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민주화 주역 … 사회 각분야 주도세력 자리잡아
다음 대선 결정적 변수 … 누구도 자기편이라 장담 어려워
40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한국사회의 중추를 형성하고 그들이지만, 이들의 성향에 따라 민심의 향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40대의 정치의식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정치권이다.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만드는 데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40대가 최근 가장 빠른 속도로 지지를 철회하고 있어서이다.
최근 열린우리당 지지도 역전의 이면에도 ‘40대의 반란’이 있었다. 과거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던 40대가 한나라당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는 2007년 대선에 있다. 20·30대가 열린우리당을 향해 서 있고, 50대 이상의 연령층이 한나라당쪽으로 응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40대 균형추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판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지난 대선에서는 20.30대가 40대 이상 연령층보다 많았지만, 어느새 역전됐다”며 “투표율을 고려하면 40대의 선택이 결정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우리사회의 40대 정치의식을 분석해 본다.
/편집자 주
◆‘낀 세대’에서 ‘당당한 주역’으로=불과 10여년 전만해도 40대는 ‘낀’ 세대였다. 직장에선 근대화의 주역인 50대와 60대의 눈치를 봐야 했고, 밑으로는 세계화와 정보화의 물결이 몰려오면서 30대로부터 자리의 위협을 받았다.
정치적으로는 개혁과 민주화를 주장하는 20·30대와 기존 체제를 유지하려는 50·60대의 사이에 끼어 눈치를 봐야 했던 ‘흔들리는 세대’였다. 지금은 386의 상당수가 40대로 진입했지만, 당시만해도 40대는 어디서도 자기 이름을 내밀 수 없었던 ‘모래’ 같은 세대였다.
하지만 지금 40대는 이 사회의 당당한 중심이다. IMF 이후 대기업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중소기업의 CEO로 당당히 활동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40대가 주도권을 잡았다. 40대가 청와대에서 핵심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국회의원 299명 중 101명이 40대다.
이제 40대는 ‘낀’ 세대가 아니다.
40대의 성장과 관련,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40대는 정치적으로는 민주화를 이끈 주도세력이며, 경제적으로는 정보화 1세대로 정보산업을 이끌고 있는 세대이고, 또 ‘한류열풍’을 만든 문화수출 1세대”라고 규정했다.
‘긴급조치 9호’의 억압 속에서 민주화의 씨를 뿌렸으며, 80년 서울의 봄과 87년 6월 항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견인했다는 자부심, 근대화 이후 한국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열어왔다는 자신감이 오늘의 40대를 있게 했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40대는 2007년 대선 때면 유권자가 되는 중3~고3에게 앞 세대와는 달리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대로 꼽힌다.
박성민 대표는 “10년전의 40대와 달리 지금의 40대는 의식과 경제력을 갖추고 있어서, 자녀의 생활과 진학 지도가 가능하다”며 “ 때문에 이들의 의식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40대를 주목해야 할 또다른 이유”라는 것이다.
◆개혁과 안정희구 사이=이들 40대는 얼핏 보기에 전혀 다른 두가지를 동시에 추구한다. 정치적으로는 개혁·민주 지향성이 분명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안정희구의 보수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
실제 40대는 지난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분노했고, 열린우리당에게 높은 지지를 보였다. 하지만 총선 후 가장 빨리 지지를 철회한 세대로 바로 40대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40대는 지난 7월 이후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나라당 지지로 돌아섰다. 지난 9월 11~12일 내일신문·한길리서치 정례조사에 따르면 40대의 한나라당 지지도(39.9%)는 열린우리당 지지도(21.4%)보다 두배 정도 높다.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40대가 한나라당으로 이동하는 원인은 경제문제와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실망이 겹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장은 “40대는 ‘민주화’라는 ‘정치정체성’과 40대가 가지는 ‘세대정체성’인 ‘보수화’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뒤집어 말하면 40대는 ‘개혁·진보’와 ‘안정희구’라는 두가지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진보·개혁보다 ‘경제·국가경영’이 선택 기준 될수도=‘정치적으로는 개혁적, 경제적으로는 안정’라는 40대의 애매모호한 성향 때문에 이들이 2007년 대선에서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할지,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익명을 요구하는 한 정치컨설턴트는 “일상적인 정치사안에 대해서 ‘보수적’ 입장을 취하더라도, 대선 등 국가의 방향 등 큰일을 결정할 때는 40대의 ‘진보와 개혁’이라는 정체성이 발현 될 것”이라며 주장했다.
반면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40대는 민주화 운동을 스스로 만들고 승리를 이끌어낸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며 “다음 대선에서는 자신의 체험대로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진보·개혁’이라는 정치적 성향보다 ‘경제·국가운영’이라는 현실적 잣대가 선택의 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어쨌건 열린우리당이 이탈하는 40대를 잡지 못하면 2007년 대선은 어려운 싸움이 될 수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지금 자신의 지지로 돌아선 40대를 ‘품안의 토끼’로 생각하다가는 또다시 패배할 수 있다. 다음 대선에서 40대가 두가지 무기 중 어떤 것을 꺼낼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백왕순 기자 wspaik@naeil.com
다음 대선 결정적 변수 … 누구도 자기편이라 장담 어려워
40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한국사회의 중추를 형성하고 그들이지만, 이들의 성향에 따라 민심의 향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40대의 정치의식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정치권이다.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만드는 데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40대가 최근 가장 빠른 속도로 지지를 철회하고 있어서이다.
최근 열린우리당 지지도 역전의 이면에도 ‘40대의 반란’이 있었다. 과거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던 40대가 한나라당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는 2007년 대선에 있다. 20·30대가 열린우리당을 향해 서 있고, 50대 이상의 연령층이 한나라당쪽으로 응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40대 균형추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판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지난 대선에서는 20.30대가 40대 이상 연령층보다 많았지만, 어느새 역전됐다”며 “투표율을 고려하면 40대의 선택이 결정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우리사회의 40대 정치의식을 분석해 본다.
/편집자 주
◆‘낀 세대’에서 ‘당당한 주역’으로=불과 10여년 전만해도 40대는 ‘낀’ 세대였다. 직장에선 근대화의 주역인 50대와 60대의 눈치를 봐야 했고, 밑으로는 세계화와 정보화의 물결이 몰려오면서 30대로부터 자리의 위협을 받았다.
정치적으로는 개혁과 민주화를 주장하는 20·30대와 기존 체제를 유지하려는 50·60대의 사이에 끼어 눈치를 봐야 했던 ‘흔들리는 세대’였다. 지금은 386의 상당수가 40대로 진입했지만, 당시만해도 40대는 어디서도 자기 이름을 내밀 수 없었던 ‘모래’ 같은 세대였다.
하지만 지금 40대는 이 사회의 당당한 중심이다. IMF 이후 대기업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중소기업의 CEO로 당당히 활동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40대가 주도권을 잡았다. 40대가 청와대에서 핵심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국회의원 299명 중 101명이 40대다.
이제 40대는 ‘낀’ 세대가 아니다.
40대의 성장과 관련,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40대는 정치적으로는 민주화를 이끈 주도세력이며, 경제적으로는 정보화 1세대로 정보산업을 이끌고 있는 세대이고, 또 ‘한류열풍’을 만든 문화수출 1세대”라고 규정했다.
‘긴급조치 9호’의 억압 속에서 민주화의 씨를 뿌렸으며, 80년 서울의 봄과 87년 6월 항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견인했다는 자부심, 근대화 이후 한국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열어왔다는 자신감이 오늘의 40대를 있게 했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40대는 2007년 대선 때면 유권자가 되는 중3~고3에게 앞 세대와는 달리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대로 꼽힌다.
박성민 대표는 “10년전의 40대와 달리 지금의 40대는 의식과 경제력을 갖추고 있어서, 자녀의 생활과 진학 지도가 가능하다”며 “ 때문에 이들의 의식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40대를 주목해야 할 또다른 이유”라는 것이다.
◆개혁과 안정희구 사이=이들 40대는 얼핏 보기에 전혀 다른 두가지를 동시에 추구한다. 정치적으로는 개혁·민주 지향성이 분명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안정희구의 보수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
실제 40대는 지난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분노했고, 열린우리당에게 높은 지지를 보였다. 하지만 총선 후 가장 빨리 지지를 철회한 세대로 바로 40대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40대는 지난 7월 이후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나라당 지지로 돌아섰다. 지난 9월 11~12일 내일신문·한길리서치 정례조사에 따르면 40대의 한나라당 지지도(39.9%)는 열린우리당 지지도(21.4%)보다 두배 정도 높다.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40대가 한나라당으로 이동하는 원인은 경제문제와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실망이 겹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장은 “40대는 ‘민주화’라는 ‘정치정체성’과 40대가 가지는 ‘세대정체성’인 ‘보수화’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뒤집어 말하면 40대는 ‘개혁·진보’와 ‘안정희구’라는 두가지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진보·개혁보다 ‘경제·국가경영’이 선택 기준 될수도=‘정치적으로는 개혁적, 경제적으로는 안정’라는 40대의 애매모호한 성향 때문에 이들이 2007년 대선에서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할지,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익명을 요구하는 한 정치컨설턴트는 “일상적인 정치사안에 대해서 ‘보수적’ 입장을 취하더라도, 대선 등 국가의 방향 등 큰일을 결정할 때는 40대의 ‘진보와 개혁’이라는 정체성이 발현 될 것”이라며 주장했다.
반면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40대는 민주화 운동을 스스로 만들고 승리를 이끌어낸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며 “다음 대선에서는 자신의 체험대로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진보·개혁’이라는 정치적 성향보다 ‘경제·국가운영’이라는 현실적 잣대가 선택의 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어쨌건 열린우리당이 이탈하는 40대를 잡지 못하면 2007년 대선은 어려운 싸움이 될 수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지금 자신의 지지로 돌아선 40대를 ‘품안의 토끼’로 생각하다가는 또다시 패배할 수 있다. 다음 대선에서 40대가 두가지 무기 중 어떤 것을 꺼낼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백왕순 기자 wsp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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