상자가 아니다.
인 할머니 가족이 한달에 버는 수입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돈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3인 기준 가족 최저생계비를 83만8797원으로 책정했다. 따라서 이 금액보다 못 벌면 그 나머지 차액을 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하면 3인 가족 최저생계비에서 교육비, 의료비 등으로 공제되는 금액을 제외하고 기타 금액(저소득 틈새계층 특별구호비 등)을 합쳐 지급받을 수 있다.
서울시청 사회과 이방일 생활보장 팀장은 “부양 의무자 소득이 첨부된 것 같다”며 “생계 보조금 지급은 복잡하기 때문에 동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인 할머니처럼 본인이 수급대상자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기자가 만난 강북구 미아 6· 7동 주민들이나, 관악구 번동 주민들은 부양가족이 있으면 최저생계비 지원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처럼 최저생계 대상자인데 보장 받지 못할 경우, 해당자가 이의신청이나 재조사를 통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인 할머니를 비롯해 상당수의 저소득층 수급대상자들은 권리를 찾는 방법조차 모르고 있다.관악구 한 사회복지사는 "주로 노동사무소나 직업소개소를 통해 파악된 비숙련 노동자의 일당 수준에 기초한다"면서 "그들을 계속 따라다니면서 며칠을 일하고 얼마를 받는지 확인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실질 근로소득을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사회복지사도 "사회복지사 한 사람이 담당하는 가구가 터무니없이 많은 현실이 이런 문제를 낳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 복지사는 무려 200여가구를 담당하고 있다.

◆99년도 기준으로 짠 최저생계비 현실성 없어 = 최저 생계비는 5년마다 계측하고 매년 12월 1일까지 보건복지부 장관이 몇 가지 변동 사항을 반영한 다음 연도 최저생계비를 공표한다. 따라서 최근 최저 생계비 계측은 1999년도이고 그 이후 계측은 이뤄지지 않았다.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허 순 교수는 “1999년도 4인 가구 최저생계비 9십만 1357원은 당시 4인 가구 가계 지출의 48.7% 수준이었지만, 4년간 물가만 반영해 조정한 2004년 최저생계비는 전가구 가계지출의 38.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현행 최저생계비의 지역별, 가구 유형별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현행 최저생계비는 지역별 물가차이는 물론 가구 유형별 차이가 계측조사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또 전국 단일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경기대학교 이광호 교수는 “사회변화 속도에 봐서 5년보다는 3년 단위로 계획을 세워야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지역차· 가구유형차를 반영하지 못하는 최저생계비는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저소득층 몇 명인지부터 정확하게 파악해야= 서울시 저소득층이 몇 명인지가 우선 불명확하다. 통계 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조사다.
서울시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보호를 받는 사람이 16만6714명이라고 밝혔다.
일반 수급대상자가 8만7176가구에 15만 5026명이고, 시설 수급대상자는 127개 시설에 1만1688명이다. 그러나 시설 수급대상자는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지만 일반 수급대상자는 정확한 파악이 힘들다. 지역을 자주 이동하는 것도 있지만 집안에 하루 종일 있는 사람은 파악하기가 불가능하다.
실제 기자가 찾은 미아 6·7동에도 온종일 집에 있는 사람을 봤다. 인기척을 해도 개가 짖어도 쳐다보지 않는다.
강남대학교 고양곤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저소득층 가구 수와 인구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다”며 “이 통계가 나와야 장기적인 사회복지 대책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많은 저소득층 사람들 경우, 생계비나 주거비 지원이 전혀 없어 사실상 정책의 손길이 닿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재 무방비도 문제= 서울시 에너지 행정팀 관계자는 “지난해 연탄 사용자는 모두 4372가구이고 올해도 이 정도 수준의 가구가 연탄을 사용할 것 같다”고 밝혔다.
용산 성북 은평이 400여 가구이고 나머지 지역에서도 연탄 사용 가구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서울시 연탄 사용자 대부분은 저소득층 밀집지역이다. 이들은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특히 개발이 예정돼 있는 지역은 더욱 심하다. 한집 걸러 빈집이다 보니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책이 없다.
또 낯 시간대는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기거하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평택대학교 정하성 사회복지대학원장은 “저소득층 가구는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이는 달동네에 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안전장치가 없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연탄 나누기 운동과 더불어 소화기 지급 운동도 동시에 전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5일 강북구의 대표적인 달동네인 미아 6 7동 불량주택 저소득 가구 50세대에 동절기 화재를 초기에 진압할 수 있도록 분말소화기가 지급됐다. 기업의 후원을 받아 진행한 이 행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병량 기자 br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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