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31조 5000억원 규모로 짜여진 2005년도 예산안은 어느 정도 삭감될까? 국회 예결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수석전문위원 임인규)에서는 지난 16일 약 8000억원 규모의 감액안으로 구성된 《200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를 발간했다.
수석전문위원실은 “국방부의 휴대용 대공유도탄 사업, 전술통신체계, 잠수함지휘통신체계사업 등의 사업 집행실적이 미흡하여 적절한 예산편성인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등 총 45개 부처 및 기관의 사업에서 집행 실적이 미흡하거나 예산 편성 후 집행하지 않은 불용사업들을 중심으로 삭감 의견을 제시했다.
◆ 부처별 삭감안 제시
보고서는 건설교통부의 경우 ‘여수산업단지 주변마을 이주사업’은 100억원, ‘광역상수도건설추자예산’은 200억원, ‘일반국도건설사업 중 기본조사설계비’ 45억원 등을 삭감해도 사업 추진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신행정수도건설추진사업비’ 122억 3000만원은 법적 근거를 상실하여 전액 삭감하고 ‘한탄강 다목적댐 건설사업’도 무효화되어 65억 4000만원 전액을 삭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부의 경우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설립사업’에서 10억원, ‘통신해양기상위성개발’ 사업비 중 6억 5000만원, ‘우주발사체 개발’에서 90억원, ‘우주센터 건설’에서 36억원 등을 삭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관광부의 경우 ‘관광지개발 등에 대한 사업’에서 59억 1300만원, ‘남해안 관광벨트 개발’ 사업에서 14억 7600만원 등의 삭감 의견을 제시했다. 또 문화산업진흥기금의 경우 재원을 정부 출연금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데 새로운 재원발굴 및 사업활성화 방안이 없을 경우 기금폐지 논의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산업자원부는 ‘외국인투자유치사업’에서 30억원, ‘9개 지역산업진흥사업’에서 80억원, ‘농공단지진흥 융자사업’에서 80억원 등을 삭감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정보통신부는 ‘홈네트워크 인프라구축지원’에서 200억원 ‘빌려쓰는 중소기업 정보화’에서 20억원 등을 삭감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보고서는 이외도 대통령실, 통일부, 행정자치부 등 각 부처의 사업에 대한 삭감안도 제기했다. 이 보고서는 국회 상임위 및 예결위원회의 예산안 심의 활동에 참고자료로 사용된다. 임인규 수석 전문위원은 “우리가 제출한 보고서의 의견은 보통 30% 정도 반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총 4조원 규모의 삭감안을 당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다. 17일 한나라당 예결위 간사를 맡고 있는 김정부 의원은 “내년 예산이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 11% 이상 증액이 되어 있는데 우리는 3% 정도인 약 4조원(131조 5000억원의 3%) 규모의 삭감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재정을 무조건 늘이는 것만 능사가 아니다”며 “서민살리기, 중소기업지원 등을 제외한 부분은 동결시킨다는 생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예산심의제도 바뀌어야
예결위 전문위원실은 또 보고서에서 예산안 심의제도가 개선되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임인규 수석전문위원은 “특히 법률의 제·개정을 전제로 편성되는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이 갖고 있는 문제와 결산결과를 예산안 심의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예산안과 법률안이 다른 심의절차를 거쳐 확정되고 있어서 근거법률이 없는 예산이 편성되거나 예산이 따르지 않는 법률이 제정될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작년 한·칠레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서 드러났다. 정부는 협정에 따른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만든 ‘자유무역협정 이행지원기금’을 신설하려고 했지만 기금의 근거법안인 ‘자유무역협정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예산안 의결이 끝날 때까지 정기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예비비로 편성하여 집행한 것.
또 보건복지부 소관 국민건강증진기금의 경우 담배 20개비당 150원을 부담하는 것을 588원까지 인상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법안 심의과정에서 이것이 변하면 기금의 규모도 따라서 변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임인규 수석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기 국회 이전에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과 관련된 법률이 제출되고, 국회의 법안 심의 결과에 따라 예산안 심의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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