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부답’ 정부반응 추위보다 더 고통
고용허가제 묶여 오갈데 없어 … 노동시민단체 지원·시민관심 줄어
지역내일
2004-11-18
(수정 2004-11-18 오후 12:46:18)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이번 겨울은 어떻게 지낼지 걱정입니다.”
명동성당에서 1년째 농성을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꾸빌(37·방글라데시)씨. 농성단 총무로 지난 1년여간 농성장 ‘살림’을 맡아 온 그는 겨울을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해 농성에 돌입할 때만해도 노동·시민단체와 시민들의 관심과 지원이 많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기 때문.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상황에다 각종 사회이슈들에 묻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었다는 게 꾸빌씨의 얘기다. 대부분 불법체류자인 신분이다보니 제대로 된 일거리를 찾기도 힘들어 모금활동과 가끔씩 생기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활비와 활동비 등을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한때 1000만원까지 모았던 투쟁 기금도 이제 바닥이 드러난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맞이하는 겨울이다 보니 더욱 춥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주노동자 대부분은 더운 나라에서 살다왔기 때문에 겨우 비바람만 막을 수 있는 천막농성장에서 보내는 한국의 겨울은 더 힘들다.
이들이 한겨울 동안 의지해야할 난방기구라고 해봐야 사회단체서 기부받은 가스난로 4대와 전기장판이 고작. 그나마 난로2대는 고장이 나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또 빌어 쓰고 있는 명동성당 화장실에는 온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아침 세수할 때마다 곤욕을 치뤄야 한다.
먹는 것도 변변할 리 없다. 지원이 줄면서 하루 두끼로 버틴 지 오래. 겨울이 되면 부식이 꽁꽁 얼어 음식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헤미니(30·네팔)씨는 “추운 겨울을 그저 버티는 수밖에 없다”며 “아주 추운 날이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지내곤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다 몸이 성치 않은 이주노동자들은 겨울이면 감기몸살에도 시달려야 한다.
하지만 겨울추위와 감기몸살보다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노동허가제’와 ‘강제추방 중단’ 등을 주장하며 1년 넘게 농성을 해왔는데도 전혀 입장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국 정부의 태도다.
자히드(30·방글라데시)씨는 “정부의 고용허가제 이후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오히려 8만명이나 늘었다”며 “이들 중 대부분은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늘어난 임금체불과 비인간적 대우에 견디지 못해 뛰쳐나온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생존을 위협하면서 오히려 불법이주노동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얘기다.
고용허가제가 지속되는 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오갈 데 없는 신세다.
지난 92년 네팔에서 기술을 배우려고 왔다는 비비타파(32·네팔)씨는 “불법체류자가 된데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도무지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며 “다만 몇달이라도 일을 해서 비행기값만 마련되면 네팔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역시 네팔에서 온 괌 라우티에(38)씨는 “네팔에 공산정부가 들어선 이후 본국에 들어가기 위해 300만원이 필요한데 당장 하루살이도 힘든 상황에서는 꿈도 꾸지 못한다”며 “상황이 바뀔 것 같지 않고, 갈데는 없고 하니 동료들 사이에서는 ‘자살하고 싶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0여명에 달했던 농성 이주노동자들은 집회 나갔다 잡혀가고, 일거리를 찾아 숨어가고 하면서 어느덧 30여명까지 줄었다. 그나마 이제는 농성장마저 문을 닫게 될 판이다. 민주노총에서 농성중단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성장이 문을 닫아도 지역으로 내려가 노동허가제 쟁취를 위해 투쟁을 하겠다는 게 이곳 농성 이주노동자들의 각오지만 정작 찾아갈 곳이 마땅치 않은 현실이다. 이래 저래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추운 겨울일 수밖에 없다.
인터뷰-1년째 명동성당서 농성중인 꾸빌씨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 생존 위협”
겨울철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지난해 농성 시작할 때만해도 노조와 시민단체 등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었다. 하지만 올들어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여러가지 이슈가 등장하면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는 것 같다.
한국 겨울 너무 춥다. 특히 농성장에는 바람이 세기 때문에 아주 추운 날은 견디기 어렵다.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아 찬물로 씻어야 하는 일도 고통스럽다.
농성을 하게 된 동기는
정부의 고용허가제에 맞서 노동허가제와 강제추방 중단을 요구하게 위해서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들의 생존과 인권을 위협하는 제도다. 고용허가제 이후 월급을 못받고, 인간대접을 못받는 이주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회사에서 착취하는 데 고용허가제를 이용하는 것이다.
농성을 중단한다고 하는데
결정난 것은 아니고 민주노총과 함께 고민중이다. 농성을 중단하더라도 노동허가제를 얻기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명동성당에서 1년째 농성을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꾸빌(37·방글라데시)씨. 농성단 총무로 지난 1년여간 농성장 ‘살림’을 맡아 온 그는 겨울을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해 농성에 돌입할 때만해도 노동·시민단체와 시민들의 관심과 지원이 많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기 때문.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상황에다 각종 사회이슈들에 묻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었다는 게 꾸빌씨의 얘기다. 대부분 불법체류자인 신분이다보니 제대로 된 일거리를 찾기도 힘들어 모금활동과 가끔씩 생기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활비와 활동비 등을 충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한때 1000만원까지 모았던 투쟁 기금도 이제 바닥이 드러난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맞이하는 겨울이다 보니 더욱 춥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주노동자 대부분은 더운 나라에서 살다왔기 때문에 겨우 비바람만 막을 수 있는 천막농성장에서 보내는 한국의 겨울은 더 힘들다.
이들이 한겨울 동안 의지해야할 난방기구라고 해봐야 사회단체서 기부받은 가스난로 4대와 전기장판이 고작. 그나마 난로2대는 고장이 나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또 빌어 쓰고 있는 명동성당 화장실에는 온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아침 세수할 때마다 곤욕을 치뤄야 한다.
먹는 것도 변변할 리 없다. 지원이 줄면서 하루 두끼로 버틴 지 오래. 겨울이 되면 부식이 꽁꽁 얼어 음식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헤미니(30·네팔)씨는 “추운 겨울을 그저 버티는 수밖에 없다”며 “아주 추운 날이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지내곤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다 몸이 성치 않은 이주노동자들은 겨울이면 감기몸살에도 시달려야 한다.
하지만 겨울추위와 감기몸살보다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노동허가제’와 ‘강제추방 중단’ 등을 주장하며 1년 넘게 농성을 해왔는데도 전혀 입장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국 정부의 태도다.
자히드(30·방글라데시)씨는 “정부의 고용허가제 이후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오히려 8만명이나 늘었다”며 “이들 중 대부분은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늘어난 임금체불과 비인간적 대우에 견디지 못해 뛰쳐나온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생존을 위협하면서 오히려 불법이주노동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얘기다.
고용허가제가 지속되는 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오갈 데 없는 신세다.
지난 92년 네팔에서 기술을 배우려고 왔다는 비비타파(32·네팔)씨는 “불법체류자가 된데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도무지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며 “다만 몇달이라도 일을 해서 비행기값만 마련되면 네팔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역시 네팔에서 온 괌 라우티에(38)씨는 “네팔에 공산정부가 들어선 이후 본국에 들어가기 위해 300만원이 필요한데 당장 하루살이도 힘든 상황에서는 꿈도 꾸지 못한다”며 “상황이 바뀔 것 같지 않고, 갈데는 없고 하니 동료들 사이에서는 ‘자살하고 싶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0여명에 달했던 농성 이주노동자들은 집회 나갔다 잡혀가고, 일거리를 찾아 숨어가고 하면서 어느덧 30여명까지 줄었다. 그나마 이제는 농성장마저 문을 닫게 될 판이다. 민주노총에서 농성중단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성장이 문을 닫아도 지역으로 내려가 노동허가제 쟁취를 위해 투쟁을 하겠다는 게 이곳 농성 이주노동자들의 각오지만 정작 찾아갈 곳이 마땅치 않은 현실이다. 이래 저래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추운 겨울일 수밖에 없다.
인터뷰-1년째 명동성당서 농성중인 꾸빌씨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 생존 위협”
겨울철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지난해 농성 시작할 때만해도 노조와 시민단체 등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었다. 하지만 올들어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여러가지 이슈가 등장하면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는 것 같다.
한국 겨울 너무 춥다. 특히 농성장에는 바람이 세기 때문에 아주 추운 날은 견디기 어렵다.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아 찬물로 씻어야 하는 일도 고통스럽다.
농성을 하게 된 동기는
정부의 고용허가제에 맞서 노동허가제와 강제추방 중단을 요구하게 위해서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들의 생존과 인권을 위협하는 제도다. 고용허가제 이후 월급을 못받고, 인간대접을 못받는 이주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회사에서 착취하는 데 고용허가제를 이용하는 것이다.
농성을 중단한다고 하는데
결정난 것은 아니고 민주노총과 함께 고민중이다. 농성을 중단하더라도 노동허가제를 얻기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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