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대선프로그램’ 본격 시동?

‘핵심 노무현 지지층’ ‘분노한 충청권’ 양날개 달기

지역내일 2004-10-29 (수정 2004-10-29 오전 10:33:18)
이해찬 총리의 연이은 대야 강경발언의 발언 배경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평소 명확한 정세판단과 정교한 논리를 자랑하는 이 총리가 어떤 생각으로 ‘야당을 자극했느냐’ 하는 것. 5선의원으로 여야간 대화법에도 익숙한 이 총리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야당과 각을 세우는데는 분명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2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의 이 총리의 태도는 여권 내부에서조차 예상치 못한 것이라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애초 여권 내부에서는 이 총리가 답변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유감’을 표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대정부 질문 하루 전인 27일 참여정부 핵심요직을 지낸 모 중진의원은 “여당 의원이건, 야당의원이건 대정부질문을 통해 이 문제를 거론하고, 이 총리가 답변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라며 “그게 정치”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총리는 이 중진의원의 기대를 보기좋게 뭉개버렸다. 이 총리는 여야의원들의 “한나라당은 국민이 잘 알듯 지하실에서 차떼기하고 고속도로에서 수백억원을 받은 당” “한나라당은 다수의 힘으로 다른 의원들의 투표를 방해하면서 대통령을 탄핵해 헌재에 회부하지 않았느냐”는 강경한 어조로 역공을 취했다.

◆‘개혁위기감’ 설득력 약해 =28일 국회에서 보여준 이 총리의 태도는 지난 18일 유럽 순방 중 했던 얘기의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에도 술자리를 빌리기는 했지만 ‘취중진담’이 아니라 ‘의도적인 발언’이었음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 총리가 왜 이처럼 정치권 갈등의 선봉에 설까.
이 총리 주변에서는 ‘개혁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참여정부의 중심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이전이 헌재의 결정으로 무산위기에 놓인 데다,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다른 개혁정책들도 저항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부의 의지를 내보이고 싶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해석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매사를 꼼꼼히 계산해 다음 한 수를 놓는 스타일의 이 총리가, 자신의 발언이나 태도가 개혁정책의 실현이나 정국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4대개혁입법만 해도 ‘날치기’가 아니라면, 야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와 관련,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폴앤폴 조용휴 사장은 “이 총리의 발언은 그렇지 않아도 안좋은 여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 총리도 그런 것쯤은 알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레일’을 타라 = 좀더 설득력이 있는 해석은 이 총리의 대선전략의 일환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의도적으로 조선·동아와 한나라당에 대해 각을 세우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유산을 고스란히 이어받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
28일 열린우리당의 한 인사는 “(이 총리의 언행은) ‘노무현 레일’에 올라타겠다는 계산”이라고 잘라 말했다. 조선·동아, 한나라당과의 결연한 태도에 환호하는 ‘친노 핵심그룹’의 지지를 확보함로써 자연스럽게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이 총리는 지난 총선 직후 노 대통령이 만든 정국흐름 속에서, 최대 수혜주로 떠오르면서 자연스럽게 예비 대선주자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총선 직후 노 대통령은 ‘대선주자 관리’라는 명분으로 김근태 정동영 장관을 당에서 빼내면서 그 공백을 이 총리에게 맡기려고 한 바 있다. 그후 노 대통령은 여론에 밀려 ‘김혁규 카드’ 대신 ‘이해찬 카드’를 꺼내 들었고, 이 총리는 김근태 정동영 장관과 함께 명실상부한 여권의 대선주자로 자리매김 했다.
그동안 이 총리는 틈날 때마다 “대선에 관심없다”고 말했지만, 이 총리 주변에서 이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개혁당 그룹 기반으로 당내 안착 가능성” = 더구나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 위헌 판정으로 충청도 정서가 결집하고 있는 것도 이 지역 출신의 이 총리에게 또 다른 기회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JP가 ‘충청도 핫바지론’으로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장했던 것처럼, 행정수도 이전 위헌을 둘러싼 충청권의 응집은 이 총리의 입지를 더욱 확고하게 만들 조건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이 총리가 유럽순방 당시 미리 ‘신행정수도 특별법’에 대한 헌재의 위헌결정 분위기를 알고 조선·동아일보와 한나라당에 각을 세웠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국정원이 이 총리가 발언한 18일보다 사흘 앞선 15일, 헌재의 분위기를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이 총리도 이런 기류를 사전에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유럽 발언은 차치하고라도, 이 총리의 28일 국회 발언은 행정수도 이전 무산에 대한 충청권의 기류가 반영됐다는 것만은 쉽게 미뤄 짐작되는 부분이다.
어쨌건 분노하는 충청권과 ‘조선·동아, 한나라당과의 각 세우기를 주문하는’ 핵심 노무현 지지층을 좌우로 세울 수만 있다면, 이 총리는 여권 내 어떤 주자보다 확고한 입지를 가지게 되는 것만은 명약관화하다.
사실 이 총리의 행보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곳은 여권 내 예비주자군 주변이다.
28일 여권 모 예비주자의 한 측근인사는 “향후 이 총리는 유시민 의원 등이 주도하는 개혁당그룹을 기반으로 당 내부에 안착하려고 할 것”이라며 “현재 개혁당그룹이 천·정·신 그룹과 김근태 양쪽을 모두 공격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속도를 내는 것도 이런 배경을 갖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남봉우 기자 baw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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