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일꿈>여의도 구두닦이 아저씨(이지영 2004.12.02)

지역내일 2004-12-02
여의도 구두닦이 아저씨
대우증권 이지영 사원



입사한지 올해로 벌써 2년이 된다. 정말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이었다. 신입교육을 받으며
설레임 반 기대반으로 홍보실로 배치를 받았고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신임사원의
모습을 탈피하려고 애쓰고 있다.
신입사원 때 극도의 긴장감으로 새벽 일찍 출근을 서두를 당시 나와 함께 새벽을 여는 구둣방 아저씨가 계셨다. 1평 남짓한 공간의 조그마한 가게 문을 힘차게 여시던 50대 중반의 아저씨. 누가 보더라도 인상좋은 이웃집 아저씨였다.

긴장감이 감도는 회사 생활 속에서 이리 저리 뛰어다니다 보니 입사하기전엔 이상이 없었던 구두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저씨와의 첫 대면을 이끌어 준 계기가 되었다. 아저씨는 굽이 망가진 구두와 겉모습을 찬찬히 훑어보시면서 신입사원 아니냐고 대화의 첫 운을 떼시더니 평소 걸음걸이 습관과 사용한 기간까지 정확하게 맞추셨다. 의아한 표정을 짓자 아저씨는 구두굽과 가죽상태만 봐도 아신다며 멋쩍게 웃으셨다. 이 일을 시작한지 벌서 20년이 다됐다는 아저씨. 여의도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고 했다.

예전의 활동감 넘치던 회사원들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고, 또한 단골 고객들 중에 회사를 옮긴 분들이 많다고 했다. 또 개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회사를 옮긴 분들 중 상당수가 새로운 직장에서도 적응을 못하고 방황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보셨다고 했다.

사회적으로 천대 아닌 천대를 받는 구두닦이에 불과하지만, 이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생활한다며 작업할 때 쓰시던 용구들과 구두약통을 볼 때 마다 지나간 세월에 켜켜히 묻힌 추억들이 떠오르신단다. 처음 개업할 때의 설레임은 대기업 CEO 못지않은 기분이었다는 아저씨는 구두를 맡기는 손님 모두가 소중한 고객이고 작은 사업장을 번창하게끔 도와준 은인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런 은인들이 경제난 탓에 풀죽은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시다는 아저씨는 손님들의 구두를 말끔히 솔질하여 최고의 광택을 내주는 것 그래서 그 광택을 보고 손님들이 조금이나마 상쾌한 기분을 느낄수있도록 해주는게 자신이 할수있는 유일한 일이라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나 자신은 과연 나의 일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생활하고 있는지. 그냥 피동적인 자세로 하루 이틀 계속 반복되고 있는 일상사를 아무런 흥미와 감동 없이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지. 구두닦이 아저씨의 굵은 손마디를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반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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